"김정은 즉각 사과하라"...탈북단체 '대북전단' 강행 예고

문재연 2024. 6. 3.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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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탈북단체가 북한의 대남 오물풍선 공격에 대북전단 살포로 맞대응을 예고했다.

'대북전단 살포→대남 오물풍선 공격→대남전단 살포'의 도돌이표 공방이 계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자칫 북한의 '조준 타격'이나 추가 군사도발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앞서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에 따라 북한의 무력 도발 등 위급 상황 시 경찰관 직무집행법에 따라 전단 살포를 통제할 뿐, 직접적으로 대북전단 살포를 막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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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 조건 따라 6~7일 대북전단 살포 계획
"살인 중단하겠단 살인자, 용서할 수 없어"
북한, '최고존엄 모욕' 대북전단에 민감반응
2016년 4월 수잰 숄티 북한자유연합 대표와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가 경기 파주시 탄현면에서 띄워 보낸 대북전단 30만 장이 대형 풍선에 매달려 날아가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국내 탈북단체가 북한의 대남 오물풍선 공격에 대북전단 살포로 맞대응을 예고했다. 살포를 하지 않는 조건으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사과를 내건 상황, 사실상 전단을 뿌리겠다는 얘기다. 대북전단이 확성기 방송과 더불어 북한이 가장 민감해하는 남측 선전전 방식인 만큼, 남북 대치국면에 있어 또다시 불꽃이 튈 공산이 커졌다.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3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6~7일 풍향 여건에 따라 대북전단을 띄울 예정"이라고 밝혔다. 장세율 전국탈북민연합회 상임대표 역시 "(이번엔) 10여 개 이상의 탈북단체들이 총집결해 대북전단을 보낼 예정"이라고 했다.

박 대표는 대북전단 살포의 구체적인 계획까지 내놨다. 이날 내놓은 '김정은 즉각 사과하라' 제목의 성명을 통해 "김정은은 대한민국 국민에게 오물쓰레기를 보냈지만, 탈북자들은 2,000만 북한 동포들에게 진실과 사랑을 보낼 것"이라고 했다. 전단 20만 장, 그리고 한국 드라마와 가수 임영웅의 노래가 담긴 휴대용저장장치(USB) 5,000개를 북으로 띄워 보낸다는 계획이다. 박 대표는 "살인자가 경찰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살인을 중단하겠다 협박한다고, 용서하고 그대로 둬야 하냐"고 했다.

탈북단체들의 강행 소식에 접경 지역 주민들은 불안감에 떨고 있다. '대북전단 살포→대남 오물풍선 공격→대남전단 살포'의 도돌이표 공방이 계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자칫 북한의 '조준 타격'이나 추가 군사도발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앞서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2일 오물풍선 살포 중단을 선언하면서도 "한국것들이 반공화국 삐라 살포를 재개하는 경우 백배의 휴지와 오물량을 다시 집중 살포하는 것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우려를 키우는 건 대북전단에 대한 북한의 민감한 반응도 일조한다. 2021년 남북 연락사무소 폭파와 2015년 목함지뢰 폭발사건, 서부전선 포격사건 등 군사적 대치 배경에는 모두 대북전단 또는 대북 확성기가 있었다.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대리는 "대북전단의 내용은 최고존엄인 김정은의 권위를 와르르 무너뜨릴 수 있는 내용이기 때문에 북측에서 예민하게 반응한다"고 말했다. 북한인권운동가인 도희윤 피랍탈북인권연대 대표 또한, "북한이 폐쇄 사회가 아니었다면 대북전단 등 외부에서 들어온 정보가 의미가 없을 것"이라며 "그만큼 효과적이라는 뜻이고, 10년 이상 근무를 서야 하는 북한의 젊은 군인들도 대북전단을 수거하면서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2004년 6월 서부전선 무력부대 오두산전망대에서 군인들이 대북 확성기를 철거하는 모습. 연합뉴스

정부는 여전히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 자제를 요청하지 않고 있다.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전단 등 살포 문제는 표현의 자유 보장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의 취지를 고려해 접근하고 있다"고 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9월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해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한다"며 위헌 결정을 내렸다. 정부는 이에 따라 북한의 무력 도발 등 위급 상황 시 경찰관 직무집행법에 따라 전단 살포를 통제할 뿐, 직접적으로 대북전단 살포를 막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문재연 기자 munj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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