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용산·강정…국가폭력이 만든 절박한 연결 [왜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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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경남 밀양 할매와 서울 용산참사 유가족은 연결되어 있었다.
2014년 6월11일 밀양 단장면 용회마을 승학산 정상의 101번 송전탑 공사 현장 농성장 움막에는 밀양 할매와 용산참사 유가족이 서로의 몸을 쇠사슬과 밧줄로 연결하고 있었다.
용산의 아파트를 뽑아낸다고 용산참사 피해자들의 삶을 되찾을 수 없지만, 탈핵으로 밀양의 송전탑을 뽑아낸다면 우리의 연결된 삶을 되찾을 수 있다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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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1 밀양 행정대집행 10년 ②
이원호 |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 활동가
10년 전, 경남 밀양 할매와 서울 용산참사 유가족은 연결되어 있었다. 은유적 표현이 아니다. 2014년 6월11일 밀양 단장면 용회마을 승학산 정상의 101번 송전탑 공사 현장 농성장 움막에는 밀양 할매와 용산참사 유가족이 서로의 몸을 쇠사슬과 밧줄로 연결하고 있었다. 2009년 1월 공권력에 의한 강제집행의 잔혹함을 겪은 용산참사 유가족들은 ‘밀양이 또 다른 용산이 되게 할 수 없다’라는 절박한 심정으로, 공권력에 의한 행정대집행이 예고된 밀양 할매들과 연대했고, 서로의 몸을 연결했다. 당일 우리의 물리적 연결을 절단기로 자르며 진압한 국가폭력의 잔인함은, 역설적으로 우리를 더욱 단단하게 연결했다.
밀양과 용산의 연결은 한편으로 잔인하고, 한편으로 애틋하다. 다른 시간, 다른 장소에서 다른 사건을 겪었지만, 똑같이 국가폭력의 고통을 겪으며 같이 위로하고 같이 싸워왔다. 밀양과 용산 모두 수십년 뿌리내리며 살아온 삶터를 지키고자 했다. 하지만 우리는 국가에 의해 철저히 버림받고 잔인하게 내몰렸다. 뿌리내린 우리의 삶을 뽑아낸 자리엔 765㎸ 송전탑과 43층 주상복합 아파트가 높이 솟았다. 밀양 송전탑과 용산 주상복합 아파트의 높이는 짜 맞춘 듯 140여m로 거의 같다. 높이 솟은 밀양의 송전탑은 용산의 주상복합 아파트의 밤을 대낮같이 화려하게 밝혔다. 송전탑 선로로 연결된 아파트의 화려한 불빛은 도시의 발전을 상징했다. 하지만 도시의 승리를 위해 삶터를 뺏기고 밀려난 이들은 밀양에도 용산에도 존재했다. 자본의 상징물이 높이 솟을 때 우리의 삶은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졌다.
밀양과 용산의 연결은 2012년 생명평화대행진과 대한문 앞 ‘함께 살자 농성촌’에서부터 애틋해졌다. 당시 국가폭력의 상징과도 같은 용산참사 유가족들과 쌍용차 해고노동자,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 주민들은 제주부터 서울까지 행진하며 밀양 할매들을 만났고, 함께 부둥켜 울었다. 서울에 도착한 용산·쌍용차·강정은 밀양과 함께하는 탈핵 운동 진영과 함께, 쌍용차 해고자인 김정우 지부장이 35일째 단식농성 중인 쌍용차 희생자 분향소 옆에 천막을 치고 ‘함께 살자 농성촌’을 세웠다.
‘함께 살자’라는 구호는 국가폭력이 만든 참으로 잔인하고 애틋한 연결의 구호였다. 2009년 용산 망루에서 철거민들이 외친 “여기, 사람이 있다”라는 절규와도 맞닿아 있었다. ‘건물은 철거해도, 우리의 삶은 함부로 철거할 수 없다! 부수면 그만인 건물이 아니라 여기,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란 말이다!’라는 외침은 ‘사용하다 필요 없어졌다고 버려도 되는 부품이 아니라 함께 살아야 할 사람’이라는 노동자들의 절규와 맞닿았고 ‘느그들 서울에 전기 갖다 쓰며 야밤을 대낮같이 밝히기 위해 우리 마을을, 공동체를 파괴하는 기 말이 되나? 느그들만 잘 살지 말고, 우리도 함께 살자’는 절박한 외침이자 연결이었다.
이제 국가폭력이 만든 잔인한 연결을 애틋한 수많은 연결로 이어 가자. 송전탑과 아파트의 연결을 끊고, 우리가 연결하자. 이윤의 연결을 끊고 삶을 연결하자. 용산의 아파트를 뽑아낸다고 용산참사 피해자들의 삶을 되찾을 수 없지만, 탈핵으로 밀양의 송전탑을 뽑아낸다면 우리의 연결된 삶을 되찾을 수 있다고 확신한다. ‘밀양 행정대집행 10년, 윤석열 핵폭주 원천봉쇄 결의대회’에서 우리의 애틋한 연결을 위해, 용산은 다시 밀양 희망버스를 탄다. 6월8일 밀양에서, 함께 살기 위해 애틋하게 연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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