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1000달러선에서 추격 매수…AI 고점 매수는 아닐까[서학픽]

권성희 기자 2024. 6. 3.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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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학개미 탑픽]

엔비디아의 호실적을 계기로 서학개미들이 엔비디아를 비롯한 AI(인공지능) 반도체와 서버회사 순매수를 재개했다.

그러나 지난 5월30일 장 마감 후 PC 및 서버회사인 델 테크놀로지스의 실적이 투자자들을 실망시키면서 서학개미들의 AI 하드웨어주 매수가 단기 고점에서 이뤄졌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AI 하드웨어주에 대한 순매수와 더불어 반도체주와 나스닥100지수 하락시 3배 수익을 얻는 인버스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 역시 매수 우위를 나타낸 것도 눈에 띈다.

반도체주와 나스닥100지수 상승시 3배 수익을 얻는 레버리지 ETF에 대해서는 대대적인 차익 실현이 이어졌다. 단기적으로는 반도체를 비롯한 대형 기술주가 추가 상승하기보다는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서학개미들의 판단을 반영한다.

서학개미 순매수·S&P500지수 추이/그래픽=이지혜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서학개미들은 지난 5월22일부터 29일(결제일 기준 5월27~31)일까지 미국 증시에서 2억2622만달러를 순매수했다. 주간 순매수 규모가 2억달러를 회복하기는 3주일만이다.

참고로 미국 증시는 지난 5월28일부터 결제주기가 기존의 매매일+2일에서 매매일+1일로 바뀌었다. 이에 따라 미국 주식에 대한 국내 결제주기도 기존의 매매일+3일에서 매매일+2일로 단축됐다.

따라서 결제일 기준 5월27~31일 사이의 결제 금액은 기존 결제주기라면 5월27일이 미국 휴장이었던 만큼 5월22~28일 4거래일 동안의 매매를 반영해야 하지만 결제주기 변경으로 29일까지 5거래일간의 매매를 반영하게 됐다.

결제주기 변경으로 5월30일 결제분은 지난 5월24일과 28일 2거래일 동안 이뤄진 매매의 결과를 모두 반영하게 됐기 때문이다.

5월22~29일 서학개미 순매수 상위 종목/그래픽=이지혜


지난 5월22~28일 사이에 서학개미들은 엔비디아를 가장 많은 8797만달러 순매수했다. 지난 5월22일 장 마감 후 엔비디아가 또 한 번의 깜짝 실적을 발표한데다 10 대 1로 주식 분할까지 결정하자 실적 발표 직후 주가가 1000달러를 넘어섰음에도 추격 매수한 것으로 보인다.

서학개미들은 엔비디아 주가가 850달러를 넘어서면서부터 4주 연속 순매도로 일관하다 호실적을 계기로 1000달러대에서 순매수로 돌아선 것이다.

서학개미들은 엔비디아뿐만 아니라 AI 서버로 실적 성장세가 주목되는 델 테크놀로지스와 슈퍼 마이크로 컴퓨터도 4308만달러와 1783만달러 순매수했다.

AI가 가능한 PC와 스마트폰이 본격적으로 등장할 때 수혜가 기대되는 반도체회사인 퀄컴도 2938만달러 순매수하고 데이터센터에 전력 및 열기 냉각장치를 공급하는 버티브 홀딩스도 1678만달러 순매수했다.

이른바 엔비디아 수혜주와 AI 유망주를 고루 담은 것이다. 하지만 엔비디아와 함께 상승 질주하던 AI 하드웨어주들은 5월30일부터 31일까지 급락했다.

5월30일 장 마감 후 델의 실적 발표를 앞두고 주가 상승세가 과도했다는 인식에 일부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온데 이어 막상 공개된 실적이 그간의 주가 급등을 정당화할 만큼의 '서프라이즈'는 아니라는 평가가 나오면서 델의 주가가 급락했기 때문이다.

델의 주가는 5월30일에 5.2%, 31일에 17.9% 급락했고 다른 AI주들도 델 충격에 일제히 하락했다. 미국 증시가 전통적으로 약세를 보이는 여름 시즌에 들어선데다 어닝 시즌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어 새로운 상승 촉매가 부재한 가운데 서학개미들이 단기 고점에 AI 수혜주들을 매수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애플·배당주에도 관심
서학개미들은 애플도 간만에 1734만달러 순매수했다. 190달러를 넘어섰던 애플이 잠시 190달러 밑으로 떨어지자 매수세가 유입됐다. 애플은 5월24일부터 31일까지 5거래일 연속 오르며 다시 190달러선을 회복했다.

서학개미들은 AI 수혜주와 함께 배당주에 관심을 보였다. 부동산 리츠(REITs)로 월배당 상품인 리얼티 인컴 코프(O)를 4529만달러 대거 순매수하고 슈왑 미국 배당주 ETF(SCHD)도 2009만달러 매수 우위를 나타냈다.

AI 수혜주를 대대적으로 순매수한 동시에 증시 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 ETF가 간만에 서학개미들의 순매수 상위 10위 안에 진입한 것도 주목된다.

서학개미들은 ICE 반도체지수를 반대로 3배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베어 3배 ETF(SOXS)를 3829만달러 순매수했다. 순매수 상위 10위 안에 들진 못했지만 나스닥100지수를 반대로 3배 추종하는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숏 QQQ ETF(SQQQ)도1377만달러 매수 우위를 보였다.

미국 증시의 꾸준한 상승을 기대하는 서학개미들은 S&P500지수를 그대로 추종하는 뱅가드 S&P500 ETF(VOO)를 1445만달러 순매수했다. VOO는 3주째 순매수 상위 10위 안에 포함됐다.

5월22~29일 서학개미 순매도 상위 종목/그래픽=이지혜

ICE 반도체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3배 따르는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배 ETF와 나스닥100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3배 따르는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 ETF(TQQQ)에 대해서는 대규모 차익 실현이 계속됐다.

서학개미들은 SOXL을 2억6915만달러 대거 순매도했다. TQQQ는 4736만달러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이외에 비트코인 자산이 많아 비트코인 수혜주로 꼽히는 마이크로스트레티지를 1081만달러 순매도했다. 매그니피센트 7 가운데 아마존과 메타 플랫폼, 알파벳 클래스 A는 각각 1037만달러, 801만달러, 798만달러 매도 우위를 보였다.

AI 수헤주인데도 영국의 반도체 디자인 회사인 암(ARM) 홀딩스는 814만달러 순매도됐다.

서학개미들의 거래가 활발한 테슬라는 주가가 170달러대 후반에 머물며 매수와 매도가 팽팽한 접전을 벌인 결과 25만달러 소폭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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