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펙스 소집한 최태원 "기업가정신으로 SK 키웠다"
명예 위해 진실 바로 잡을 것"
계열사 CEO 등 20명과 대응 논의
노태우 비자금 300억으로 성장?
"정부 압력에 이통사업권 반납"
崔 "경영 매진…구성원 동요말라"
3일 열린 SK수펙스추구협의회 긴급 회의를 소집한 이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었다. 평소 수펙스추구협의회에 참석하지 않던 최 회장이 지난 주말 회의 소집을 요청한 건 이번 소송이 개인의 사생활 문제를 넘어 SK그룹 경영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재산분할 여파로 SK그룹 경영권이 위태로워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와 SK그룹의 이미지가 추락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기업가 정신 무시한 판결”
최 회장은 이날 오전 7시부터 한 시간 넘게 진행한 회의에서 “SK의 모든 구성원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여러 차례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판결에는 유감과 아쉬움을 표했다. 오랜 기간 쌓아온 SK그룹의 가치는 물론 구성원들의 명예와 자부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사법부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는 생각엔 변함없지만 (이번 판결은) SK가 성장해온 역사를 부정한 것”이라며 “SK와 구성원 모두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진실을 바로잡겠다”고 강조했다.
최창원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과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등 20여 명도 항소심 판결이 SK그룹의 가치와 역사를 훼손했다는 점에 동의했다. 또 진실 규명과 명예 회복에 적극 나서기로 뜻을 모았다. SK그룹이 문제 삼는 대목은 1991년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이 최 회장의 선친인 고(故) 최종현 전 회장에게 흘러 들어갔고, 이 자금이 SK그룹의 성장에 상당한 역할을 했다고 판단한 부분이다. 최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1988년 결혼한 이후 제2이동통신 사업 등에서 노 전 대통령의 역할이 컸다는 일각의 주장을 재판부가 받아들여서다.
최 회장은 이날 직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노태우 정부 시절인 1992년 다른 경쟁 후보들을 압도하는 최고 점수를 얻어 제2 이동통신 사업자로 선정됐으나 1주일 만에 사업권을 반납한 것은 역사적 사실”이라며 “이동통신사업 진출은 정경유착이 아니라 철저한 준비와 실력으로 이뤄낸 것”이라고 말했다. SK는 김영삼 정부 출범 이후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을 인수해 이동통신사업에 진출했다. 한 CEO는 “정경유착이나 부정한 자금으로 성장한 것처럼 법원이 사실을 곡해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재판부가 “최종현 회장이 노 전 대통령과의 사돈 관계를 방패막이 삼아 위험한 경영을 감행했고 결과적으로 성공했다”고 표현한 부분도 반박했다. SK그룹 관계자는 “가진 걸 모두 쏟아붓는 모험 없이 성공한 기업이 세상에 어디 있느냐”며 “재판부가 한국의 기업가 정신 자체를 무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은 차질 없이 진행”
최 회장과 CEO들은 판결 이후 경영에 미칠 파장 등도 점검했다. SK그룹은 이번 판결이 최 회장의 기업 경영과 대외 활동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SK그룹 경영에 한층 매진할 것”이라며 “구성원 모두 동요하지 말고 일에 전념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번 판결 이후 최 회장의 대외 활동이 위축되면서 연구개발(R&D)이나 시설 투자 등이 적기에 이뤄지지 못할 수도 있다는 일각의 해석을 일축한 것이다.
현재 진행 중인 SK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 재조정 작업도 차질 없이 이어가기로 했다. 최 회장은 “그린·바이오 등 사업은 ‘양적 성장’보다 내실 경영에 기반한 ‘질적 성장’을 추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SK는 연초부터 전사적으로 여러 개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해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과 최적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중복된 사업을 조정하고 비핵심 사업을 정리하는 등 질적 성장으로 방향을 트는 작업이다.
최 회장은 “반도체 등 디지털 사업 확장을 통해 인공지능(AI) 리더십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며 “그룹 DNA인 SK경영관리시스템(SKMS) 정신을 바탕으로 고객에게 사랑받고 대한민국 사회에 기여하는 모습을 보여주자”고 말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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