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폴리시, 최고 정책전문가가 말한다] 저출생 시대, 금융 역할이 중요하다
0.72! 지난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이다. 역사상 어느 국가도 받아보지 못한 참담한 성적표다.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준다. 통계청은 2025년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0.65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고, 작년 말 뉴욕타임스는 '한국은 소멸하는가?'라는 제하의 기사를 싣기도 했다.
한국의 인구 피라미드는 어느새 50~60대가 두터운 항아리형이 되었고, 역삼각형 모양으로 빠르게 변해가고 있다. 내년이면 총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의 비중이 20%를 넘는 초고령사회가 된다는데, 그리된다면 65세 이상이 14%인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넘어가는데 고작 7년밖에 걸리지 않는 셈이다. 이 또한 세계 신기록이다.
2019년을 정점으로 생산연령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하면서 우리나라는 경제 전반의 노동 투입과 노동생산성 하락을 심각하게 걱정하기에 이르렀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앞으로 기업들이 인공지능 등 자본투자를 늘린다면, 한동안 직장의 불안정성으로 인해 아이를 갖는 부담은 더 커질 것이다.
이처럼 현기증 나는 변화는 우리 사회가 앓고 있는 만성질병들의 산물이기도 하지만, 그 자체가 새로운 문제들을 빚어내기도 한다. 생산연령인구가 줄면서 당장 연금 수급에 차질을 빚고 있고 국가재정에 큰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프랑스, 독일, 스웨덴 등 많은 국가들이 일과 가정을 병행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들에 집중했고, 출산율을 일정 수준 높이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이를 뒷받침하는 정부의 정교하고 지속적인 출산율 제고 정책이 핵심적인 역할을 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렇다면 이 문제에 대해 금융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사실 출산가구에 대출 좀 더 해주고 이자 깎아준다고 출산율 제고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되겠는가? 워낙 많은 사회구조적 문제들과 얽혀 있어 신박한 금융상품이나 일부 세제혜택만으로 이 문제가 쉽게 해결되리라 기대할 수 없다.
필자는 소위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포함시켜 접근해보자는 제안을 하고 싶다. 저출생 문제가 전 세계 모든 나라가 직면한 공통의 이슈는 아니지만 우리에게는 엄연한 사회적 과제가 아닌가? 우리에게는 지구온난화만큼이나 심각한, 어쩌면 더 심각하고 시급한 문제일 수 있다.
일례로 이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는 기업에 대해 사회적 책임(S) 평가에 가점을 주거나, 그 기업이 발행한 채권을 지속가능금융상품으로 인정하고 투자자나 중개금융기관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방법을 찾아봄 직하다. 이 경우 사회적 과제 해결에 도움을 주므로, '소셜 본드'(social bond)라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
또한, 저출생 문제가 근본적으로 생활의 불안정에 기인한 바 크므로 금융권은 무엇보다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더 노력해야 한다. 인공지능 도입이 확산될 때에 대비해 노동의 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간과할 수 없지만 동시에 근로의 유연성도 높여야 할 것이다.
그 밖에 다양한 근무형태를 과감히 도입함으로써 육아부담을 덜어주는 등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는 근무환경과 기업문화를 만드는데 앞장서면 좋겠다. 또한, 출산가정에 대한 금융지원 강화는 물론, 나아가 생애주기별로 촘촘한 금융서비스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당국과 국회는 과감한 세제지원은 물론 저출생 현상 완화에 도움이 되고 금융시스템 안정에 심각히 저해되지 않는다면, 연관된 비금융서비스와의 결합도 폭넓게 허용해야 할 것이다. 금융회사가 이러한 흐름에 선제적으로 대비한다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요인으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저출생 문제는 우리와 미래세대 모두의 문제이기에 자칫 누구의 관심이 되지 못할 수도 있다. 우리가 저출생의 늪에서 빠져나오려면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이 조금씩이라도 힘을 보태야 한다. 긴 안목 없이는 일관된 정책추진도 불가능하다. 22대 국회에서는 이 문제에 관한 한 여야를 막론하고 총력전을 펴는 '협치의 모습'을 보이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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