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오피니언리더] `강경파` 아마디네자드 전 이란 대통령, 보궐대선 출마

이란의 대표적인 '반서방 강경파' 정치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67·사진) 전 대통령이 보궐 대통령선거 출마를 위해 등록했다고 2일(현지시간) AP 통신이 보도했습니다.

아마디네자드 전 대통령은 이날 이란 테헤란의 내무부 청사에서 대선 후보 등록을 마친 뒤 "세계에 건설적으로 참여하고 모든 국가와 경제 관계를 개선하겠다"고 밝힌 뒤 "봄(새 생명, 새로운 시대) 만세! 이란 만세!"를 외쳤습니다. 아마디네자드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이란 국기를 흔들며 "신은 가장 위대하다"고 외치며 성원을 보냈습니다.

이란혁명수비대 출신인 아마디네자드 전 대통령은 2003∼2005년 테헤란 시장을 거쳐 2005∼2013년 8년간 대통령을 연임했지요. 그는 재임 기간 핵 개발을 추진하고 이스라엘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으며 나치 유대인학살(홀로코스트)을 부인하는 등 이스라엘과 극단적으로 대립했습니다. 그는 "지도에서 이스라엘을 없애버리겠다"는 발언으로도 널리 알려졌지요.

그는 이란 내에서 포퓰리스트 정책으로 서민과 빈곤층의 많은 지지를 받았습니다. 공식 석상에서도 정장 대신 회색 점퍼를 입고 등장해 소탈하고 검소한 이미지를 부각했습니다. 그러나 이란을 고립시키고 경제·사회적 암흑기로 몰아 넣았다는 비판도 받습니다. 그가 2009년 대선에 재선했을 때 부정선거 의혹으로 전국적인 반정부 시위(녹색운동)가 일어났고, 정부가 이를 강경하게 진압하면서 수십명이 사망하고 수천명이 체포됐었지요.

그가 최종 대선 후보가 될지는 불분명합니다. 이란 총·대선에 후보로 출마하려면 헌법수호위원회의 자격 심사와 승인을 거쳐야 하기 때문입니다. 아마디네자드 전 대통령은 2017년, 2021년 대선에 도전했으나 헌법수호위원회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권력서열 1위인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 등 이란 고위성직자들의 위계질서에 공공연히 반기를 들었기 때문이죠.

AP통신은 아마디네자드 전 대통령의 후보 등록은 하메네이에 압력을 가하는 일이라고 짚었습니다. 헌법수호위원회가 이번에도 그를 거부할 가능성이 있지만 아직 하메네이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적임자를 찾지 못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란은 지난달 19일 헬기 추락 사고로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이 사망함에 따라 28일 보궐 대선을 치릅니다. 대선 후보 등록은 이달 3일까지입니다. 후보 명단은 11일 발표될 것으로 보입니다. 예정에 없던 대선인 데다 가자지구 전쟁으로 이스라엘과 대립이 첨예해져 국정 안정이 중요한 때라 개혁파·온건파 신청자는 자격 심사를 통과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습니다. 박영서 논설위원, A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