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찍은 네컷사진 SNS에 올려도 괜찮을까?

한겨레 2024. 6. 3.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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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성범죄 슬기롭게 대처하는 법
디지털 인권·성인지 감수성 높여야
피해자 상담지원에서도 10대 증가해
동의 없는 공유는 폭력이 될 수 있어
피해아동 야단치기보다 안심시켜야
아이들의 일상과 디지털 사용은 떼려야 뗄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해주고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 및 디지털 인권, 성인지 감수성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게티이미지뱅크
A는 같은 반 B와 친밀한 관계다. A는 B에게 자신의 셀카를 모바일 메신저로 몇 차례 보내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B에게 전송했던 자신의 셀카 사진이 선정적으로 합성돼 다른 반 친구인 C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시된 것을 보았다. 게시글에는 A를 조롱하는 내용의 댓글이 여러 개 달려 있었다. A는 평소 친하다고 생각했던 B에게만 셀카를 보내줬는데, C의 SNS에 게시되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사진이 합성된 것을 보고 너무나 불쾌하고 당황스러웠다.(출처: ‘디지털성범죄 예방교육’,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최근 이른바 ‘서울대 N번방’ 사건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위 사례는 이번 사건과 마찬가지로 디지털 성범죄의 대표적 유형인 ‘촬영물 성적 합성’(일명 ‘지인 능욕’)에 관한 예이다.

지난해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서 삭제 지원한 디지털 성범죄 피해 촬영물은 총 24만3855건이었고, 특히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은 전체의 21.6%인 5만2685건에 달했다. 피해자 상담지원에서도 10대가 24.6%로 2022년도(17.8%) 대비 6.8%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디지털 성범죄가 증가하고 있고, 피해자의 연령도 하향화하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 어떻게 하면 디지털 성범죄를 예방할 수 있을까?

우선, 디지털 성범죄에 해당하는 행위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디지털 성범죄란 크게 3가지 유형을 포함한다.

첫째, 촬영물을 이용한 성폭력으로, 상대의 동의 없이 신체를 불법 촬영한 후 사이버공간, 미디어, SNS 등에서 저장, 유포하거나 유포하겠다는 협박, 촬영물의 전시나 음란물과 합성 후 전시, 판매뿐 아니라 시청, 소지 등의 행위까지 포함한다.

둘째, 온라인 그루밍은 온라인 채팅, 모바일 메신저, SNS를 통해 성인이 아동·청소년에게 접근해 상대의 심리를 조정하고 길들여 성적 대화 및 성적 행위를 하도록 유인하는 그루밍 성폭력을 의미한다. 온라인 그루밍은 미성년 피해자가 스스로 촬영해 전송해준 촬영물을 유포 협박의 수단으로 삼아 좀더 높은 수위의 성적 촬영물을 요구하거나 오프라인 만남으로 유도해 또 다른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마지막으로, 사이버 공간 내 성적 괴롭힘이다. 디지털 매체를 이용해 성적 내용이나 음란행위를 보내거나 신상정보를 유출하는 행위, 온라인 커뮤니티 내 성적 명예훼손, 게임 내 성적 모욕 등이 해당한다. 이같은 디지털 성범죄는 아동·청소년성보호법, 성폭력처벌법, 정보통신망법, 전기통신사업법 등에 의거해 처벌할 수 있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가 발생했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무엇보다 증거자료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피해자들은 가해자의 협박이 두렵고, 부모님에게 피해 사실을 숨기기 위해 사진이나 영상, 대화 내용을 삭제하거나 초기화하고 채팅창에서 빠져나오는 경우가 많다. 이럴 경우 증거를 확보할 수 없어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 디지털 성범죄에 노출됐다면 날짜와 시간, 사이트 주소, 사진, 전송된 링크, 아이디 등을 캡처해 경찰서에 신고하거나 피해지원기관과 상담할 수 있다.

아동·청소년의 피해가 발생했을 때 양육자의 경우 자칫 아이들을 야단치거나 비난할 수 있는데, 이러한 태도는 이미 자책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죄책감만 가중시킬 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네 탓이 아니라, 가해자의 잘못’이라고 아이를 안심시키고, 불안하고 두려웠을 마음을 공감해주어야 한다. 또한, 평소 아이의 디지털 사용에 대해 부정적 태도를 보인다면, 디지털 성범죄가 발생해도 아이가 숨길 가능성이 높다. 아이들의 일상과 디지털 사용은 떼려야 뗄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해주자.

한편,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위하여 디지털 인권 및 성인지 감수성을 높이는 것도 필요하다. 내 휴대전화로 촬영한 친구의 모습이나 친구와 함께 찍은 네컷사진을 친구의 동의 없이 SNS에 올려도 괜찮을까?

친구가 포함된 사진이나 영상을 SNS에 올릴 권한은 친구에게 있다. 앞서 사례에서 친구가 보내준 셀카 사진을 동의 없이 다른 사람에게 전송하거나 온라인에 게시해 친구의 사진이 합성의 재료가 된 것처럼, 동의 없는 공유는 자칫 폭력이 될 수 있다.

디지털 성범죄에 슬기롭게 대처하는 구체적인 방법과 더 많은 정보는 ‘디클’(‘디지털 세상을 클린하게’, https://dicle.kigepe.or.kr)을 통해서 얻을 수 있다. ‘디클’은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원장 장명선, 이하 양평원)이 아동·청소년, 교사·양육자를 대상으로 디지털 성범죄 예방을 위해 게임·웹뮤지컬·브이로그 등 다양한 형식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지난 3월 양평원은 EBS와 공동 제작한 양육자 대상 콘텐츠 6편을 ‘디클’과 EBS 채널을 통해 공개했다. 이후로도 디클을 통해 9편의 콘텐츠를 순차적으로 공개할 예정이고, 올해 안에 온라인 성착취 예방교육 콘텐츠 3종을 추가로 개발해 보급할 계획이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 시 도움받을 곳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피해 촬영물 삭제, 법률 지원 등): 02)735-8994, https://d4u.stop.or.kr

▶여성긴급전화 1366(365일, 24시간 상담 가능): 국번 없이 1366, 카카오 상담(카카오톡 검색창에서 ‘women1366’ 검색)

▶청소년사이버상담센터(24시간 전화 상담): 국번 없이 1388, #1388 (24시간 문자·카카오톡 상담)

이정희 청소년상담사·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위촉 폭력예방통합교육 전문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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