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된 이가 만드는 창작물 '인공지능 예술'
예술가 대체론 '뜨거운 감자'…표절 공장 생성형 AI
고유 창작활동은 인간 몫…모호한 법제도로 규제 아직
기계에게 어려운 일이 있다면 그것은 단연 예술이다. 미(美)를 감각하고 향유하며 생산하는 행위는 단순히 습득으로 이뤄지는 게 아닌 경험하고, 느끼고, 다양하게 표현함으로써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미를 추구하는 행위는 인간에게도 쉬운 일은 아니다. 어떤 대상이나 현실을 감각기관으로 지각, 지성과 상상력을 통해 유희적이고 논리적 연관을 갖는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 내야 해서다. 하지만 지금의 기계(동력으로 실제 움직이는 장치를 포함한 관련 과학기술 프로그램을 총 지칭)는 예술을 만든다.
◇AI 예술가들의 거침없는 행보
4차 산업혁명 시대로 다양한 과학 기술 발전이 이뤄지는 가운데 눈부신 속도를 보이는 건 인공지능(AI)이다. 사람보다 훨씬 빠르고 정확한 연산 능력을 갖춰 산업이나 연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된다. 그리고 이제는 인간의 '감정' 표현 수단의 하나인 예술마저 섭렵하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구글의 '딥드림(DeepDream)'이다. 딥드림은 하나의 이미지가 입력되면 그 이미지 패턴을 인식, 요소를 잘게 나눠 데이터화 시킨 후 기존 학습된 이미지에 새로운 이미지를 적용하는 방식으로 작품을 창작한다. 비슷한 이미지로 보일 수는 있지만 작품 재료의 성질이나 질감 등 표현 방식이 전혀 다르다. 2022년엔 미국의 '콜라로도 주립 박람회 미술대회'에서 AI로 제작한 작품이 디지털 아트 부문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해당 작품의 작가였던 제이슨 앨런은 AI 프로그램인 미드저니를 통해 작품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을 만들어 제출했다. 그는 여러 키워드를 결합한 문장을 프로그램에 제시해 원하는 결과물을 받았다.
음악 분야에서의 활약은 더 하다. AI 작곡가 '에이바(Aiva)'가 작곡한 음악은 영화 제작사 소니픽처스 영화 OST에 활용됐다. 이에 프랑스 음악저작권협회(SACEM)는 에이바를 저작권자로 공식 인정, 작곡가로 등록했다. 일본에서 개발된 '사운드로우'도 몇 가지 키워드와 선택사항을 입력하면 단 몇 초 만에 그럴듯한 음악을 여러 개 만들어내는 등 AI는 하나의 예술가로서 창작물을 만들어내고 있다.
◇신기술 접목한 미래 문화예술교육
기술 발전에 발 맞춰 미래 문화예술교육도 바뀔 전망이다. 지역 예술계는 AI 프로그램을 예술 활동과 연계해 작품을 만드는 등 AI를 체험하는 교육 지원에 나서는 모습이다. 대전문화재단은 10여 회째 예술과 과학 융복합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아티언스 캠프'를 진행 중이다. 카이스트 IT융합 연구소 등이 예술·과학 융복합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모델을 개발, 지역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육한다.
지난해 아티언스캠프에 참여한 이채석 카이스트 박사는 AI를 활용한 산출물을 공개했다. 당시 주제는 'AI는 사람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을까'로, AI와 사람을 융합하는 방식으로 결과를 도출했다. 이 박사는 AI 프로그램에 '인공지공을 의인화를 한다면 여성일 것'을 키워드에 입력, 'AI 여자 1-2'를 만들었다. 산출물이 나오는 시간은 약 5분 정도다.
이 밖에도 장르별 예술가와 협업해 작품을 만들어내거나 AI 초상화나 스피커 등 생성형 AI 프로그램을 체험하는 교육 프로그램이 계속 나오는 모습이다.
◇예술가 고통의 산물, 표절공장으로
데카르트는 말했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하지만 지금의 사람들은 AI를 보고 말한다. "이제는 네가 생각해라." AI는 사람들의 상상을 최소한의 시간으로 간소하게, 그런데 또 최대한 완벽하게 구현해 눈앞에 보여준다. 설령 창작물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시 명령어를 입력하면 돼 극강의 효율을 나타낸다.
이런 AI는 어떤 예술가들에게는 적이 된다. 예술가들은 오랜 시간 노력해 탄탄한 이론과 기초실력을 바탕으로 하나의 창작물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AI는 학습된 자료에 한해 창작물을 만든다. 그러다 보니 표절에 대한 위험성은 날로 커진다. AI는 인터넷에 올라온 모든 자료를 학습자료로 활용, 어떤 키워드에 대한 예술가의 창작물을 그대로 배워 표현하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에는 한 일러스트레이터가 자신이 그리지 않은 자신의 그림이 웹소설 표지에 쓰이는 일을 겪었다. 이 사건이 SNS를 통해 일파만파 커지면서 해당 웹소설을 출간한 출판사는 AI를 사용해 표지를 그린 작가와 계약을 해지하고, 웹소설 판매를 중단했다. 이런 사례가 지속 발생하자 예술업계는 AI가 '키보드 예술가'들에게 표절의 기회를 정당하게 제공하는 '표절 공장'이 돼 버렸다고 비판한다.
◇AI 예술 부작용 막을 법제도
AI가 만든 작품의 소유권은 누구에게 있을까? 기존 저작권법은 창작물 저작자가 사람이라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어 아직 명확한 답을 내놓기 어렵다. 다만 일부 예술업계는 AI를 통한 예술품을 기존 작가들의 모방품이라고 여기는 모습이다. 원래 작품을 따라 하거나 변형시킨 수준을 하나의 예술작품이라고 평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정부는 구체적인 정책 방안을 준비 중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올 11월까지 '인공지능(AI)-저작권 제도개선 워킹그룹'을 운영한다. 각 나라의 AI와 저작권에 대한 정책 대응을 살피고 AI 업계와 저작권 학계가 바라보는 균형점을 들여다본다. 또 AI 학습에 쓰이는 저작물을 적법하게 이용하는 방식부터 AI 학습데이터 목록 공개 여부, AI가 만드는 작품에 대한 저작권 침해 기준 등을 고민해 AI 산출물 저작권에 대한 해결 방안을 내놓을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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