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돋보기] 음악을 비타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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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플 여유도 없다' 라고 스스로를 조이며 지내던 유학생 시절, 특히나 미국대학에서 처음 수업을 맡게 됐을 때, 학업과 수업을 병행하는 도전과 긴장의 무게에 사로잡혀 힘든 줄도 모른 채 하루하루를 보냈다.
비타민 C의 맹렬한 섭취가 감기를 물리쳐 줄 것이라는 '무한신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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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플 여유도 없다' 라고 스스로를 조이며 지내던 유학생 시절, 특히나 미국대학에서 처음 수업을 맡게 됐을 때, 학업과 수업을 병행하는 도전과 긴장의 무게에 사로잡혀 힘든 줄도 모른 채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러다 1년에 한 번 정도는 감기몸살을 심하게 앓았던 것 같다. 그럴 때면 나는 어떤 의식처럼, 감기약을 챙겨 먹는 것 외에 100% 천연과즙 오렌지쥬스와 레몬과 생강으로 만든 차를 물리도록 마시며, 며칠 동안 '자체휴식시간'을 보냈다. 비타민 C의 맹렬한 섭취가 감기를 물리쳐 줄 것이라는 '무한신뢰' 때문이었다.
비타민 결핍은 각 비타민에 따라 다양한 건강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비타민 A는 피부 건강과 시력을 보호하고, B군은 에너지 생성 과정에 관여하며, C는 면역 체계를 강화한다. 또한 비타민 D와 K는 칼슘 흡수를 도와 뼈와 치아 건강을 돕고, E는 항산화제로서 세포를 보호 및 노화 지연의 역할을 한다. 이처럼 비타민이 적절한 신체 기능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듯, 음악도 우리 삶의 정서적 건강을 위해 반드시 챙겨져야 하는 것이 아닐까?
굳이 비타민 섭취를 염두에 두고 식단을 짜지 않더라도, 균형 잡힌 식단을 통해 다양한 비타민을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 가능하다. 마찬가지로 삶의 현장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의 단편들을 접하면서 우리 삶의 희노애락을 그때그때 아름답게 채색할 수 있다면, 음악은 일상 속에서 충분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식단이 불균형하게 짜여 있다든지, 좋지 않은 식재료나 가공식품 남용에 인해 건강을 해치게 된 경우라면, 식단개선과 함께 비타민 보조제를 따로 먹어야 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깊은 슬픔과 고통, 혹은 불의의 사고를 접하게 됐을 때는 행복한 일상의 회복을 위한 다양한 노력과 함께 보다 적극적으로 음악을 가까이하고 능동적으로 감상에 참여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다양한 종류의 비타민들이 각기 다른 기능을 담당하듯 음악도 시대별, 장르별, 역사·문화별 전통에 따라 각기 다른 질감의 감동과 에너지를 제공한다. 그러므로 보다 다양한 음악을 그리고 선별된 좋은 음악을 삶의 공간에 채우며 살아갈 때, 정서적으로 더욱 건강하고 풍성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 아무리 좋은 음악이라도 특정 스타일의 음악만을 편식하듯 취하게 되면, 더욱 풍성한 감동의 영역을 스스로 포기하게 되고 심지어 정서적으로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는 것이다. 마치 비타민 A를 과다 섭취할 때 간 손상을 일으킬 수도 있듯이 말이다.
음악은 예술적 영역에서 깊은 감동을 전달함은 물론, 추억의 시·공간으로 순간이동을 가능케 한다. 다양한 음악적 표현에 의한 위로와 치유를 체험하며 슬픔을 기쁨으로 승화시키커나, 정적인 분위기를 보다 생기있는 분위기로 전환시키는 것 또한 음악이 지닌 대표적 순기능들이다. 음악과 비타민은 모두 균형 잡힌 삶을 위한 중요한 요소이다. 음악을 통한 정서적 안정과 비타민을 통한 신체적 건강 유지가 조화를 이루면, 더욱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김민표 목원대학교 음악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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