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을 지킬까, 7곳을 지킬까…與에 드리운 상임위 ‘18대0’의 악몽

구민주 기자 2024. 6. 3.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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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평행선 속 22대 국회 원 구성 난항
민주, 與 ‘11대7’ 불응 시 상임위 ‘독식’ 예고
與, 법사위‧대통령실 담당 운영위 사수 주장하며 맞서
4년 전 18곳 모두 포기…“주도권 완전 상실” “또 역풍 불 것”

(시사저널=구민주 기자)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오른쪽)와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진표 국회의장과 면담을 마치고 나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한 후 각자 자리에서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22대 국회가 지난달 30일 개원했지만 본연의 역할을 다하기까진 험난한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국회 원 구성의 핵심인 18개 상임위원장 배분을 둘러싼 여야 이견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원 구성 법정 시한(오는 7일)을 앞두고 여야 지도부가 주말까지 만났지만 협상이 불발되면서, 4년 전 이맘때와 같은 민주당의 상임위 '독식' 상황이 재현될 가능성은 점차 커지고 있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지난달 중순부터 원 구성을 위한 협상에 돌입했다. 하지만 모든 법안이 거쳐 가는 '법제사법위원회'와 대통령실을 담당하는 '운영위원회' 등 주요 상임위원장 배분을 두고 여전히 평행선을 달렸다. 민주당은 두 상임위를 민주당이 가져가는 것이 이번 총선에서 나타난 '민의'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국민의힘은 그동안 여당‧제2당이 두 상임위를 맡아왔다는 '관례'를 내세워 맞서고 있다.

2020년 7월29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윤호중 위원장이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등을 상정하자 김도읍 미래통합당 간사와 유상범, 전주혜 의원이 위원장석으로 나와 항의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이번에도 7곳 받을 바에 전부 포기? 자충수일까 묘수일까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이 협상에 계속 무성의할 경우 국회법이 규정한 대로 원 구성을 진행하겠다"며 연일 경고하고 있다. 원만하게 협상이 이뤄지면 의석수 비율에 따라 상임위원장 자리를 민주당 11곳·국민의힘 7곳으로 배분하겠지만, 여당이 끝까지 버틸 경우 18개 상임위원장을 민주당이 모두 갖겠다는 의미다. 국민의힘으로선 협상에 응해 7곳을 얻느냐, 아니면 18석을 모두 민주당에 내어주느냐의 기로에 놓인 셈이다.

국민의힘은 미래통합당 시절인 4년 전, 21대 국회 개원 당시에도 비슷한 입장에 처한 바 있다. 통합당은 총선에서 압승한 민주당과의 상임위 협상에서 밀리자 18곳을 모두 민주당에 내어주는 '전략'을 택했다. 핵심 상임위를 모두 빼앗긴 채 7곳을 얻을 바엔 '거대 여당'이던 민주당의 '의회 독재' 프레임을 강화하고 모든 책임을 씌우겠다는 의도였다.

이 같은 결정은 당장 통합당의 자충수로 작용했다. 원 구성 직후부터 민주당은 쟁점 법안이던 공수처법과 부동산법 등을 단독 처리했다. 통합당 안팎에선 당초 자신들의 몫이었던 국토위원장까지 내어주면서, 부동산법까지 속수무책 본회의로 직행시켰다는 뼈아픈 지적이 이어졌다. 원내보다 '원외' 여론전에 올인하는 전략을 택했지만, 결국 그나마 지킬 수 있었던 원내 주도권조차 온전히 빼앗겨버리는 결과를 낳은 셈이다.

물론 당시 민주당의 상임위 독식이 그로부터 2년 후 대선에서 '심판'으로 작용했다는 받았다는 분석도 있다. 거대 민주당의 입법 독주에 대한 견제 여론이 발동해 정권이 교체됐으므로 결과적으로 자충수가 아닌 묘수였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국민의힘이 18곳을 모두 민주당에 내어주는 전략을 취하기엔 상당한 부담이 따를 전망이다. 4년 전 통합당이 '야당' 신분으로서 공격수 위치에 있었다면, 지금 국민의힘은 '집권여당'으로 지킬 게 많아졌다. 당장 대통령실을 둘러싼 각종 의혹들이 제기돼 있는 상황에서 운영위원장 등 주요 위원장 자리를 그대로 내어줄 경우 정권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여기에 조국혁신당 등 범야권 내 '강성' 공격수들도 늘어났다. 그동안 야당의 법안 처리에 '대통령 거부권' 카드로 맞섰지만, 이번 국회에선 범야권 의석수가 192석로 늘어나 거부권에 따른 법안 재의결을 막아내기도 만만치 않게 됐다. 협상 기한 내 민주당이 제시한 7곳이라도 차지해야 한다는 현실론이 제기되는 이유다.

"뾰족한 수 없다…'민주당 독재' 비판 여론 믿을 뿐"

법사위‧운영위 등 주요 상임위를 제외한 7곳이냐 아니면 또 다시 0곳이냐, 두 가지 길 앞에 놓인 국민의힘 지도부는 일단 끝까지 맞서겠다는 입장이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3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21대 국회 후반기에 운영된 상임위원장 배분이 우리 국민의힘 안"이라고 못을 박았다. 국민의힘은 21대 국회 후반기에 운영위와 법사위를 비롯해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외교통일위, 국방위, 기획재정위, 정보위 위원장을 맡았다.

추 원내대표는 이어 "4년 전 민주당이 원 구성을 독점했다가 정권 교체가 이뤄졌고, 결국 18개 상임위를 포기하지 않았나"라며 "민주당이 원 구성 운영의 틀을 완전히 바꿔 국회를 장악하겠다는 오만과 독선을 버려주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의회 민주주의를 무시하는 거대 야당의 행태는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이후 분명 더 크게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그러면서도 "우리 당으로선 당장 민주당의 의회 독재를 막을 뾰족한 수가 없어 무력감을 느끼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또 한 번 여론에 기대 보는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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