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A콜렉션] 이인희 '봉인된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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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희는 자아와 현실의 경계에서 한없이 흔들리고 숨 쉴 수 없는 감정의 파편들을 생명의 근원인 '숨'이라는 자신만의 표현 언어로 동시대의 상처를 치유하고, 예술로 환원하는 여성 특유의 심미안을 갖고 있는 작가이다.
이 작품은 이인희 작가가 부정할 수 없는 불안한 현실과 자신의 안식처인 기억에 존재하는 상실과 치유,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경계 속에서 절대적인 시간, 존재, 영혼을 찾기 위한 긴 여정의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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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희는 자아와 현실의 경계에서 한없이 흔들리고 숨 쉴 수 없는 감정의 파편들을 생명의 근원인 '숨'이라는 자신만의 표현 언어로 동시대의 상처를 치유하고, 예술로 환원하는 여성 특유의 심미안을 갖고 있는 작가이다.
이인희가 가장 오랫동안 추구한 작품세계는 '봉인된 시간'이다. 이인희는 그동안 현실 속에서 자신의 품에 들어온 사물에 애착을 갖고 생명을 다시 불어넣는 오브제 작품들을 선보여 왔다. 이것은 이 세상에 버려진 생선 비늘, 즉 생명을 잃은 생선 비늘을 닦고, 말려서 구두, 모자, 술잔, 접시, 주전자 등 일상의 오브제에 물고기 비늘 패턴을 그대로 다시 붙인 작품들, 그리고 정육점에서 잘려진 뼈를 갈아서 포도, 사과, 양말, 와인병 등의 형태로 다시 소성해서 만든 작품들을 제작해 왔다. 어찌 보면 마지막 생명의 끝자락을 부여잡고 싶은 한 인간으로서의 절실함, 그리고 이 사회에 대한 모순된 절망감을 자신의 치유예술로 다시 환원시키고 자신의 안식처에 봉인한 것이다. 이런 일련의 과정은 모두 이인희의 기억과 관계가 있다. 그동안 한 인간으로서, 혹은 여성으로서 불안한 현실 속에 복잡하게 자리 잡은 기억의 편린(片鱗)을 '손질된 일상, 봉인된 기억'으로 자신의 모든 감정을 이입하고 감내하며 사물들과 함께 세상을 파고드는 이인희만의 긴 숨을 발견하게 된다.
2012년에 제작한 '봉인된 시간'은 밭에 버려진 배춧잎을 말리고 형태가 부서지지 않게 '폴리비닐 아세테이트'로 코팅한 후 옷 형태로 이어 붙인 작품이다. 이 작품은 배춧값 파동으로 수확을 포기하고 밭을 갈아엎을 수밖에 없는 농민의 슬픈 애환을 예술가의 시선으로 애잔하게 바라보며 제작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이인희 작가가 부정할 수 없는 불안한 현실과 자신의 안식처인 기억에 존재하는 상실과 치유,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경계 속에서 절대적인 시간, 존재, 영혼을 찾기 위한 긴 여정의 결과물이다. 이 결과물들이 원상태로 되돌아간다고 해도 완전히 되돌아갈 수 없지만, '봉인된 시간'에서 만큼은 모든 존재의 의미를 영원히 간직하기를 기대해 본다. 김민기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연구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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