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단체 대북전단에 北은 오물 살포…경찰은 신중론, 시민은 불안

CBS노컷뉴스 박인 기자 2024. 6. 3.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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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오물풍선' 관련 112신고…3일 오후 기준 961건
북한 "대북전단 중단 안 하면 다시 보낼 것"
탈북민단체 "대북전단 계속 보낸다" 대치
접경지역 주민은 "현 상황 해결책은 대북전단 중단"
경찰 "탈북민단체에 대한 제재 검토하고 있지 않아"
연합뉴스


북한이 탈북민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이유로 약 1천개의 대남 오물 풍선을 살포한 가운데 일부 탈북민 단체가 대북 전단 살포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정부와 경찰이 "탈북민 단체에 대한 제재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신중론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북한 오물 풍선의 직접적 피해를 입고 있는 시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北 "대북 전단 멈춰라"…탈북민단체는 "계속 보낼 것"

경찰청은 3일 대남 오물 풍선과 관련한 112신고가 지난달 28일 오후 9시부터 이날 오후 5시까지 총 961건 접수됐다고 밝혔다. 이중 물체 발견 신고는 644건, 재난문자 문의 신고는 317건으로 집계됐다.

경기도 내 북한 접경 지역은 물론 서울 등 수도권까지 북한의 오물 풍선이 떨어지면서 시민 피해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차량 파손 등 재산 피해까지 발생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달 28일부터 전날까지 1천 개 가까운 오물 풍선을 남쪽으로 날려 보냈다. 북한은 탈북민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이유로 들며 자신들의 오물 풍선 살포를 정당화하고 있다.

전날 정부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려 하자 북한은 오물 풍선 살포를 멈추겠다고 밝히면서 동시에 "반공화국 삐라(전단) 살포를 재개하는 경우 발견되는 양과 건수에 따라 100배의 휴지와 오물량을 다시 집중 살포하겠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탈북민 단체는 북한의 사과를 요구하며 계속해 대북 전단을 보낼 것이란 입장을 내놓았다.

자유북한운동연합 박상학 대표. 연합뉴스


탈북인단체총연합회 한창권 회장은 이날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번 달 안에 (대북 전단을) 보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 회장은 "10년 동안 풍선을 보냈지만 북한의 경제적 사정을 봤을 때 (북한은 오물쓰레기 등 맞대응 조치를) 지속할 수 없다"며 "(북한은) 수소의 질도 낮고 다른 화학물질과 많이 섞을뿐더러 전기 사정도 열악하기 때문에 100배로 보복한다고 말해도 그럴 힘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에서 '대변을 먹으라'는 말이 아주 심한 욕인 점을 감안할 때 오물 풍선은 북한이 (대북전단에) 큰 모욕감을 느꼈다는 뜻"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자유북한운동연합 박상학 대표도 이날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사과를 요구하며 "만약 사과하지 않으면, 당신이 행한 만행의 천 배, 만 배로 보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김정은은 대한민국 국민에게 오물 쓰레기를 보냈지만, 탈북자들은 2천만 북한 동포들에게 진실과 사랑을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직접 피해 입는 시민들은 불안…경찰은 일단 신중론

연합뉴스

일단 경찰은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한 제재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앞서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9월 '대북전단 금지법'이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한다며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조지호 서울경찰청장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대북으로 날리는 풍선에 대한 경찰의 제재는 현재로선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통일부 역시 민간단체의 대북 전달 살포 활동에 대한 자제를 요청하지 않겠다고 입장을 내놓았다. 특히 정부는 이번 북한의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 '9·19 남북 군사합의'의 전체 효력을 정지한다고도 밝혔다.

하지만 직접적 피해를 입고 있는 시민들의 불안은 커지고 있다. 전단을 둘러하고 양측이 강대강 대치를 보이자 또다시 오물 풍선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번지고 있다.

경기도 파주·연평도 등 접경 지역 주민들은 "최근 남과 북의 심각한 갈등으로 접경 지역 주민들의 삶이 위협받고 있다"며 "북한의 오물 살포는 대북 전단 대응 조처로 시작한 만큼, 이 상황을 해결할 해법은 심리전 확대가 아닌 대북 전단 살포를 단속해 중단하는 것"이라고 불안감을 호소했다.

서울 중구에서 만난 직장인 정모씨(37)는 "시민들이 거리를 걷는 것조차 두려움에 떨어야 하는가"라며 "무작정 강경하게 대응하는 것보다 정부가 국민들이 마음 편히 일상을 보낼 수 있게 현명하게 대처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북한의 오물 풍선 대응을 두고 '북한이 고도화된 대북 전단 살포기술에 위협을 느낀 결과'라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한 탈북민단체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번 오물쓰레기는 기술이 고도화된 대북선전에 북한이 위협을 느낀 것"이라며 "(최근) 풍선에 GPS 연동장치를 달아 휴전선을 넘어가면 전단이 한 장씩 인쇄하듯이 계속 날아간다. 또 드론 장비 안에 GPS를 넣어 풍선이 어느 위치에 가면 LED 조명이 터지거나, 스피커를 통해 케이팝 등 가요가 나온다. 스마트해진 풍선이 두려움을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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