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 무용담이기보다 보국안민 설파에 더 가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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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일년 내내 자주 먹는 만두를 처음 만든 사람은 제갈공명이다.
나관중의 '삼국지'를 읽어보면 제갈공명은 유비를 도와 신의 경지에 가까운 묘책으로 적군을 쳐부수며 죽고 나서도 위나라 장수 사마의를 완벽하게 속이는 신출귀몰한 인물이다.
무고한 사람을 희생시키지 않고 만두로 귀신을 달랜 제갈공명은 무사히 강을 건넜다.
제갈공명이 촉나라를 무너뜨릴 위나라 장수의 꿈에 나타나 '촉나라가 망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지만 죄 없는 백성들을 헤치지 말라'라고 당부하는 장면이 '삼국지'에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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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일년 내내 자주 먹는 만두를 처음 만든 사람은 제갈공명이다. 나관중의 ‘삼국지’를 읽어보면 제갈공명은 유비를 도와 신의 경지에 가까운 묘책으로 적군을 쳐부수며 죽고 나서도 위나라 장수 사마의를 완벽하게 속이는 신출귀몰한 인물이다.
흔히 ‘삼국지’는 권모술수, 전쟁, 살육, 황당할 정도의 과장이 넘친다고 알려져 있다. 조선왕조실록 선조 2년(1569년)의 기사를 살펴보면 기대승이라는 신하가 선조에게 “삼국지가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가끔 친구들에게 들어보면 허망하고 터무니없는 내용이 무척 많았다고 했다”라는 내용이 나온다.
죽은 관우가 갑자기 현생해 위기에 빠진 자기 아들 관흥을 구해주는 장면 등은 현실에서는 전혀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남을 속이는 술수와 살육이 넘치는 ‘삼국지’는 청소년에게 권할 책이 아니라는 의견도 많다. 과연 ‘삼국지’에 너무 빠지면 인간의 모든 행위를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먼저 봐야 할 것 같은 강박관념에 시달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장수가 휘두른 칼에 맞아 목이 떨어진 병사가 헤아릴 수도 없고 피가 강을 이뤘다는 장면도 자주 등장한다.
그러나 ‘삼국지’는 기본적으로 의(義)와 인(仁)을 강조하는 소설이기도 하다. ‘삼국지’를 지은 나관중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냉혹함과 용병술이 뛰어난 조조보다 의(義)와 인(仁)을 대변한 유비를 더 숭상했다. 제갈공명이 만두를 만들게 된 사연을 살펴보자.
남만 정벌을 끝내고 촉으로 귀환하던 제갈공명은 원통한 귀신들이 깃들여 거센 바람과 험한 물결이 치는 노수라는 강가에 이른다. 주변 마을 사람들은 제갈공명에게 강을 건너려면 반드시 제사를 지내 미친 귀신을 달래야 하며 재물로 사람 머리 아흔아홉과 검은 소, 흰 양을 받쳐야 한다고 이른다.
그러나 전쟁으로 이미 많은 살육을 한 제갈공명은 한 사람이라도 함부로 죽일 수 없다고 생각했다. 무고한 백성을 희생시키지 않기 위해 제갈공명이 생각해 낸 것이 만두라는 새로운 음식이다. 소와 말 고기와 국수를 반죽해 사람 머리 모양으로 빚은 다음 그 속을 소와 양의 고기를 채우고 삶은 음식을 사람 머리 대신 제사상에 올렸다. 무고한 사람을 희생시키지 않고 만두로 귀신을 달랜 제갈공명은 무사히 강을 건넜다.
서양 중세 전설에 따르면 로마 황제 콘스탄티누스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무고한 생명을 희생시키지 않았다. 그리스도교를 박해하던 그는 나병에 걸리고 말았는데 아이를 죽여 그 피로 목욕하면 낫는다는 소리를 듣고 그대로 하려고 했다. 그러나 졸지에 자식을 잃게 된 어머니들의 애통한 울부짖음을 듣고 차라리 자신이 죽기로 결심했다.
그때 꿈속에 베드로와 바오로가 나타나 박해를 피해 산에 숨어지내는 교황 실베스테르 1세를 찾아가라고 해서 그대로 하자 교황은 나병을 낫게 해주고 세례를 주었다. 이에 콘스탄티누스 황제는 그리스도교를 공인하고 수도 로마를 신에게 바쳤다.
냉혹하고 교활한 장수로 알려진 조조조차도 마을을 지날 때 익어가는 밀을 밟기라도 하면 목을 베겠다고 엄명해 부하들은 말에서 내려 밀 이삭을 헤치며 지나가야 했다. 제갈공명이 촉나라를 무너뜨릴 위나라 장수의 꿈에 나타나 ‘촉나라가 망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지만 죄 없는 백성들을 헤치지 말라’라고 당부하는 장면이 ‘삼국지’에 나온다. ‘삼국지’는 영웅들의 무용담이기보다는 나라에 이바지하고 백성을 편안하게 하자는 보국안민을 설파하는 소설에 가깝다.
박균호 교사, ‘나의 첫 고전 읽기 수업’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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