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에 석유” 처음 아니다…‘산유국 꿈’ 65년 번번이 좌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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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석유자원 탐사 역사는 길게는 65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976년 1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연두기자회견 때 "포항에서 석유가 난다"고 발표하며 온 국민을 들뜨게 하기도 했다.
지금은 고인이 된 한 유명신문 발행인은 회고록에서 당시 청와대의 발행인 초청 오찬에 참석해 포항에서 퍼올린 석유병 샘플을 구경시켜주는 박 전 대통령 앞에서 손가락으로 석유를 찍어 맛을 봤더니 1년 가까이 미뤄지던 윤전기 도입을 결재했다는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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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가스전 발견 들떴지만 소량생산 뒤 폐쇄
국내 석유자원 탐사 역사는 길게는 65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959년 당시 국립지질조사소가 전남 해남 우황리 일대에서 진행한 것이 최초의 기록이다. 1964년부터 1977년까지 경북 포항 지역에서도 석유탐사가 실시됐으나 모두 실패로 끝났다. 이후 육상보다 석유 부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바다 쪽으로 관심이 쏠렸다. 1979년 한국석유공사를 설립하며 본격적인 대륙붕 탐사가 시작됐고, 실제 천연가스층을 발견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상업적으로 크게 유의미한 성과를 보지는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석유공사는 동·서·남해 해역 대륙붕과 7광구로 잘 알려진 한·일공동개발구역(JDZ)에서 2022년 9월 말까지 모두 11만6549㎞의 2차원 물리탐사와 1만589㎢의 3차원 물리탐사를 진행했다. ‘물리탐사’는 레이더파나 탄성파 등을 활용해 지하자원 부존 가능성을 확인하는 것이다. 이렇게 해 석유 부족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 곳에는 모두 48개의 시추공을 뚫어 직접 확인하는 시추탐사를 벌였다.
그 결과, 1998년 울산 남동쪽 58㎞ 해역에서 ‘동해-1 가스전’이 발견됐다. 또 2005년 인근에서 ‘동해-2 가스전’이 추가로 발견됐다. 세계 95번째로 산유국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고 들떴지만, 이곳은 2004년부터 2021년까지 원유 4500만배럴 분량의 천연가스를 생산한 뒤 폐쇄되는 데 그쳤다.
1973년 10월 시작된 시작된 중동전쟁으로 ‘제1차 오일 쇼크’를 겪으며 산유국이 되는 것은 전 국민적 꿈이 됐다. 1976년 1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연두기자회견 때 “포항에서 석유가 난다”고 발표하며 온 국민을 들뜨게 하기도 했다. 발견된 양은 드럼통 한 개(200L) 정도의 소량이었지만, 당시 신문들은 텔레비전으로 기자회견을 보던 사람들이 일어서 만세를 부르는 사진까지 게재하며 산유국의 꿈을 부풀렸다. 지금은 고인이 된 한 유명신문 발행인은 회고록에서 당시 청와대의 발행인 초청 오찬에 참석해 포항에서 퍼올린 석유병 샘플을 구경시켜주는 박 전 대통령 앞에서 손가락으로 석유를 찍어 맛을 봤더니 1년 가까이 미뤄지던 윤전기 도입을 결재했다는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발견된 석유가 원유가 아니라 정제된 석유로 드러나면서 박정희 정부의 석유 발견 발표는 해프닝으로 끝을 맺었다.
제주도 남쪽에 있는 대륙붕 8만2000㎢에 설정된 ‘제7광구’도 같은 이름의 대중가요까지 나왔을 정도로 한 때 유명세를 탔다. 이 해역 개발을 놓고 일본과 갈등을 빚던 한국은 1974년 일본과 ‘대륙붕 협정’을 체결해 공동개발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이 협정은 오는 2028년 만료될 예정이어서, 그 이후 지리적으로 더 가까운 일본이 영유권을 주장하며 단독 개발에 들어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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