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젊은 퇴적층' 넓게 분포 … 석유 매장 최적 여건 갖춰"

고재원 기자(ko.jaewon@mk.co.kr) 2024. 6. 3. 18: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질학계 향후 개발 전망
신생대 3기층 두꺼운 포항
'지질자원 보고' 상업화 기대
바다밑 2천~3천m 지층
고생물 사체 많이 쌓여
석유 생성에 유리한 환경
"아직 단면적 조사 따른 추정
고생물 화석분석 필요" 지적

◆ 포항 석유가스전 ◆

정부가 우리 국민이 최대 29년간 사용할 수 있는 천연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목한 포항 영일만 앞바다는 '지질자원의 보고'로 불리는 신생대 3기 층으로 분류된다. 신생대 3기 층은 비교적 최근에 형성된 젊은 지질층으로 유기물과 바다 생물이 널리 분포해 과학계에서는 천연가스나 석유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을 제기해왔다.

3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유전과 가스전을 찾는 것은 지질학계의 오랜 염원이었다.

포항 영일만 해저 지질 구조를 연구한 바 있는 A교수는 이날 전화 인터뷰에서 "지난 50년간 한국 지질학계는 국내에서 유전이나 가스전을 찾기 위해 지속적으로 연구해왔다"며 "영일만 앞바다에 막대한 양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학계는 물론 국가에 매우 반가운 소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A교수는 이전부터 포항 지역에 관련 연구가 집중돼 온 것은 석유의 형성 원리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석유의 생성에 대해서는 여러 설들이 있다. 수억 년 전 생물의 사체로부터 만들어졌다는 '유기성인설'과 지구 내부의 탄화수소 등이 지각 틈새로 고여 석유가 만들어졌다는 '무기성인설'이 대표적이다. 학계에서는 유기성인설에 무게를 둔다.

유기성인설은 지압과 지열의 작용을 기반으로 한다. 수억 년 전 살았던 생물체의 사체가 바다 밑이나 호수 밑으로 퇴적되고, 이 사체가 지압과 지열의 작용을 받아 분해되며 석유가 생성됐다는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석유는 지하의 압력에 밀려 위로 올라오다가 땅속의 암석층에 가로막힌다. 석유 위로는 천연가스 층이 형성된다. A교수는 "천연가스는 석유가 지압과 지열 작용을 받으며 탈 때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석유나 가스가 매장된 퇴적층은 보통 깊이가 2000~3000m인 지층에 존재한다. 이 지층 역시 그 위로 퇴적물이 쌓이며 지압과 지열 작용이 더 강해진다. 시간이 지나면 이 작용 때문에 석유와 가스는 사라진다. 중생대 시기에 형성된 더 오래된 지층에 비해 비교적 최근의 지층인 신생대 3기 층에 석유와 가스가 존재할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포항은 국내에서 신생대 3기 층이 제일 넓고 두껍게 분포하는 지역이다. 영일만 규조토 광산지역 일대에는 국내 타 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벤토나이트나 불석을 비롯한 비금속광 매장량도 풍부하다.

A교수는 "이런 이유로 지질학계에서는 포항과 경주 지역 일대에 대한 연구를 이어왔다"며 "이를 통해 포항 지역에서 가스전 개발에 성공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다만 과기계에서는 이번 물리탐사 결과가 아직 추정에 가깝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추가 탐사를 통해 정확한 매장량이나 매장 위치, 경제성 등을 모두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 소재 대학 해양지질학 전공 B교수는 "이번 물리탐사 결과는 2차원(2D)의 단면적 지질조사를 통해 가능성을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아직 매우 개략적인 추정 정도이며 고생물 화석 분석 등을 통한 디테일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추산한 매장량 자체도 최대 140억배럴이지 최소는 따지지 않았다"며 "그간 국내 지질학계에서는 '포항에는 추출할 만한 경제성을 갖고 있는 유전이나 가스전이 없다'는 게 중론이었기에 이를 뒤집을 만한 명확한 연구 결과가 되려면 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석유·가스전 개발은 지질조사와 물리 탐사, 탐사 시추, 상업 개발의 단계로 진행된다. 이번에 정부가 공개한 조사 결과는 물리 탐사 결과로 2단계까지 거친 것이다.

정부는 산업통상자원부의 탐사 시추 계획을 승인했다. 물리 탐사에서 획득한 자료를 기반으로 시추 위치를 정하고, 직접 땅에 구멍을 뚫어 석유와 천연가스의 존재 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다. 최소 5개의 시추공을 뚫는다. 결과는 내년 상반기 중 나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A교수는 "시추공 하나를 뚫는 데 1000억원이 넘는 비용이 든다"며 "시추공에서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다면 그 비용은 모두 매몰되기에 철저한 사전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추 탐사에는 2~3년의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가 지질자원 탐사 임무를 부여받은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관계자는 "종합적인 데이터가 모이게 되면 매장량 등을 더 정확히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재원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