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140억배럴 유전 발견"] 성공땐 `오일쇼크` 고통 탈출… 관건은 경제성 확보
매장량 확인돼도 경제성 따져야"
전략자원 비축 등 긍정적 의견도
정부가 포항 영일만 일대에 140억배럴에 달하는 석유·가스가 매장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히면서, 업계에서는 "발표대로면 에너지 빈국에서 산유국이 되는 엄청난 일"이라며 신중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추정 석유 매장량(약 35억배럴)만 우리나라의 3년 반 원유 수입량에 육박하는 만큼, 중동발(發) '오일쇼크'가 시작되더라도 경기침체의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다만 올해 12월에 계획된 시추 작업에서 실제 매장량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과도한 낙관론은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035년 상업화에 성공해도 채산성과 당시의 국제유가까지 변수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3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경북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서 140억배럴 정도의 석유가 가스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고 그중 4분의 3이 가스, 석유가 4분의 1"이라며 "2027~2028년쯤 공사를 시작해 2035년 정도에 상업적 개발이 시작될 수 있다"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정유 4사가 한 해에 수입하는 원유량은 약 10억배럴 정도다. 단순 계산으로 영일만 바다의 석유 매장량이 약 35억배럴이라면 국내 정유 4사가 수입하는 양의 약 3년 5개월 치나 된다.
그러나 실제로 시추를 해봐야 경제성을 평가할 수 있다는 신중론도 만만찮다. 정부가 공개한 동해 심해 물리탐사 결과에서 얻은 데이터는 잠재적인 자원의 존재 가능성일 뿐, 실제 얼마나 많은 석유나 가스가 매장돼 있는지나 품질은 시추를 통해서만 정확히 확인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성원모 한양대 자원환경공학과 교수는 "탐사 결과로 예상되는 자원량이 실제로 존재할 확률은 반반, 즉 50% 정도로 볼 수 있다"며 "지금으로서는 아무것도 결론적으로 얘기할 수는 없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성 교수는 "한국석유공사가 국내 유일하게 시추 기술을 가지고 있는 만큼 절차와 매뉴얼은 이미 다 가지고 있을 것"이라며 "만약 수심이 500~600m가 된다면 약 1200억원이 소요되는데, 전략적으로 몇 곳의 구멍을 뚫을지, 또 심해 해저 시추에 경험이 있는 업체는 누구를 쓸 것인지 등에 관해 계획을 세우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전문적인 해외업체에 용역을 준다고 해도 자체 기술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용역 관리에는 아무 문제가 없을 텐데 중요한 것은 시추 결과"라고 덧붙였다.
과거 '영일만 석유 발견'의 사례 등도 고려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1976년 1월 15일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발표하면서 1차 오일쇼크(1973~1974년)로 고통을 겪었던 국민들은 산유국의 꿈이 이뤄질 것이란 기대감에 한껏 부풀었다. 하지만 1년여 만에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판명돼 개발이 중단됐다.
정부는 연말까지 1차 탐사 시추에 착수할 계획이다. 1차 시추에서 개발 가치가 없는 것으로 판단되더라도 최소 5차에 걸쳐 부존 가능성을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산업부 역시 "이제 막 시추를 시작하는 단계인 만큼 차분히 기달려달라"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채산성과 국제유가의 불확실성도 신중론의 주 요인으로 꼽고 있다. 포항 영일만 일대에서 새롭게 유전을 발견해도 해양이나 심해는 접근이 어려워 기술적 난도가 높은 조건에서의 추출과 개발 비용이 훨씬 높은데, 본격적인 생산이 예상되는 2035년 국제유가가 낮게 형성될 경우 수익성 확보가 어려울 수 있다.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석유 시추 시 유종에 따라 다르지만 배럴당 통상 제조비용이 현재 3~7달러로 알려졌다. 국제유가가 80달러면, 나머지 73~77달러는 모두 이익으로 잡히는 셈이다. 하지만 사실상 자국 내에서 원유를 처음 뽑아내는 우리나라의 상황과, 육상보다 해상 시추가 비용과 난이도가 더 어렵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비용이 얼마나 들 지 예측하기 어렵다.
김태환 에너지경제연구원 석유정책연구실장은 "결국 2035년 상업화되는 시점부터의 유가 수준이 중요할 것"이라며 "만약 매장량이 확인돼도 뽑아 올리는데 100달러가 들고 유가가 50달러면 해외서 사 오는 게 맞다"며 "이런 많은 불확실성이 있지만 2035년에도 가스와 석유는 지금처럼 사용될 테니 채산성과 유가가 어느 정도 받쳐준다면 대한민국은 에너지 빈국에서 산유국이 되는 엄청난 일"이라고 평가했다.
정유업계 일각에서는 매장된 원유를 전략자원으로 비축하는 것만으로도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한 업계 관계자는 "산 넘어 산이긴 한데, 장기적인 관점에서 좋은 결과가 나온다면 중동 등 전통적인 석유 수입원에서 현재 발생하는 지정학적 리스크나 공급 중단 위험 등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된다"며 "수송경로가 짧아지고 액화천연가스(LNG) 중간 가공 단계를 생략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박한나기자 park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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