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없었다”→“야단 쳐”···대통령실 ‘VIP 격노설’ 달라진 해명, 자충수 될까
최근 ‘군 당국을 야단’ 취지 입장 내놔
대통령실 대응 놓고 여권 일각서도 우려
대통령실이 윤석열 대통령이 해병대의 채상병 순직 사건 수사 결과에 대해 군 당국을 질책했다는 이른바 ‘VIP 격노설’을 전면 부인하다가 최근 윤 대통령이 군 당국을 ‘야단 쳤다’는 취지로 달라진 입장을 내놨다. 이를 두고 “정치적으로 거짓말을 했다는 게 문제”라며 여권에서도 우려가 나오고 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지난달 31일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해 “처음 사고 났을 때 (군 관계자가 윤 대통령에게) 한번 야단 맞았고, 그 다음에 박정훈(당시 해병대 수사단장)이 수사한다는 것을 국방비서관이 보고해서 지적을 또 받은 것”이라며 “해병대가 오버했다. 박정훈이 야단을 자초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첩했던 것을 찾아다가 국방부 장관이 (추가로 수사할 사항들을) 추가해서 보냈다”며 “대통령 지시사항에서 잘못된 게 없다는 건 확실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채 상병 사건에 대한 해병대 수사 결과를 보고 받고 이에 대해 문제를 지적한 것을 대통령실이 인정한 셈이 된다. 대통령실은 논란이 커지자 3일 해당 고위관계자 발언은 정확하지 않은 내용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이 고위관계자는 다른 다수 언론과의 통화에서도 “수사권 없는 해병대 수사단이 군사법원법에 맞지 않게 혐의자를 많이 만들었으니 바로잡으라고 대통령이 야단 친 게 아니겠느냐”(한겨레)는 등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했다.
해당 고위관계자 발언은 지난해 대통령실 설명과 배치된다. 대통령실은 그동안 윤 대통령에게 채 상병 사건 관련해 보고한 적이 없다며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해왔다. 지난해 8월30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은 ‘지난해 7월31일 수석비서관 회의가 열린 건 맞지만 채 상병 사건이 보고된 적은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 조 실장은 채 상병 사건과 관련해 안보실에서 윤 대통령에게 보고한 적이 없냐는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조사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보고드린 바가 없다”고 답했다. 그는 민 의원이 “31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보고한 적 없다는 거죠”라고 되묻자 “없다”고 재확인했다.
조 실장은 당시 장철민 민주당 의원이 “국방부 장관이든 군사비서관이든 (국가안보)실장님이든 국방부의 누군가든 그 어떤 누군가도 대통령께 이 사안을 보고하는 건 없는 거죠?”라고 물었을 때도 “제가 알기로 없다. 조사에 관한 사항에 대해서 안보실이 디테일을 가지고 챙기거나 간섭하는 것은 안보실이 할 일이 아니라고 저는 굳게 생각한다”고 부인했다. 장 의원이 “그럼 윤 대통령님은 그냥 아예 몰랐던 거잖아요? 지금 이 논리대로라면”이라고 되묻자 조 실장은 “그러셨을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VIP 격노설’의 진실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며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이해식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31일 브리핑에서 대통령실 고위관계자 발언을 두고 “이 발언이 진실이라면 대통령이 채 해병 사건 조사에 구체적으로 개입한 것을 처음으로 인정하는 것”이라며 “대통령실과 국방부는 지금까지 대통령과 대통령실은 개입한 적이 없다고 일관되게 부인했다. 공수처 수사가 본격화되고 재판에서 전화 통화기록이 공개되면서 모두 거짓말로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대응에 대해 여권 일각에서도 우려가 나온다. 윤 대통령이 초반에 사실 관계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고 ‘거짓 해명’으로 의혹을 더 키웠다는 것이다. 한 검사 출신 여권 관계자는 통화에서 “애초에 대통령이 (박정훈 단장이) 이렇게 수사 범위를 정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서 바로잡으라고 한 것이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면 법리적으로는 싸워볼 만 했을 것”이라며 “정치적으로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 문제”라고 했다. 그는 “(대통령실의) 말이 계속 바뀌는 걸 보면 국민들이 이제 대통령실 말을 어떻게 믿겠냐”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이 직접 입장을 밝히는 것에 대해 대통령실은 진행 중인 수사에 가이드라인을 줄 수 있어 어렵다는 입장이다.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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