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감독의 리더십, "내부에서 '한국이 너무 강해'라고 말하면 성공할 수 없다"

(베스트 일레븐=싱가포르)

누가 봐도 현격한 전력 차가 나는 경기다. 싱가포르는 상대적 관점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한국과 대결한다. 지난해 11월 서울 대결에서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큰 점수 차로 패할지 모른다. 하지만 오구라 쓰토무 싱가포르 감독은 패배주의에 빠져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어찌됐든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는 점을 역설했다.

김도훈 임시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6일 싱가포르 국립경기장에서 예정된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5라운드에서 싱가포르와 대결한다. 객관적 전력상 싱가포르는 한국이 2차 예선에서 만나는 팀 중 가장 최약체다. 실제로 싱가포르는 지난 네 차례 2차 예선 경기에서 1무 3패에 그치는 등 다른 팀들에 비해 저조한 성과를 내고 있다.

하지만 오구라 감독은 부임 후 싱가포르 팬들에게 제법 기대를 받는 상황이다. 싱가포르는 3월 홈 중국전에서 격전 끝에 2-2로 비기며 소소한 파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최근 내림세가 심각하다는 평가를 받는 중국이라고는 하나, 한 수 위로 평가받는 팀을 상대로 전력상 열세를 딛고 승점 1점을 가져온 건 꽤 의미를 부여할 만한 결과다. 물론 싱가포르가 이 승점 1점으로는 최종 예선을 꿈꿀 수는 없지만, 적어도 중국의 운명을 뒤바꿀 수는 있다. 그때 그 무승부 때문에 태국에 밀려 탈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구라 감독은 싱가포르 매체 TNP 스트레이츠 타임스와 인터뷰를 통해 아무리 강한 팀을 만난다고 해도 주눅이 들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오구라 감독은 "팀 내의 누군가가 '한국은 너무 강해'라거나 '중국은 너무 잘해'라는 식으로 말한다면 우린 성공할 수 없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팀의 체력과 정신력 모두 강화시키는 게 목표다. 팀이 하나로 뭉쳐 강한 상대와 맞서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긍정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더 강한 팀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당면한 경기 승패보다 밑바닥을 단단히 다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냉정히 한국과 대결에서 싱가포르가 승점을 가져올 확률은 극히 드물다. 그들이 자부심을 가졌던 홈 중국전 때보다 난이도가 더 높은 도전이다. 하지만 그래도 주눅들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정식 사령탑을 뽑지 못해 3개월 째 어수선한 한국에 비한다면, 싱가포르는 적어도 오구라 감독 중심으로 똘똘 뭉쳐있는 게 보인다. 상대가 약체지만, 그점만큼은 부럽다.

글=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사진=NTP 스트레이츠 타임스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