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윤리가 있는 글쓰기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동물을 돌보는 일을 할 때에는 전문성을 바탕으로 근면하고 성실하면서 무엇보다 정직하게 업무에 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주키퍼'로서 직업윤리를 지키기 위해 꼭 하는 일은 바로 야생동물에 대한 기록 관리다.
동물을 관찰한 후 일어난 사실에 전문가로서의 현명한 판단을 더한 기록은 동물들과 동료들에게 의미 있는 자료로 남음과 동시에 좀 더 나은 행복의 밑거름이 되기 때문이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동물을 돌보는 일을 할 때에는 전문성을 바탕으로 근면하고 성실하면서 무엇보다 정직하게 업무에 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또한 내가 돌보는 동물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헌신하고 규칙을 준수하며 공존하려는 태도로 업무에 임해야 한다. 이러한 자세와 태도는 야생동물의 행복을 지키는 '주키퍼(zookeeper)'로서 마땅히 지키거나 행해야 하는 도리나 규범이 된다. 직업윤리라고 할 수 있는 이것이 지켜지지 않으면 동물도 사람도 병든 공간에서 함께 살아가게 된다. 어떤 직업이든 간에 이는 꼭 갖춰야 하는 중요한 요소인 것이다.
'주키퍼'로서 직업윤리를 지키기 위해 꼭 하는 일은 바로 야생동물에 대한 기록 관리다. 동물을 관찰한 후 일어난 사실에 전문가로서의 현명한 판단을 더한 기록은 동물들과 동료들에게 의미 있는 자료로 남음과 동시에 좀 더 나은 행복의 밑거름이 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일과를 마치고 하루를 되돌아보며 기록하는 일은 실수를 줄여주고 발전하는 나를 만들어준다. 그런 이유로 필자는 기록 관리 업무를 꽤 좋아했다. 그 덕분에 '주키퍼'이면서 초보 작가로의 행보를 시작할 수 있었다.
여전히 훌륭한 작가의 삶을 동경하는 초보 작가이지만, 앞서 말한 직업윤리는 글쓰기에도 매우 중요함을 절실히 느낀다. 발 없는 말이 천 리를 간다는 말처럼, 너무나도 쉽게 다양한 방법으로 남기는 SNS의 글이 우리의 현실 사회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얼굴과 주인이 없는 글에는 당연히 책임도 보이지 않는다. 사실이 아닌 추측이 더해진 내용은 사람들을 동요하고 동조하게 만들고, 쟁점을 보지 못하게 하며, 불필요한 감정을 부추긴다. 이를 지켜보는 이들에게 찾아오는 피로감 또한 결코 작지 않다. 안타깝게도 수위를 넘어선 자극적인 글들은 사람들의 관심에서 원동력을 얻는 듯하다. 또한 비윤리적인 글을 쓴 이들은 영웅이라는 착각의 탈을 쓴 채 세상에 혼돈을 초래하는 아주 황당하고 무서운 존재가 되기도 한다.
만인 저자의 시대라고 하지 않았나. 우리는 오래전부터 수많은 글에 너무도 쉽게 노출돼왔다. 이 시대를 피할 수는 없다. 세상의 흐름을 수용하되, 휩쓸리지 않기 위해서 과연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골똘히 생각해야 한다. 정답은 알 수 없다. 다만 모호한 실체에 시선을 빼앗기거나 맞서지 않고 스스로 그것을 거를 수 있는 지혜와 용기를 가지고, 윤리적이고 질적으로 우수한 글을 계속해서 쓰는 방법밖에 없지 않을까? 유리컵의 오염된 물을 정화하기 위해 깨끗한 물을 계속 부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것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와 인터넷 세상을 위한 일이지 않을까 싶다.
오늘날 윤리적인 글쓰기란 다음 세대를 위해 본질적 가치에 충실하고 최선과 책임을 다하는 것일지 모른다. 이러한 윤리를 지키지 않는다면 우리의 공간은 시나브로 병든 공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나 또한 머릿속 생각을 말과 글로 옮길 때 거르고 거를 수 있도록 꼭 명심하고 노력해야겠다.
[송영관 에버랜드 주키퍼]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밀양여중생 성폭행범, 딸 낳고 맛집 운영”...백종원도 방문해 ‘먹방’ 찍어 - 매일경제
- “기러기 아빠, 마음 독하게 먹어야겠네”…원화값 1300원시대 오래간다는데 - 매일경제
- “전세계 주름살 다 펴준다”…‘K보톡스’에 열광하는 MZ들 - 매일경제
- 이준석 “여당서 ‘김정숙 특검법’ 발의?…두 글자로 줄이면 ‘쌩쇼’” - 매일경제
- “아직도 구글앱 쓰니? 난 ‘이것’ 깔았어”…다운로드 15배 폭증한 앱 - 매일경제
- “집 한 채가 전재산인데”…강남 아닌 강북주민이 서울 종부세 40% 낸다 - 매일경제
- 부모에 자녀까지 ‘이중부양’ 아빠세대 “정작 난 고독사할 것” - 매일경제
- “금투세 나와 상관없는 줄 알았는데...연말정산 손해볼 수 있다고?” - 매일경제
- “퍼블릭 전환 대신 ‘평생할인’ 약속했는데”…대법 “승계의무 없다” - 매일경제
- “선수단 분위기 수습+목표 이뤄줄 최적의 역량 갖춰” 독수리 군단 부름 받은 김경문 감독 “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