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해법 야당보다 정부안이 실효성 높아"…선구제 후회수 '불가론' 고수(종합)
"제삼자가 낙찰 받아도, 대체 임대주택서 살 수 있어"
(서울=뉴스1) 황보준엽 기자 = 정부가 '선(先)구제 후(後)회수'를 골자로 한 전세사기 피해지원 특별법 개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지 6일 만에 토론회를 열고 야당과 협의를 통해 정부안을 보완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야당안과 비교하며 정부안의 실효성이 우수하다고 강조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3일 LH 서울지역본부에서 '전세사기 피해자 주거지원 강화방안 토론회'를 열었다.
이는 선구제 후회수 방침을 담은 전세사기 피해지원 특별법 개정안이 야당의 단독 의결로 국회를 통과하고,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거부권을 행사한 지 6일 만에 열린 것이다.
정부는 야당안 보다 정부안의 효과가 더 우수하다고 피력했다. 다만 정부안도 야당과의 협의를 거쳐 보완해 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규철 국토교통부 주택토지실장은 "정부가 제시했던 대안들이 장기적으로 피해자들의 주거안정을 꾀할 수 있다는 측면과 피해보증금에 대한 상당 부분의 보전이 가능한 장점을 안고 있다는 평가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만 정부대안이 최선의 방안이라거나 확고불변한 대책이라고 할 수는 없다. 열린 대안으로 제시하고 문제가 있으면 보완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토론회에 앞서 진행된 주제발표에서도 같은 결의 주장이 제기됐다. 정부 대안은 △가치평가 △주거안정 지원 △업무수행 인력 및 재원(예산) 등 부분에서 우수하다는 것이다.
야당안은 임대인의 체납에 따른 선순위 조세채권, 선순위 근저당과 임차보증금 확인 등 가치평가의 어려움이 있지만, 이와 달리 정부안인 피해주택(물권)에 대한 가치평가는 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용이하다는 게 최우석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전세피해지원기획팀 팀장의 설명이다.
또 제삼자가 낙찰받더라도 대체 임대 주택에서 거주할 수 있어 안정적 거주가 가능하고, 기존 인력 및 조직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최우석 팀장은 "기존 야당안은 예산이 없어서 사실상 시행이 불가능했다"며 "정부대안은 인력 및 재원이 이미 확보돼 있어 법 개정 후 즉시 시행이 가능하다"고 했다.
정부안의 핵심인 '경매 차익 반환'에 대한 시뮬레이션도 공개됐다. 경매 차익 반환은 피해주택을 한국토지주택공사 LH가 감정가보다 싸게 낙찰받아 생기는 이익을 피해자에게 지원하는 방안이다.
만약 부채가 2억 9000만 원(선순위 근저당 1억 4000만 원·후순위 보증금 1억 5000만 원)이 잡힌 인천시 미추홀구 소재 오피스텔에 대해 LH가 2억 3000만 원으로 감정가를 계산하고, 1억 5000만 원에 낙찰을 받았다면 경매 차익 8000만 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
향후 공사 임대조건이 보증금 5000만 원에 임대료가 없다면, 경매차익 중 5000만 원을 보증금으로 활용하고, 계약 시 3000만 원을 즉각 반환한다. 이후 퇴거 시에 5000만 원을 돌려받게 된다. 이 경우 낙찰가 선순위 배당 후 잔액 1000만 원까지 받을 수 있어, 총 9000만 원을 회수할 수 있다.
이 밖에 위반건축물 및 신탁사기, 선순위 임차인, 다가구 피해주택 매입 등을 주거안정 지원 강화 방안 설명도 이뤄졌다.
박종인 LH 전세피해지원팀장은 "경매차익을 활용해 전세사기 피해자의 주거비 부담을 덜고, 거주 후 남은 경매차익은 퇴거 시 피해자에게 지급해 보증금 피해 회복을 지원한다"며 "또 더 많은 피해주택 매입을 위해 위반건축물 등 매입대상에서 제외된 주택까지 포함해 피해주택 매입을 통한 피해자 주거지원을 강화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 평가는 "정부안이 현실적…야당안 한계 있어"
이어진 토론에서는 정부안으로 전세 피해 지원을 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나왔다.
이현경 LH 토지주택연구원 박사는 "기존 야당안은 보증금 반환, 채권 평가 등 시행 측면에서 법 시행의 어려움이 있는 반면 정부 대안은 기존의 LH 매입 임대와 연계해서 피해자 주거 안정과 피해 회복을 도울 수 있어서 실효성을 강화한 안이라고 볼 수가 있다"고 평가했다.
정부는 선구제 후회수가 포함된 야당안에 대해선 여전히 불가론을 고수했다. 선순위 채권 파악 등 반환채권에 대한 가치 평가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이유에서다.
이장원 국토부 전세사기피해지원단 피해지원총괄과장은 "이렇게 채권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채권을 평가하는 경우가 없다고 보면 된다. 그 앞에 있는 선순위 채권을 파악하는 것도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특히 선구제 후구상의 경우 보상가격을 놓고 피해자와 합의에 이르는 것에도 오랜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봤다. 평가액이 향후 매각을 염두에 두는 만큼 피해자가 원하거나 피해를 본 보증금 만큼은 책정될 가능성이 작아서다.
이장원 과장은 "감정평가에 의한 합의가 3년은 걸리는데 이보다 훨씬 불확실성이 높은 채권의 평가에 대해 합의에 이르려면 더 어려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안과 야당안의 양립도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명확한 가치평가 가이드라인 마련이 우선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유승동 상명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가이드라인이 없다면 나중에 특혜나 감사 등 행정 절차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제도적으로 검토가 필요한 부분이다. 피해자라고 하면 우선순위 두는 건 맞지만, 그로 인해서 예정돼 있던 원 수혜자가 배제되는 문제가 있다. 법리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한결 LH 법무처 변호사는 "경매 차익은 감정가와 낙찰가의 차액을 의미하는 것인데, 예측 가능성과 명확성이 중요하다"며 "따라서 가격 산정의 기초가 되는 평가 절차와 방식, 시점 등을 법령에서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wns83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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