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 군곡리 '고대 항구였나'…패총서 '배모양 토제품' 출토

백포만 일대 중국-한반도-일본 국제무역항 증거 발굴

해남 군곡리 패총 발굴조사 출토유물. 배모양 토제품과 아궁이 모양 토제품(해남군 제공)/뉴스1

(해남=뉴스1) 김태성 기자 = 전남 해남군 송지면 군곡리 패총에서 배모양 토제품과 아궁이 모형이 출토돼 고고학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3일 해남군에 따르면 국가유산청의 지원을 받아 국가유산(사적) 군곡리 패총에 대한 9차 발굴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발굴에서는 구릉 동쪽 경사면을 따라 자연스럽게 형성된 청동기-철기-삼국시대 층이 순차적으로 이루고 있는 패각층을 확인했다.

철기시대 지층에서는 아궁이와 배모양 토제품이 출토됐다. 배모양 토제품은 길이 9.3㎝, 너비 3.4㎝, 높이 2.7㎝로 전통배의 구조를 본떠서 만들었다.

평편한 바닥에 선수와 선미가 쉽게 구별되는 형태로 토제품 안쪽에 노걸이와 돛 등이 설치하는 구멍이 확인돼 실제 배 모양과 흡사하다.

아궁이 모양 토제품도 길이 9.3㎝, 높이 4.4㎝의 소형품으로 위쪽의 솥걸이부는 직경 4㎝로 솥을 걸쳐 놓을수 있고, 앞쪽에는 연료를 넣을 수 있는 형태다.

해남 군곡리 패총 발굴조사(패각층) 전경 (해남군 제공)/뉴스1

구조와 형태로 보아 실제로 사용했다기보다 당시 고대인들의 부뚜막에 대한 신앙적인 의례용품으로 해석된다.

토제품의 경우 실물을 본떠 만든다는 점에서 당시 고대인들의 생활상을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다.

배모양 토제품이 출토되면서 군곡리 일원이 당시 항구도시일 것이라는 추정에 힘이 실린다. 유적 주변에 접안시설이 있을 가능성도 높아졌다.

발굴조사를 맡고 있는 김건수 목포대학교 박물관장은 "해남 군곡리 패총의 구릉 정상부는 광장과 의례 공간을 중앙에 두고 그 주변으로 주거지를 비롯한 각종 생활 모습이 갖추어진 곳으로 매우 복합적인 마을의 모습을 보여준다"며 "오랫동안 형성된 패총의 흔적을 통해 청동기시대부터 삼국시대까지 생활중심지로 이어졌음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남 군곡리 패총은 기원전 2세기~기원후 5세기에 걸쳐 형성된 유적지다. 중국 신나라-한반도-일본열도로 연결되는 해양 교류 국제 무역항으로서 유적 가치와 성격 규명을 위한 발굴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해남군은 이번 9차 발굴조사와 관련해 4~5일 발굴조사 현장에서 학술자문회의를 개최한다.

hancut0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