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계 “최저임금 업종별로 다르게” vs 노동계 “그런 곳 취업 꺼릴 것”

손덕호 기자 2024. 6. 3.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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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계 “지불 능력 취약한 업종 최저임금 구분 적용돼야”
한국노총 “밀어붙이면 최저임금위 파국적 상황 직면할 것”
한은, ‘가사사용인’으로 외국인 근로자 저렴하게 활용 주장
노동계 “여성 경제활동 늘어… 가사사용인 최저임금 적용해야”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과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등 양대노총 조합원들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최저임금 차별금지법 국회 선포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 과정에서 ‘업종별 차등 적용’이 중요한 의제로 떠오른 가운데, 한국노총과 양대노총이 3일 국회에서 공동으로 “차등 적용에 반대한다”는 주장을 소개하는 토론회를 열었다.

노동계는 특정 업종 최저임금을 전국 단위 최저임금보다 낮게 설정하면 그런 산업에 근로자들이 취업을 기피할 것이라고 했다. 또 최저임금 적용 대상도 확대되어야 한다고 했다. 반면 경영계는 일부 업종은 최저임금보다 적은 임금을 받는 근로자가 너무 많다면서 현실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박은정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이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사업의 종류에 따른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주장하는 측에서는 최저임금으로 인한 경영상 부담 증가로 근로자를 고용하기 어렵다는 주장을 한다”면서 “하지만 최저임금이 구분 적용되면 근로자들이 더욱 해당 사업장 취업을 기피할 수 있다는 문제에 대해서는 고려하고 있지 않는 듯 하다”고 했다.

박 교수는 이어 “차등 적용이 이뤄지고 있는 해외 사례 중 상당수는 국가 차원의 단일 최저임금을 두면서 별도의 법이나 단체협약으로 차등 적용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일률적으로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면 차별이 되며, 산업별·지역별·계층별 격차를 심화시킬 것”이라고 했다. 박 교수는 국제노동기구(ILO)가 고려하고 있는 산업·업종별·지역별 차등 최저임금은 전국 단위 최저임금을 상회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차등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은 한국은행이 지난 3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언급하면서 불이 붙었다. 당시 한은 보고서에서는 최저임금에 차등을 둘 수 없다면 일반 가정이 직접 고용한 ‘가사사용인’은 근로관계 법령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면서,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저렴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가사 활동은 과거 사적 영역으로 취급되어 노동법 적용에서 배제되었으나, 상업화와 여성 경제활동 증가로 가사근로자 보호 필요성이 부각됐다”며 “가사사용인에 대한 최저임금제 적용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가사사용인은 가정에 고용된 요리사, 가정부, 보모, 개인비서, 집사, 운전사, 가정교사 등을 말한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최저임금으로 생계비를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대폭 올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은 “최저임금위가 발표한 비혼 단신 근로자 생계비는 2022년 241만원이고, 통계청이 공표한 2024년 1분기 1인 가구 생계비는 273만원”이라며 “현재 최저임금에서 부족액만 해소하려 해도 시간당 최저임금을 3214원(32.6%) 인상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몇 년 간의 계획을 세워 단계적으로 올리자고 제안했다.

내년도 최저임금을 심의할 최저임금위원회 첫 전원회의가 열린 지난 21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사용자위원 운영위원인 류기정 경총 전무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양대노총은 토론회에 앞서 이날 오전 국회 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저임금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했다.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과 수습 근로자 감액 적용을 가능하게 하는 현행 최저임금법 조항을 개정하라는 주장이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만약 최저임금위원회가 (업종별) 차별 적용을 밀어붙이면 최저임금위는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파국적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재계와 정부가 한 목소리로 주장하는 최저임금 차별 적용은 또 다른 혐오와 차별”이라고 했다.

한편 경영계는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차등 적용하자고 꾸준히 요구하고 있으나 최저임금위 심의 과정에서 부결돼 왔다.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본부장은 지난달 21일 열린 최저임금위 첫 전원회의에서 “작년 편의점, 택시 운송업, 일부 숙박·음식점업 등 3개 업종의 구분 적용에 대해 기초조사를 했다”며 “올해는 최근 이슈가 된 가사서비스업을 포함해 지불 능력이 취약한 업종에 최저임금이 구분 적용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류기정 경총 전무는 “일부 업종은 최저임금 미만율(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받는 근로자 비율)이 너무 높다”며 “최저임금 안정과 더불어 업종, 지역 등 다양한 기준을 활용해 최저임금을 구분 적용하는 것이 시대적·사회적 요구”라고 했다. 최저임금위는 오는 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2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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