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경영평가 보고서, 박민 비판 의견 삭제" 반쪽 짜리 보고서 논란

장슬기 기자 2024. 6. 3.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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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도 경영평가보고서 5월31일 공개, 야권 추천 이사들 "함량 미달 보고서"
현 KBS 공정성 문제 지적 삭제 논란…"보고서 문제점 다시 논의해 재의결해야"

[미디어오늘 장슬기 기자]

▲ 서울 여의도 KBS.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KBS가 지난달 31일 홈페이지에 공개한 '2023년도 경영평가보고서'에 현 경영진에 대한 비판 의견을 삭제해 “'반쪽짜리' 함량 미달 보고서”라는 주장이 나왔다.

3일 김찬태·류일형·이상요·정재권·조숙현 등 야권 추천 KBS 이사는 <'반쪽짜리' 경영평가보고서, 수정 재의결해야>란 제목의 입장문을 내고 “지난달 29일 KBS 이사회에서 여권 성향 다수이사들이 자신들만의 표결로 보도 부문 공정성 등에 대한 제정임 경영평가위원 의견을 절반가량 삭제했다”고 전한 뒤 “삭제된 내용은 모두 지난해 11월 박민 사장 취임 이후 일어난 사안을 비판적으로 지적한 것들”이라며 “어이없고 황당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야권 추천 이사들은 “'이선균 마약 혐의 관련 보도'에서 나타난 명예·사생활 침해 여부, 박민 사장 취임과 함께 단행된 뉴스9 이소정 앵커의 교체, 박장범 뉴스9 새 앵커의 '4대강 불공정 보도' 사과, 2TV 시사프로그램 더라이브의 일방적 폐지 등이 대표적”이라며 “현 집행부에 해당하는 부분은 거의 다 삭제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그 결과, 2023년도 KBS 경평보고서는 박민 현 집행부와 관련된 공정성 평가는 거의 찾아볼 수 없고 전임 김의철 집행부에 대한 평가만 담긴 매우 불균형한 보고서가 되고 말았다”고 주장했다.

야권 추천 이사들에 따르면 이사회 논의 과정에서 제정임 위원 의견 중 언론보도 각주가 달린 단락이 문제가 됐다. '언론보도는 경영평가지침상 평가의 근거로 제시할 수 없다'며 삭제를 주장했다. 이에 제 위원은 '평가 근거'로 인용한 게 아니라 사회적 문제제기가 있었다는 '경위 설명'을 위해 인용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야권 추천 이사들은 “언론보도를 '경위 설명을 위한 각주'로 쓸 수 없다고 판단할 근거는 경영평가지침 어디에도 없고 삭제 의결을 하기 전 제 위원에게 이런 방침에 대한 안내나 수정 요구도 없었다”며 “언론 보도를 인용했다는 이유로 각주의 삭제를 넘어 해당 항목의 전체 평가 의견을 삭제한 것은 경영평가지침이 중시하는 경평위원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훼손한 처사”라고 주장했다.

반면 김덕기 경영평가위원이 뉴스 공정성과 관련해 김의철 전 사장 시절 보도를 비판한 내용은 출처가 불분명한 부분도 살리고 최소한의 균형을 위한 반론 소개 부분은 삭제했다는 주장이다. 야권 추천 이사들은 “결국 김 위원의 보도 공정성 평가에는 김의철 집행부 시절 보도·시사를 일방적으로 비판하는 내용만 남았다”며 “박민 현 집행부 사례는 여론의 비판에 맞서 옹호하는 목적일 때만 언급됐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사회의 다수이사들이 '공사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보장하기 위하여 공사 경영에 관한 최고의결기관으로 이사회를 둔다'는 방송법(46조)의 취지를 망각하고 현 경영진 감싸기에만 급급하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사회가 경평보고서의 문제점을 다시 논의해 재의결을 할 것”을 요구했다.

지난달 이사회에서 삭제된 것으로 알려진 제 위원의 의견은 어떤 내용이었을까. 제 위원은 “11월 신임 사장 부임과 함께 '뉴스9' 이소정 앵커가 바로 교체되고 후임 박장범 앵커가 '4대 불공정 보도'에 관해 사과한 일, '뉴스9'과 '시사기획 창'의 일부 회차가 정부 홍보성 방송 논란에 휩싸인 일도 여러 언론의 비판적 보도로 파장을 일으킴. KBS 최초의 여성 메인앵커로서 한국방송협회 진행자상(2023)을 수상하기도 한 이소정 기자가 마지막 인사도 못 한 채 급히 교체된 것은 시청료를 내는 시청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비판도 제기됨”이라고 적었다.

제 위원은 또 “오세훈 서울시장 처가 땅 논란 등 4개 사안을 대표적 불공정 보도로 지목한 앵커 브리핑은 구성원 합의 없는 일방적 리포트라는 반발과 함께 보도 당사자인 기자들이 KBS를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하는 사태로 비화함. 전국적 혼란을 부른 '행정전산망 마비'를 대다수 언론이 톱기사로 다룬 날 KBS '뉴스9'은 대통령의 APEC 정상회의 참석 소식을 가장 비중 있게 보도한 것, '시사기획 창'이 '원팀 대한민국, 세계를 품다'에서 대통령의 해외순방을 긍정 평가 일색으로 다룬 것은 각각 '땡윤 뉴스'와 '윤비어천가' 등의 비판을 받음”이라고 적었다.

제 위원은 “KBS는 새 집행부 출범을 계기로 조직쇄신 차원에서(앵커 교체), 공사 안팎에서 비판이 있어서(4대 불공정 보도), 다른 의도 없이 제작진 판단으로(정상회의, 해외순방) 방송한 것이라고 반론함. 이런 해명을 그대로 받아들이더라도, 시청자와 내부 구성원이 동의할 수 있는 다른 절차와 방식은 없었는지 성찰이 요구됨. 또 과거 정권 홍보 방송으로 비판받았던 기억이 소환되지 않도록, KBS 뉴스와 시사 콘텐츠에서 정치적 독립성과 공정성을 지키는 데 남다른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음”이라고 적었다.

제 위원은 “주진우 라이브 등 일부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의 진행자 교체와 2TV 시사프로그램 더라이브의 폐지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제작진이 일방적 결정이라며 반발하고 시청자가 게시판 청원 등으로 항의하는 사태가 빚어진 것은 공영방송의 공신력에 누가 되는 일이었음. 앞으로는 프로그램의 신설과 폐지, 진행자 교체 등의 과정에서 내부 소통과 시청자 설명에 소홀함이 없도록 노력할 것을 권고함”이라고 적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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