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기 우즈처럼 … 장타 앞세워 최연소 2승
드라이버 최대한 멀리친 뒤
짧은 클럽으로 그린 노려
2021년 이어 두 번째 우승
사상 첫 두 개 국적 챔피언
"3년 전엔 어머니 나라 필리핀
이번엔 아버지의 日에 선물"
"2021년엔 필리핀 국적으로 최연소 우승을 해 어머니를 기쁘게 했고 이번엔 일본 국적으로 정상에 올라 아버지를 행복하게 만들었다. 부모님과 내 두 조국에 메이저 대회 US여자오픈 우승컵을 안기는 엄청난 일이 일어났다."
사소 유카(일본)가 올해로 79회째를 맞은 US여자오픈에서 두 개의 국적으로 챔피언에 등극한 최초의 선수가 됐다. 일본인 아버지와 필리핀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사소는 부모님과 두 개의 고국에 "이번 우승을 바친다"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사소는 3일(한국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랭커스터의 랭커스터 컨트리클럽(파70)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2언더파 68타를 쳤다. 합계 4언더파 276타를 기록한 사소는 단독 2위 시부노 히나코(일본)를 3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2021년에 이어 다시 한번 US여자오픈 정상에 오른 그는 역대 여자골프 대회 사상 최대 규모 우승 상금인 240만달러(약 33억원)를 받았다. 이 대회 역대 16번째 다승자가 된 사소는 최연소 2승이라는 기록까지 세웠다.
최종 결과는 3타 차이를 뒤집는 역전 우승이었지만 과정은 험난했다. 6번홀에서 포 퍼트 실수로 더블보기를 적어내는 등 전반에 1타를 잃으며 우승 경쟁에서 멀어지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2021년 이 대회에서 최연소 우승 타이기록(만 19세11개월17일)을 세우며 정상에 올랐던 사소는 침착했다.
12번홀과 13번홀에서 2연속 버디를 잡아내며 단독 선두가 된 15번홀과 16번홀에서도 1타씩 줄였다. 17번홀에서 보기가 나왔지만 사소의 18번홀 마무리는 완벽했다. 그는 파를 잡아내며 우승을 확정했다.
이번 대회가 열린 랭커스터 컨트리클럽에서 나흘간 언더파를 적어낸 건 사소와 시부노 단 2명뿐이다. 전장이 길고 페어웨이 폭은 좁았다. 여기에 그린이 단단하고 빨라 출전 선수 대부분이 경기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 '지옥의 골프장'이라고 불렸다.
우승을 차지한 사소는 자신의 장기인 장타를 앞세워 랭커스터 컨트리클럽을 정복했다. 드라이버샷으로 최대한 공을 멀리 보낸 뒤 가장 짧은 클럽으로 핀을 공략하는 '봄 앤드 가우지(bomb and gouge)'와 비슷한 전략을 꺼내든 사소는 현재 자신의 조국인 일본에 첫 US여자오픈 우승컵을 안겼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가 전성기 시절 압도적인 장타를 앞세워 연이어 우승하며 2006년 미국 골프다이제스트에 처음 소개된 봄 앤드 가우지 전략을 사소가 구사할 수 있었던 것은 드라이버샷 평균 거리가 280야드 이상이기 때문이다.
최종일 사소가 기록한 드라이버샷 평균 거리는 294.9야드다. 이번 대회 출전 선수들의 평균 거리인 262.2야드보다 30야드 이상 더 보낸 사소는 전장이 긴 파4 홀과 파5 홀에서도 큰 어려움 없이 그린을 공략했다. 사흘간 평균 거리 역시 280.7야드로 대회 출전 선수들의 평균 거리인 257.4야드에 크게 앞섰다.
사소는 "다른 선수들의 성적과 경기력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았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것과 계획한 대로 경기하기 위해 정신을 집중했다"면서 "우승하는 건 상상 이상으로 행복하다. 2021년 이후 다시 정상에 오르기 위해 그동안 흘린 땀방울을 이번 대회에서 보상받았다"고 기뻐했다.
2001년 필리핀에서 태어나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2020 도쿄올림픽 등에 필리핀 국적으로 출전했던 사소는 2021년 11월 일본 국적을 취득했다. 이중국적을 허용하지 않는 일본법에 따라 만 22세가 되기 전에 일본 국적을 선택한 것이다. 당시 사소는 "오랜 고민 끝에 일본인으로 살아가기로 했다. 하나의 국적을 얻었지만 내 마음속에는 필리핀과 일본이 모두 존재한다"고 밝힌 바 있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골프 개인전과 단체전 금메달리스트인 사소는 이번 우승으로 파리올림픽 출전도 노려볼 수 있게 됐다. 사소는 하타오카 나사, 야마시타 미유, 후루에 아야카 등과 파리행 출전권을 놓고 오는 24일까지 경쟁을 벌인다.
한국 선수들은 단 한 명도 톱10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김효주와 임진희는 4오버파 284타 공동 16위로 한국 선수 중 가장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 전날까지 공동 선두를 달렸던 이민지는 이날 8타를 잃고 3오버파 283타 공동 9위로 이번 대회를 마무리했다.
[임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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