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에서] 삼성은 언제나 위기 속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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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부문의 대규모 적자, 고대역폭메모리(HBM) 실기(失期) 논란, TSMC와의 파운드리 점유율 격차, 갑작스러운 반도체 수장 교체, 그리고 노조의 파업 선언. 어느 때보다 삼성전자의 위기론이 고조되고 있다.
HBM 논란은 과연 삼성전자의 존망을 가를 치명적인 실수였을까.
삼성전자는 1983년 반도체 사업 진출 이후 무수한 위기를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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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부문의 대규모 적자, 고대역폭메모리(HBM) 실기(失期) 논란, TSMC와의 파운드리 점유율 격차, 갑작스러운 반도체 수장 교체, 그리고 노조의 파업 선언…. 어느 때보다 삼성전자의 위기론이 고조되고 있다. 공교롭게 최근 여러 가지 사건이 동시에 벌어졌다. 뼈아픈 것 중 하나가 HBM 시장에서의 실기 논란이다. 책임론을 거론하는 외부의 질타가 이어졌다. 의사결정 당시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결과만을 놓고 비판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HBM 논란은 과연 삼성전자의 존망을 가를 치명적인 실수였을까. 지난해 HBM이 집중적인 조명을 받게 된 것은 D램 시장의 극심한 침체기 속에서도 수요가 늘어난 덕이다. 회복세로 접어든 시장이 정상 단계에 진입하면 논란은 지금과 다른 양상으로 접어들 것이다. 기회를 잡은 경쟁사의 선전으로 실수가 더 부각된 것도 사실이지만, 만회를 위한 추격은 응원받을 일이었다. 삼성전자는 5세대 HBM인 HBM3E 12단 제품을 업계에서 처음 개발했고, 올해 2분기 양산을 시작한다. 올해 HBM 출하량을 올해 초 목표치였던 전년 대비 2.5배에서 2.9배로 확대한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노조의 파업 선언은 위기감을 키웠다. 반도체 불황기를 겪는 과정에서 임금 인상률에 대한 회사와 노조 간의 간극이 근본 원인이다. 역시 시장이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접점을 찾을 수 있는 사안이다.
위기론을 제기하는 전문가들은 대부분 자신의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의 삼성을 비교하곤 한다. 45㎚(나노미터) 공정이 가장 최신이었던 2008년의 관점으로 2㎚ 공정에서 경쟁이 펼쳐지는 2024년의 시장을 해설할 수는 없다. 노조가 없던 시절의 삼성과 노조가 생긴 이후의 삼성을 동일한 시선으로 볼 수도 없다. 과거 방식대로 하지 않아 위기에 직면했다는 비판은 적절하지 않다. 실제 삼성 안팎에서는 "누구누구 탓이라는 비판이 가장 무책임한 훈수"라는 말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1983년 반도체 사업 진출 이후 무수한 위기를 겪었다. 따지고 보면 위기가 아니었던 적도 없다. 1993년 6월 7일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는 말을 남긴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의 '신경영 선언'도 위기의식이 배경이었다. 삼성은 수많은 위기 속에서 이미 위기의식을 내재화해왔다.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는 외부인이 아닌, 삼성 스스로가 풀어야 할 몫이다.
[최승진 산업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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