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 Now] 복권에 빠진 中 청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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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단 때문에 애인과 사이가 틀어졌어요.'
지난주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웨이보에서 인기를 끈 해시태그다.
막막한 미래 탓인지 중국 MZ세대 사이에서는 최근 '복권 열풍'이 불고 있다.
그러자 중국 당국은 유통 물량을 조절하기로 했고 베이징 시내에서 즉석복권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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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막한 미래에 불안 시달려
일확천금 노리며 복권 구매
일부 지역선 사재기 현상도
코인에 빠진 한국과 닮은꼴
'#예단 때문에 애인과 사이가 틀어졌어요.'
지난주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웨이보에서 인기를 끈 해시태그다. "예비 신랑이 예단(지참금)을 깎으려 해서 싸웠다"는 여성들의 경험담부터 "신부를 돈 주고 사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는 남성들의 하소연까지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인륜지대사인 결혼을 하는 과정에서 남녀 간 크고 작은 갈등이 생기는 건 당연할 텐데, 왜 이렇게 많은 공감을 얻으며 사회적 문제로 번진 것일까.
중국에서는 결혼을 할 때 신랑이 신부에게 지참금을 준다. 신부 집에 보내는 일종의 예단이다. 문제는 여성 인구가 현저히 적다 보니 신부 측에서 큰 액수를 요구한다는 점이다. 오죽하면 지역별 평균 시세까지 돈다. 푸젠성은 우리 돈 최대 7300만원으로 가장 비싸다. 예물도 금붙이 개수에 따라 '3금' '5금' '7금'으로 나뉜다. 5금만 해도 2000만원가량 든다. 집이나 차를 요구하기도 한다.
경기도 안 좋고 취업도 힘든데 '억 소리' 나는 결혼 비용까지 감당하라고 하니 '불혼주의(不婚主義)'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결혼 비용에 치이다 못해 결혼을 아예 포기해버리는 것이다. 지난해 '사상 최저 출생률'과 '2년 연속 인구 감소'에 화들짝 놀란 중국 정부가 두 팔 걷고 문제 해결에 나섰지만,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막막한 미래 탓인지 중국 MZ세대 사이에서는 최근 '복권 열풍'이 불고 있다. 복권방을 찾는 손님 대다수는 20·30대다. 친구들이나 연인과 함께 복권방에 들러 즉석복권을 구매한 뒤 그 자리에서 긁는 게 하나의 놀이가 된 것이다. 일확천금까지 기대할 수 있으니 정기적으로 몇만 원어치의 복권을 사거나 지인들과 복권을 선물처럼 주고받는 경우도 많다.
일부 지역에선 '복권 사재기' 현상까지 나타났다. 그러자 중국 당국은 유통 물량을 조절하기로 했고 베이징 시내에서 즉석복권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 대부분은 매진이고 어쩌다 입고가 되면 하루이틀 만에 동난다.
중국 젊은 세대가 느끼는 불안과 혼란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다. 최근 수년 새 중국 청년들의 좌절감과 허탈함을 반영하는 '탕핑'(드러누워 아무것도 안 함), '시체샷'(시체처럼 졸업 사진 찍기), '역겨운 출근룩'(잠옷 입고 출근)과 같은 신조어가 잇달아 생겨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이게 어디 중국뿐일까. 'N포세대' '캥거루족'이란 말이 유행하고, '비트코인' 광풍이 불어 대학생들이 잠도 안 자고 정체 모를 코인을 거래하던 게 불과 몇 년 전 우리의 모습이다. 한국이나 중국이나 청년들의 미래가 갈수록 어두워지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
[송광섭 베이징 특파원 song.kwangsub@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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