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벗은 전세사기 정부안···선·후순위 임차인 ‘유불리’ 따져보니
‘선구제 후회수’를 골자로 한 야당의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주택매입’을 골자로 한 정부안 중 피해자들에게 더 유리한 방안은 뭘까. 답은 LH가 주택을 얼마에 감정하고 매입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와 LH간 이해관계 충돌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LH는 3일 서울 강남구 LH서울지역본부에서 토론회를 열고 지난달 27일 공개된 정부안의 구체적인 적용 사례를 공개했다.
정부안의 핵심은 LH가 전세사기 피해주택을 경·공매를 통해 저렴하게 매입하고, 경매차익(감정가-낙찰가)을 피해자 주거지원에 활용하는 것이다. 피해자들은 원래 살던 주택에 최대 10년까지 거주할 수 있고, 보증금이나 월세는 경매 차익에서 차감된다. 피해자들이 해당 주택에 계속 살길 원치 않으면, 경매 차익을 바로 현금으로 받아갈 수 있다.
정부안에 따르면, 선순위 임차인들은 보증금 일부를 현금으로 회수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동안 선순위 임차인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피해 주택을 ‘셀프 낙찰’ 받는 경우가 많았다. 경매에서 주택 가격이 아무리 떨어져도,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항력이 있는 선순위 임차인이 있으면 낙찰자가 낙찰과 동시에 보증금 전액을 돌려줄 의무까지 인수받게 된다는 조항이 걸림돌이 됐다.
LH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보증금을 인수하지 않는 조건으로 선순위 피해주택을 매입하겠다는 입장이다. 경매 차익이 생각보다 크다면 퇴거와 동시에 현금으로 돌려받는 것이 임차인 입장에선 유리하다. 이때 관건은 LH가 주택을 얼마에 낙찰 받느냐다. 피해자가 돈을 더 많이 돌려받으려면 LH가 주택을 더 비싸게 매입해야 하기 때문에 이해관계 충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배당을 통해서는 보증금을 되돌려받기 어려운 일부 후순위 피해자들도 현금 회수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정부는 내다봤다. 예컨대 부채가 2억9000만원(선순위 근저당 1억4000만원, 후순위 보증금 1억5000만원) 있는 인천시 미추홀구 소재 오피스텔이 1억5000만원에 낙찰됐을 경우, 후순위 임차인이 경·공매를 통해 되돌려받을 수 있는 금액은 1000만원 뿐이다.
하지만 LH가 이 주택을 2억3000만원에 감정하고 1억5000만원에 낙찰받는다면, 임차인은 경매 차액에 해당하는 8000만원을 현금으로 돌려받을 수 있다. 해당 주택에 계속 거주할 경우 보증금이나 월세(시세의 30~50%)로 차감이 가능하다. 여기에 선순위 배당 잔액 1000만원을 합치면 임차인은 퇴거 때까지 총 9000만원을 돌려받을 수 있게 된다.
정부는 경매 차익이 충분치 않은 경우에도 재정을 투입해 최장 10년간의 주거안정은 보장하겠다고 했다. 위반건축물, 신탁사기 등 기존 LH 매입임대주택 요건에 맞지 않는 주택들도 매입하기 위해 요건을 한시적으로 완화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다만 피해자들이 최종적으로 얼마를 되돌려받게 될지는 LH의 경매 낙찰 기준이나 매입임대 조건 등에 따라 천차만별이 될 수 있다.
LH 관계자는 “공적자금이 투입되기 때문에 마냥 비싸게 주택을 매입할 수는 없다”면서도 “피해주택을 얼마에 낙찰받을지에 대한 내부 기준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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