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전공의 사직서 수리 검토 중”···국시는 ‘일단’ 예정대로
정부가 의대 증원에 반발해 의료현장을 이탈해 돌아오지 않고 있는 전공의들의 사직서를 수리하는 방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사직서 수리 금지’ 방침을 고수해왔는데, 사직서 수리라는 퇴로를 열어둔 채 현장 복귀를 촉구하는 취지로 풀이된다. 정부는 올해 의사 국가시험 실기시험(국시)은 예정대로 치르겠다며 휴학 중인 의대생들의 복귀도 촉구했다.
전병왕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통제관)은 3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에서 “사직서와 관련해서는 병원장들과의 간담회 등 여러 경로를 통해 전공의들의 의견을 반영해 정부 내에서 논의하고 있으며, 빠른 시간 내에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빅5’병원을 비롯한 전국 주요 병원의 전공의들은 지난 2월 19~20일 사이 집단 사직서 제출과 함께 의료현장을 떠났다. 정부는 전공의들에게 ‘업무개시 명령’과 ‘진료유지 명령’을, 수련병원에는 ‘집단사직서 수리 금지’라는 행정명령을 내린 상태다. 전공의들은 전문의 수련규정에 따라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으면 다른 의료기관에서 근무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전공의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의대 증원 계획을 철회하라는 내용을 포함한 7가지 요구사항 중 하나로 ‘부당명령 철회(사직서 수리) 및 사과’를 내세웠다. 전 실장은 “전공의 단체에서 요구사항으로 제시한 7가지 중 의대 증원 전면 백지화 등을 제외한 제도적 개선 사항은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서 속도감 있게 논의하는 등 정책에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간 정부는 전공의 사직서 수리는 원칙적으로 불가하다는 입장이었으나, 전공의 복귀의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서 사직서 수리까지도 검토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공의 중 원하는 사람은 수련의로 복귀하고, 복귀를 원치 않으면 일반의로 병의원에 취업하는 길을 열어주는 방안을 고민하는 것이다.
한 대형병원 관계자는 “사직서를 수리하면 병원 입장에서는 인력이 줄어드는 것이어서 좋을 일이 없다”면서도 “전공의들이 계속 미복귀할 경우 사직서가 진지하게 수리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오히려 빨리 입장을 정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서울 5개 상급종합병원 원장들과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의 만남에서도 일부 참석자가 전공의 사직서 수리를 사태 해결책으로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각 수련병원의 병원장과 진료과장 등에 개별상담을 통해 복귀의사를 확인하라고 요청했으나, 대다수 전공의가 병원 측의 연락도 거의 받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전 실장은 “전공의가 많은 상위 100개 수련병원에 (상담) 자료를 요청해 그중 70% 이상이 자료를 제출했고, 현재도 취합 중”이라며 “이미 자료를 낸 기관들만 보면 (전공의 복귀) 응답률은 10% 이하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의사 국시는 연기 없이 예정대로 실시할 계획이다. 정부는 올해 제 89회 의사 국시를 오는 9월2일부터 39일간 치르겠다고 공표했다. 일부 의대에서는 ‘동맹휴학’ 중인 의대생들을 위해 국시 연기를 요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연 1회인 국시를 필요에 따라 수시로 보는 방식까지 정부가 검토하고 있다는 추정이 나왔으나, 이같은 구제책들에 대해 선을 그은 것이다. 전 실장은 “정상적인 국시 일정에 맞춰 준비하고 있는 수험생들도 있기 때문에 예정대로 추진한다”며 “분기별로 실시한다든지 추가 시험을 본다든지 하는 부분은 실질적으로 필요한 상황이 되면 검토하겠으나 현재까지는 그런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에서는 개원가를 포함해 집단 휴진을 하는 형태의 ‘의사 총파업’을 고려 중이다. 이에 대해 전 실장은 “불법적 집단행동이 되게 되면 정부는 의료법에 따른 여러 가지 또 필요한 조치들을 취하고, 지자체와 협력을 해서 그 부분에 대해서는 대처를 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 3월부터 수련병원에 보조인력을 지원하고 군의관을 파견하고 있으나, 전공의들의 공백으로 인한 의료현장의 과부하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응급실을 이용하는 경증환자가 완연한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3월 말 평시의 75% 수준으로 줄어들었던 경증환자는 5월 말 평시의 82% 수준까지 늘었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회장은 “(전공의 이탈 후) 초반에는 응급실에 와도 제대로 치료를 못 받는다고 생각한 환자들이 줄어들었다가 다시 회복됐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에는 119에 전화해서 구급차를 타고 들어오면 거부될 것을 아니까 직접 걸어서 응급실을 방문하는 환자들이 늘어났다”며 “한 번 접수를 한 환자를 의료진이 아예 살피지 않고 다른 데 가라고 돌려보내는 것이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다. 한 대형병원 관계자는 “의료진 판단에 중등도와 위중도에 따라서 진료가 제한될 수 있다고 안내는 하지만, 소수의 응급의학과 교수와 전임의 일부가 중등도를 판단하는 것만으로도 진료량이 늘어나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혜인 기자 hye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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