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명실상부 산유국' 낙관하긴 이르지만 기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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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3일 취임 후 첫 국정 브리핑을 열어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막대한 양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물리 탐사 결과가 나왔다"고 발표했다.
석유·가스전 개발 프로젝트는 물리 탐사, 탐사 시추, 상업 개발 등 3단계로 진행되는데 매장 가능성만 알아보는 물리 탐사 결과일 뿐이다.
다음 단계인 탐사 시추를 통해 실제로 석유와 가스가 부존하는지, 정확한 매장량 규모는 얼마나 되는지 직접 눈으로 확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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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취임 후 첫 국정 브리핑을 열어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막대한 양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물리 탐사 결과가 나왔다"고 발표했다. 정부에 따르면 가능성이 있는 매장량은 최소 35억 배럴에서 최대 140억 배럴이다. 구성비는 천연가스 75%, 석유 25%로 각각 추정된다고 한다. 최대 매장 추정치는 과거 우리나라가 개발한 '동해 가스전'의 300배가 넘고 천연가스는 최장 29년, 석유는 최장 4년 소비할 수 있는 양이다. 심해 광구로는 근래 최대 석유 개발 사업으로 평가받는 남미 가이아나 광구의 110억 배럴보다도 더 많다고 한다. 매장 가치는 현시점에서 삼성전자 시총의 5배 수준, 즉 2천조원 안팎으로 추정됐다. 놀라운 소식이다. 세계적 심해 기술 평가 전문기업의 심층 분석과 유수한 전문가 집단의 신뢰성 검증을 거쳐 내린 결론이라고 하니 명실상부한 산유국 반열에 오르는 게 아니냐는 국민적 기대가 어느 때보다 큰 것도 사실이다.
물론 아직 갈 길은 멀다. 석유·가스전 개발 프로젝트는 물리 탐사, 탐사 시추, 상업 개발 등 3단계로 진행되는데 매장 가능성만 알아보는 물리 탐사 결과일 뿐이다. 다음 단계인 탐사 시추를 통해 실제로 석유와 가스가 부존하는지, 정확한 매장량 규모는 얼마나 되는지 직접 눈으로 확인해야 한다. 정부는 연말까지 1차 탐사 시추에 착수하면 내년 상반기 개략적인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개발 잠재력과 경제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하면 2027∼2028년께 본격적인 공사를 시작해 2035년에는 상업적 개발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산업통상자원부의 탐사 시추 계획을 승인했다. 최소 5개의 시추공을 뚫고 1개당 1천억원 이상이 소요되지만, 서둘러 예산을 투입해볼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고 판단한다. 국내 장비와 기술력을 가급적 동원하되 한계가 있다면 이번 발표에 관심을 보이는 글로벌 에너지 개발 기업들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당연히 섣부른 낙관은 금물이다. 정부도 이번 프로젝트 성공률이 20% 정도라고 밝혔다. 이는 실패 확률이 80%에 달한다는 뜻이다. 1998년 울산 앞바다에서 발견해 개발한 동해 가스전도 2004년부터 17년간 4천500만 배럴을 생산하고 가스 고갈로 구멍을 틀어막았다. 95번째 산유국이라고 애써 자평했지만, 쑥스러운 수준이다. 그럼에도 또다시 기대를 거는 것은 에너지 안보 때문이다. 세계 각국이 에너지 등 자원을 무역 전쟁의 무기로 쓰는 상황에서 에너지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는 절대적으로 불리한 위치다. 명실상부한 산유국이 되면 에너지 자립도 향상 및 수급·가격 안정, 기업 경쟁력 제고 등 국가 경제 전체에 선순환 구조가 마련된다. 난방비, 휘발윳값 등 국민 생활과도 직결돼 있다. 정부는 이번 발표 내용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고려해 향후 탐사 시추 과정과 결과를 시시때때로 공개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매장 가능성이 있는 다른 국내 연근해 대륙붕 등에 대한 탐사·개발에도 속도를 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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