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사 김정희 서첩 90년 만에 제주서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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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개막한 '어느 수집가의 초대-고(故) 이건희 회장 기증 국립제주박물관 특별전'에 전시된 추사 김정희와 인연이 깊은 '국왕경응조무구정탑원기' 모사본 서첩. (사진=연합뉴스)]
추사 김정희(金正喜, 1786∼1856) 서첩 실물이 90년 만에 제주에서 공개됐습니다.
국립제주박물관은 3일 '어느 수집가의 초대-고(故) 이건희 회장 기증 국립제주박물관 특별전'을 시작했습니다. 이건희 회장 유족이 2021년 4월 총 2만1천693점의 문화유산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하고 나서 네 번째 순회전 첫날인 이날 유독 눈길을 끈 전시품은 추사 김정희의 낙관이 찍힌 62면짜리 서첩입니다.
이 서첩은 신라 문성왕인 김경응이 855년 경주 창림사에 세운 3층 석탑인 무구정탑 안에서 1824년 출토된 무구정광대다라니경과 금동판에 새겨진 국왕경응조무구정탑원기를 기름종이로 실제와 똑같이 모사한 것입니다. 하나의 서첩으로 엮인 이 두 가지 모사본에는 각각 '김정희인'(金正喜印)이라는 인장(낙관)이 찍혀 있습니다.
서첩에는 젊은 시절의 김정희가 해서체로 쓴 글도 있습니다. 무구정탑이 무너질 당시의 정황과 탑 안에서 출토된 다라니경 1권, 탑을 세운 내력을 기록한 동판 1매, 구슬, 거울 조각, 동제 받침 등 공양구 구성품을 기록한 글입니다.
금석학으로 한국과 중국의 서예 교류를 고증한 김정희는 창림사 무구정탑 출토 무구정광대다라니경과 국왕경응조무구정탑원기가 구양순체 이전의 고아한 서법을 보여주는 실물 자료라고 평가했습니다.
이건희 기증 이 모사첩은 김정희가 보기 드문 통일신라 사경과 탑원기 진본을 고증한 사례로 그 역사적·예술적 가치를 인정받습니다.
이 서첩의 존재는 1934년 일본인 스에마쓰 야스카즈가 '청구학총 15호'에 발표한 논문 '신라창림사 무구정탑원기에 관하여'에서 처음 소개됐고, 지금까지 사진 자료만 전해졌습니다.
오는 8월 18일까지 열리는 국립제주박물관 특별전에는 국보와 보물 등 국가지정문화유산을 비롯한 총 187건 260점이 전시됩니다. 이번 전시는 제주 관련 작품을 추가해 2022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최한 고 이건희 회장 기증 1주년 기념전을 재구성했습니다. 정선의 '인왕제색도'를 비롯한 국보와 보물 16건 26점을 포함해 이건희 회장 기증품 총 187건 260점이 전시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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