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엘니뇨’ 가고 ‘라니냐’ 가능성, 우리나라 영향은?
지난해 봄에 시작된 '엘니뇨'(적도 인근 고수온 현상)가 물러가고 엘니뇨의 반대 현상인 '라니냐'가 찾아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습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열대 중·동태평양 의 해수면 온도가 점차 내려가 올 여름(6~8월) 중립 상태로 접어들거나 라니냐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전 지구 해수면 온도 편차를 보여주는 위 그림을 보면 적도 동태평양에 퍼져나가고 있는 파란색의 물결(동그라미 부분)을 볼 수 있습니다. 평년보다 수온이 낮은 냉수대가 솟구치고 있다고 추정됩니다.
열대 태평양 엘니뇨-라니냐 감시구역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5℃ 이상 높은 상태가 5개월 이상 지속되면 엘니뇨, 0.5℃ 이상 낮은 상태가 지속되면 라니냐의 시작으로 봅니다. 또 해수면 온도 편차가 +0.5~ –0.5℃ 사이일 때는 엘니뇨도, 라니냐도 아닌 중립 상태로 분류합니다.
■이상기후 주기적으로 몰고 오는 엘니뇨와 라니냐
1950년 이후 적도 태평양 감시 구역의 해수면 온도 편차 그래프를 보면 엘니뇨(빨간색)와 라니냐(파란색)가 주기적으로 반복돼 온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엘니뇨와 라니냐는 보통 2~7년 정도의 주기로 찾아왔는데, 지금까지 엘니뇨는 24차례, 라니냐는 16차례 발생했습니다. 1991년 이후 엘니뇨에서 중립 또는 라니냐로 전환된 해는 1992년과 1995년, 1998년, 2005년, 2007년, 2010년, 2016년, 2020년까지 8차례입니다.
엘니뇨나 라니냐가 찾아오면 해류의 움직임이 바뀌고 전 지구적인 열 순환과 기후에 영향을 미칩니다. 엘니뇨 시기에는 뜨거운 바닷물이 적도 동태평양으로 향하고, 라니냐 시기에는 서쪽으로 향합니다.
이에 따라 수증기의 증발과 기압 배치가 변하면서 태평양 연안국가에 홍수와 가뭄, 폭염, 한파 같은 극단적인 이상기후를 몰고 올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처럼 멀리 떨어진 곳에도 '원격상관'(Tele-connection)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엘니뇨→라니냐 전환기 영향은?
그렇다면 엘니뇨가 쇠퇴하고 라니냐로 접어드는 시기에 우리나라는 어떤 영향을 받게 될까요? 아래 지도를 보면 지난 30년간(1991~2020년) 엘니뇨에서 라니냐 전환기에 전 지구적으로 어떤 경향이 나타났는지 알 수 있습니다.
기온(왼쪽)의 경우 유라시아 대륙 서쪽과 인도 북부, 동남아시아, 호주 북서부, 미국 동부 등이 붉은 색으로 표시돼 있습니다. 여름철에 평년보다 높은 기온을 보였다는 뜻입니다. 반대로 푸른색은 평년보다 낮은 기온이 지속된 지역을 의미합니다.
오른쪽 강수량 지도를 보면 평년보다 비가 많이 온 지역(초록색)과 건조한 지역(갈색)을 구분할 수 있습니다. 중국 중·북부와 북미에선 강수량이 증가하고 반대로 중국 남부에선 강수량이 감소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하지만 한반도를 확대해 자세히 봐도 엘니뇨·라니냐 중립 시기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쉽게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실제로, 기상청은 우리나라의 여름철 기온과 강수량은 이 시기에 뚜렷한 경향성을 보이지 않는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서 김백민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교수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엘니뇨-라니냐 전환기에 우리나라에 뚜렷한 영향이 나타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한반도가 너무 작기 때문입니다. 고기압과 저기압의 기압 배치만으로 설명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는데요. 고기압의 중심에 우리나라가 들어가면 폭염이, 그 경계에선 폭우가 올 수 있기 때문에 이 시기에 어떨 것이라고 정확히 예단하기가 어렵습니다."
엘니뇨와 라니냐가 우리나라 기후에 영향을 주는 유일한 변수가 아닌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동아시아 기후에는 인도양과 대서양, 북극 해빙, 유라시아 대륙의 눈덮임 등 다양한 요소들이 복잡하게 얽혀있습니다.
임영권 NASA 고다드우주비행센터 박사는 이렇게 말합니다.
"한반도는 엘니뇨-라니냐의 영향을 간접적으로 받는 지역입니다. 중위도 동아시아 지역은 북극의 해빙이 얼마나 녹느냐 등 다른 변수가 적도의 영향을 '상쇄'하기 때문인데요. 제가 살고 있는 미국 동남부의 경우 라니냐 시기 겨울이 따뜻하고 건조한데도 최근 북극의 온난화로 오히려 극심한 추위가 잦아지고 있습니다."
다만 엘니뇨에서 라니냐로 전환될 때 한반도 남쪽에 있는 필리핀해 등 서태평양의 대류 운동이 강해질 수 있다는 점을 김백민 교수는 지적했습니다. 이럴 경우 우리나라에 폭염이나 폭우를 불러오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강화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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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방실 기자 (weeze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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