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인하가 밸류업과 무슨 상관?···정부 참석 토론회에서 감세안 쏟아낸 재계

김윤나영·김세훈 기자 2024. 6. 3.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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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왼쪽 세 번째)이 3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업 밸류업을 위한 세제 개선 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추진하는 기업 밸류업 관련 세제 개편 토론회에서 기업의 주가를 높이려면 총수들의 상속세를 10%포인트 깎아주자는 제안이 나왔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토론회를 포함한 여론 수렴 과정을 거쳐 정부안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상속세 감면으로 인한 주가 상승효과는 검증되지 않은 반면 세수 펑크 등 부작용은 크다고 지적했다.

박성욱 경희대 회계세무학과 교수는 3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주관한 ‘기업 밸류업을 위한 세제 개선 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기업 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과세표준 30억원을 초과하는 상속세 최고세율을 50%에서 40%로 10%포인트 인하하자고 제안했다.

박 교수는 기업 총수들을 대상으로 한 상속세 인하가 코리아 디스카운트(증시 저평가) 완화에 기여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기업을 상속받은 기업인은 높은 상속세를 부담해야 하기에 지분 매각이나 주식담보 대출 등을 통해 상속세를 부담할 수밖에 없다”며 “이는 투자 보류, 고용불안, 지배구조 불안 등을 야기해 기업 가치 하락 가능성이 커진다”고 했다.

하지만 상속세 인하와 주가 상승은 상관관계가 없다는 게 학계의 중론이다. 김우찬 고려대 경영대 교수는 “기업 총수가 자녀에게 지배권을 승계하기 위해 평상시에 기업 주가를 낮춰서 상속세를 덜 내려고 한다는 주장은 실질적으로 증명되지 않았다”며 “기업 총수가 상속세를 내고 싶지 않아서 주가를 떨어뜨려왔다는 가정이 사실이라면, 기업주가 사망한 뒤 해당 기업 주가가 올라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기업 총수들이 본인이 사망한 뒤에 자식에게 저평가된 기업을 물려주려 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가정이 사실이라면 (상속세를 덜 내기 위해) 기업 주가를 낮추려고 노력한 3세 경영자가 기업을 물려받아야 하는 당위성도 투자자들 입장에선 줄어든다”며 “그런 3세 경영자에게 기업을 물려준다고 해서 기업이 밸류업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도 “상속세가 주가 하락의 원인이라는 분석은 적절하지 않다”며 “재계 주장을 따르면 상속세가 0원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조만희 기재부 소득법인세 정책관은 주주환원 증가액에 대한 세액공제 확대, 밸류업에 적극적인 기업 주주에 대한 배당소득세 저율 분리 과세, 최대주주의 상속세 할증 평가 폐지 등 다양한 내용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상속세율 인하에 대해서는 “사회적으로 민감한 이슈라는 측면에서 사회적 공감대가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슈퍼부자를 제외하면 한국의 상속세 부담이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의 상속세 실효세율은 2022년 기준 평균 41.4%인데, 상속재산 규모가 500억을 초과하는 슈퍼부자 26명(0.16%)을 제외한 상속세 실효세율은 28.9%였다. 김우찬 교수는 “기업 총수가 가져가는 지배(경영)권 프리미엄이 50~60%라는 점을 고려하면 현 상속세율이 과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감세 정책의 효과는 불분명하지만 세수 펑크 등 부작용은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창민 교수는 “정부가 경기 부양, 물가 문제, 기업 밸류업을 모두 감세로 해결하려고 하는 황당한 기조를 세우고 있다”며 “세수 펑크가 심각한데 정부가 실증적으로 전혀 검토되지 않은 정책을 밀어붙였다”고 비판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상속세를 낮추면 부자들이 혜택받게 된다”며 “낮춘 상속세만큼 다른 쪽에서 세수를 메워야 하는 문제가 생기고, 계층·세대 간 형평성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김세훈 기자 ksh371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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