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지로 나온 'PA'…"전담간호사 만들자" vs "전문간호사가 맡아야"
병원에서 의사의 일부 업무를 담당하지만 법적으로 정당한 지위를 인정 받지 못해 숨어지내야 했던 이들이 'PA(진료지원인력)'다. 우리나라에선 '의료인'에 해당하지 않아 불법 직역이지만, PA는 국내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등에 이미 1만 명 넘게 포진해 있다. 지난 2월 정부가 이들의 업무를 임시로 허용하면서 PA 합법화의 실마리가 마련됐다. 하지만 PA의 대상과 명칭을 정하는 과정에서 간호사들 내부에서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3일 대한간호협회에 따르면 이들은 간호사 중 '전담간호사'라는 새로운 공식 직역을 만들어, 이들에게 PA 업무를 합법적으로 부여하겠다는 밑그림을 그렸다. 현재 의료법상 간호사는 '전문간호사'와 '(일반) 간호사'로 나뉘는데, 여기에 '전담간호사'를 추가하겠다는 것이다. '전담간호사'이란 용어는 지난 2월 27일 보건복지부가 의료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개시한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에서 처음 등장했는데, PA에 대해 '가칭' 전담간호사로 호칭했다.
김정미 경기도간호사회 회장은 "그간 PA는 명칭도, 업무 범위도 명확하지 않고 법적 보호 체계 없이 업무에 투입돼 왔다"며 "대한간호협회는 간호사의 역할 확대와 전담 간호사 제도화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정 분야에서 난도 높은 전담 업무를 수행하는 숙련된 간호사를 인정하고, 제도권 내에서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게 하기 위해 전담 간호사라는 직역을 제도화하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간호협회는 전담간호사를 '수면 위'에서 체계적으로 양성하기 위해 임상 경력 3년 이상의 간호사 가운데 보건복지부 장관이 인정하는 공신력 있는 양성기관에서 최소 8주간 교육받고, 자격 기준을 갖춘 간호사만 전담간호사 자격을 부여하겠다는 계획이다. 간호협회는 현재의 시범 사업 수행 기간에 수술, 외과, 내과를 우선 교육 분야로 지정하고, 심혈관, 콩팥 투석, 영양 집중 관리 교육 등 총 80시간의 집중 교육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시범 사업 기간이 끝나면 본격적으로 제도화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전담간호사라는 새 직역을 만드는 것에 대해선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전문간호사들 사이에서 나온다. 서울아산병원 흉부외과 전문간호사 문혜원 씨는 "전문간호사가 있는데 전담간호사를 만들면 전문간호사의 역할이 유명무실해지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굳이 또 다른 직역을 만들고 양성하기보다는 현재 인력(전문간호사)을 최대한 활용하는 게 더 좋은 방법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전담간호사인 한지은 씨는 전담간호사(PA)로 근무하던 중 전문간호사 자격을 땄다고 한다. 한 씨는 "전문간호사가 PA 업무를 최대한 흡수(담당)하기 위해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했는지 궁금하다"며 "이를 위해 한국전문간호사협회와 대한간호협회가 PA 자격에 대해 협의해나가면 좋겠다"고 의견을 냈다.
전문간호사는 지난 2000년 국내에서 공식 직역으로 처음 인정했는데, 간호사 면허를 소지하고 최근 10년 이내에 해당 분야의 임상 경력이 최소 3년 이상의 경력자로, 대학원 석사과정(전문간호사 과정)을 수료한 후, 국가고시인 전문간호사 자격시험에 합격해야 자격을 얻는다. 간호사 중에서도 '최상급' 간호사로 통하는 배경이다. 현재 전국 간호사(52만7000여 명) 가운데 전문간호사는 1만7346명으로 전체의 약 3%에 불과하다.
전문간호사들의 이런 우려에 김정미 회장은 "간호사들 사이에서 '굳이 새 직역을 만들어야겠냐'는 지적, '모든 PA가 전문간호사이면 좋겠다'는 의견이 들려오고 있지만 현실에선 간호대학을 갓 졸업한 일반 간호사 가운데 PA 업무에 갑자기 투입되는 경우가 적잖다"며 "PA 자격을 전문간호사에게만 준다면 대학원 졸업을 포함, 한 명을 배출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려 비현실적"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PA로 투입되는 간호사 중엔 경력이 오래되거나 그 일을 충분히 할 수 있을 정도의 학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다고 그들에게 PA 업무를 하게 하면서 전문간호사란 명칭을 부여할 수도 없지 않겠나"라며 "누굴 대상으로 어떻게 양성할 것인지는 협회 내부에서 계속 논의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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