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숙 특검법' 발의됐지만 與 일각선 "글쎄"…이유는?
김정숙 여사의 인도 타지마할 호화 순방 의혹 등을 대상으로 한 특별검사법안이 국민의힘에서 발의됐다. 그러나 여당 내 시각은 갈린다. 국민의힘에서는 의혹을 밝혀야 한다는 데 대체로 동의하지만 자칫하다가 야당이 내놓은 특검법을 방어할 논리가 약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앞서 내세운 '민생 정당' 이미지가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3일 오후 김정숙 여사 특검법을 대표 발의했다. 같은 당 김선교·박대출·강대식·임이자·박덕흠·최수진·주진우·이종배·구자근·강명구 의원 등 10명이 공동 발의자로 참여한 것으로 파악됐다. 윤 의원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김정숙 여사의 호화 외유성 순방 관 배임·직권남용 의혹 등 5가지 의혹을 특검에서 수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검찰이 수사하면 야당에서는 '야당 탄압' '검찰 공화국' 프레임을 씌울 것"이라며 "김건희 여사 특검의 핵심인 '도이치모터스 의혹'은 그가 윤석열 대통령과 결혼하기 전인 민간인 때 의혹이다. 그러나 김정숙 특검법은 영부인 시절의 의혹을 수사 대상으로 한다"고 했다. 특검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윤 의원은 김정숙 여사 의혹의 심각성을 더 많은 국민이 알기 위해서라도 특검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국민의힘 반응은 다소 미지근하다. 다수 의원들이 법안에 선뜻 찬성하지 않는 것이다. 이날 오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는 김정숙 여사 의혹을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하자는 등의 제안이 나온 것으로 파악됐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한 분이 회의 때 김 여사 특검법 얘기를 꺼내 여러 처리 방안 중 하나로 (권익위 신고가) 거론됐다"며 "우리가 지금 김정숙 여사 특검법을 내놓기는 좀 그렇지 않나"라고 말했다.
여권에서는 김정숙 여사를 공격하다가 야당이 동시다발적으로 내놓은 특검을 막을 명분이 약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국민의힘 소속 중진인 A 의원은 김정숙 여사 특검법에 선뜻 찬성하기 어렵다며 "우리가 야권의 특검 공세를 막기 위해 세워놓은 논리가 무너지지 않느냐"고 밝혔다. 앞서 국민의힘은 '현재 경찰이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서 진행 중인 채 상병 사건을 지켜보자며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밀어붙이는 '채상병 특별검사법'을 반대했다.
이날 발의 예고된 김정숙 여사 특검법의 핵심 의혹인 '인도 타지마할 외유성' 출장 의혹은 현재 서울중앙지검에서 맡고 있다. 여당에서 최소 10명의 의원이 찬성해 김정숙 특검법이 발의되면 채 상병 특검과 관련해 야당에서 '기존 수사 기관이 맡은 사건도 특검에 맡길 수 있다'며 여당을 향한 공세를 강화할 수 있다. 최근 전직 서울고검장 출신인 이성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방어하기도 마찬가지로 더 어려워질 수 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김정숙 여사 관련 의혹은 명명백백 밝혀야 한다"면서도 "기본적으로 먼저 (진행 중인) 수사를 지켜 보고 그다음 순서로 특검을 하는 게 맞지 않나"라고 했다. 같은 당 성일종 사무총장도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저는 (김정숙 여사 특검법에) 사인할 생각이 없다. 모든 것을 특검으로 하자면 대한민국 검찰과 경찰, 사법기관은 왜 있어야 했나"라고 말했다.
여당이 야당과 차별화하며 내세운 '민생 정당' 구호가 퇴색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1호 법안으로 채상병 특검법을 발의한 것을 '정쟁 유발'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여당 1호 법안으로 특검 등이 포함되지 않은 민생공감 531 패키지 법안을 발의하며 민생 정당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정치학)는 "총선 민심은 민생과 경제를 살리라는 것인데 양당이 정쟁을 유발하는 도구를 발명하고 있다"며 "전현직 영부인이 특검을 모두 받는 것은 국제적 망신이다. 잠시 내려놓고 영부인의 법적 지위와 권한을 규정하는 '퍼스트레이디 법' 등을 만드는 등 좀 더 생산적인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경훈 기자 straigh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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