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호 주중대사 “3국 정상회담 ‘비핵화’ 표현 언급 자체가 의미”
정재호 주중대사가 지난달 27일 서울에서 열린 제9차 한·중·일 정상회의 공동선언문에 한반도 비핵화를 한·중·일 3국 공통의 강조점으로 제시되지 못해 이전보다 후퇴했다는 지적에 대해 ‘비핵화’란 개념이 들어간 것 자체가 의미 있다고 말했다.
정 대사는 3일 베이징 주중대사관에서 열린 한국 언론사 특파원 간담회에서 “공동선언 내 한반도 관련 문안이 과거에 비해 다소 약해졌다는 이야기도 있으나 한반도 문제 해결의 필수 전제는 한반도 비핵화라는 굳건한 입장을 바탕으로 중국·일본과 여러 차례 협의를 거쳐 이 표현(한반도 비핵화)이 공동선언에 삽입됐다”고 말했다.
3국 정상회의 후 발표된 공동선언문에는 “우리는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안정·번영이 우리의 공동 이익이자 공동 책임이라는 것을 재확인했다”는 문구와 함께 “우리는 역내 평화와 안정, 한반도 비핵화, 납치자 문제에 대한 입장을 각각 재강조했다”는 문구가 들어갔다. 이는 중국은 역내 평화와 안정, 한국은 한반도 비핵화, 일본은 납치자 문제를 각각 언급했다는 의미다.
앞서 2019년 중국 청두에서 열린 제8차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리커창 당시 중국 총리는 “한반도 비핵화 실현과 동아시아의 항구적 평화가 (한·중·일) 3국 공동의 목표임을 재천명했다”고 밝혔다.
정 대사는 “중국이 최근 북한과의 관계를 고려해 대외적으로는 ‘한반도 비핵화’ 표현을 잘 사용하지 않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공동선언에 이 표현이 포함된 자체로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대사는 “4년 5개월 만의 3국 정상회의 재개와 우리 외교장관이 6년 반 만에 베이징을 방문한 것을 통해 양국 관계 복원과 정상화 추진력이 마련된 것으로 평가한다”며 “이를 바탕으로 향후 외교·안보 분야의 소통이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 대사는 차관급 외교·안보 대화는 이달 중순 서울에서 개최하는 방향으로 협의 중이라고 전했다.
정 대사는 오는 7월 12일 한국 록밴드 세이수미가 베이징에서 공연한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클래식 분야 한국 음악가들의 (중국 내) 활동 재개 소식에 이어 우리 대중가수의 중국 내 단독 공연이 허가된 것은 이례적인 일로 보이는 바 지속 모니터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2016년 한국 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가 결정된 이후 자국 내 한국 대중음악 공연을 불허해 왔다.
정 대사는 중국이 오는 7월부터 수출통제 대상에 항공우주 분야의 부품 등을 추가하기로 한 것과 관련 국내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번 수출 통제에 따른 국내 공급망 영향을 점검한 바에 따르면 국내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한·중 간 대화 메커니즘에 따라 수출 통제 내용을 사전에 우리 대사관에 통보했다”며 “지난해 기준 이번 수출 통제 품목의 대한국 수출 규모는 6억8000만달러 규모로 추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사관에 따르면 이번 수출통제 품목에 포함된 고분자섬유는 고순도, 고품질 제품이 아니며 제3국 등을 통해 대체수입이 가능하며 항공·우주·조선 관련 품목은 수입량이 미미하다.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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