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석 검찰총장 “검찰, 소금 역할 못 하면 버림받을 것”
이원석 검찰총장이 3일 “직(자리)에 방점을 찍고 자리를 얻으려는 욕심에 업(일)을 하게 되면 사사로움이 개입돼 자신과 검찰과 국가를 망치게 된다”고 말했다.
이 총장은 이날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수도권 전입 고검검사급 177명의 전입인사를 받는 자리에서 “(‘직’과 ‘업’) 두 음절 중 어디에 방점을 찍느냐에 따라 큰 차이로 귀결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문재인 전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검찰이 진행 중인 정치권 관련 수사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공정한 수사를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달 29일 고검검사급 검사 514명에 대한 전보 인사를 단행했다.
이 총장은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니, 소금이 그 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짜게 하리요. 후에는 아무 쓸데 없어 다만 밖에 버려져 사람에게 밟힐 뿐이니라’라는 성경 구절을 인용했다. 그는 “소금이 짠맛을 잃는 순간 가치 없는 광물에 지나지 않는 것처럼 검찰이 공동체의 부패를 막고 사람의 몸에 필수적인 소금 역할을 제대로 다 하지 못한다면 결국 쓸모없이 버림받게 되는 것”이라며 “나의 자리가 아닌 나의 일에서 보람과 가치를 찾고 주어진 자리에서 오로지 국민을 섬기는 자세로 소금과 같이 제 몸을 녹여 국가를 위한 검찰의 책무와 소명을 다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 총장은 “검찰이 하는 일은 결국 국민의 평온한 일상을 해치고 위협하는 범죄에 빈틈없이 대응해 국민의 생명, 신체, 안전과 재산을 지키는 일로 귀결된다”며 “민생범죄 대응을 누누이 강조해 왔지만, 특히 성폭력·사이버성폭력·스토킹·전세사기·보이스피싱·투자사기·마약범죄에 엄정하게 대처해 국민이 집에서, 직장에서, 학교에서, 길거리에서 평온한 일상을 누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기 바란다”고 했다.
이 총장은 러시아의 대문호 알렉산드르 푸시킨의 시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를 읊으며 발언을 마쳤다. 이 시는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 / 슬픔의 날을 참고 견디면, 머지않아 기쁨의 날이 오리니 / 마음은 미래에 있는 것, 현재는 항상 슬픈 것 / 모든 것은 한순간에 지나가고, 지나간 것은 그리워지나니’라는 내용이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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