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0억 규모 ‘가짜 석유’ 제조·판매한 조폭들 무더기 검거

가짜 석유 4200만 리터 제조·판매한 혐의
경찰 단속 피하기 위해 ‘바지사장’ 고용하기도

(시사저널=문경아 디지털팀 기자)

붉은색을 띠는 해상유에 화학약품을 섞어 노란색을 만든 뒤(좌) 정품 경유와 섞어 눈속임한(우) 일당들의 제조 수법 ⓒ연합뉴스

580억원 규모의 가짜 석유제품을 제조하고 판매한 일당이 경찰에 검거됐다.

3일 충남경찰청 김경환 형사기동대1계장은 언론브리핑을 열고 'L상사'라는 범죄단체를 조직해 가짜 석유제품을 제조하고 판매한 혐의(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등 위반)로 조직폭력배 일당 38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이 중 주요 가담자 9명은 구속됐으며, 나머지 29명은 불구속 송치됐다.

전북의 조직폭력배 부두목 A씨를 중심으로 구성된 이들 일당은 지난 2021년 6월부터 2022년 7월까지 전국 25곳의 주유소를 직접 운영하며 580억원 상당의 가짜 석유 4200만 리터를 제조해 판매한 혐의를 받는다.

A씨와 함께 총책을 맡은 B씨는 가짜 석유 제조를 담당했으며, 나머지 일당들은 황 분석 담당, 재고 담당, 운전 기사, 주유소 관리소장 등의 역할을 분담해 맡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해상유와 경유를 혼합해 가짜 석유를 제조했으며, 이들이 제조한 가짜 석유는 일반 정상 석유보다 황 함량이 32배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통상적으로 시중에서 판매되는 경유의 황 함량은 10ppm을 초과할 수 없으나 이들이 제조한 가짜 경유의 황 함량은 318ppm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각 종 화학약품을 혼합해 가짜 석유를 제조했다. 정상 석유와 구분하기 위해 가짜 석유에 첨가한 붉은색의 식별제는 여과장치를 통해 제거함으로써 일반인이 육안으로 구별할 수 없도록 했다.

또한 이들은 경찰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대신 처벌 받을 '바지사장'을 1억원에 고용하기도 했다. 동종 전과가 있던 바지사장은 이번 수사와 별개로 진행하던 단일 수사에서 검거돼 과거에 처벌받은 적이 있다.

바지사장 대신 도주한 총책 B씨는 경찰의 수사를 피하기 위해 대포폰을 이용하고 은신처도 비대면 부동산 중개 플랫폼에 차명으로 계약해 마련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경찰은 L상사를 비롯한 10개소를 동시 압수수색해 이들의 휴대전화와 컴퓨터 등 80여 대의 디지털 증거, 거래 장부, 차량 운행일지, 25개 주유소에 대한 신용카드 매출 정보를 확보했다.

이후 일당 조직원들의 각 역할과 통솔체계, 행동강령, 가짜 석유제품 판매량, 판매 금액 등을 특정해 L상사가 가짜 석유제품을 판매하는 범죄단체임을 확인하고 검거에 성공했다.

충남경찰청 김경환 형사기동대1계장은 "현재 검거한 조직원들 모두 입건 수사하고, 조직폭력배의 범죄행위는 끝까지 추적 검거할 예정"이라며 "범죄수익금은 기소 전 몰수보전 등을 통해 모두 환수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