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백 수수 지켜 본 대통령실 ‘목격자들’…이원석 ‘결단’할까

이혜영 기자 2024. 6. 3.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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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바나컨텐츠 출신 대통령실 직원 2명, 명품가방 수수 현장 동석 의혹
대통령실 과장도 최재영 목사와 직접 통화 후 보훈처 직원 연결 정황
‘임기 만료’ 앞둔 檢총장, 부장검사에 대면보고 받으며 엄정수사 지시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영부인 김건희 여사 ⓒ연합뉴스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 칼끝이 대통령실 '목격자들'을 향하고 있다. 최재영 목사가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고가의 화장품을 건네는 자리에 코나바컨텐츠 출신 대통령실 직원 2명이 동석했고, 최 목사가 청탁 이후 대통령실 과장과 직접 통화했다는 진술과 녹취록·관련 메모를 제출하면서다. 임기 만료를 앞둔 이원석 검찰총장이 김 여사 수사와 관련해 어떤 '결단'을 내릴 지 주목된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김승호)는 지난달 31일 최 목사를 소환조사하면서 김 여사와의 첫 접견 당시 작성한 메모를 확보했다. 검찰은 최 목사를 상대로 김 여사 대면 접견 과정 전반과 목적 등을 조사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 목사는 2022년 6월20일 김 여사를 첫 접견했는데, 당시 샤넬 화장품과 향수 등 180만원 가량의 선물을 전달했다고 한다. 최 목사는 접견 일시와 장소, 접견 절차 및 대담 내용, 동석자 등을 A4 용지 6장 분량으로 정리했고 이 메모를 서울의소리 측에 전달했다. 

검찰은 최 목사가 작성해 전달한 메모와 당사자 진술 등을 분석하고 있다. 최 목사는 이로부터 3개월 뒤인 같은해 9월 300만원 상당의 명품가방 전달 때와 달리 이 때는 별도의 녹음이나 촬영 등을 하지 않았다. 

2023년 11월 유튜브 채널 '서울의소리'가 공개한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논란' 영상의 한 장면 ⓒ서울의 소리 유튜브 화면 캡처

주목할 점은 최 목사가 기록한 메모에 등장한 목격자들이다. 기록에는 최 목사가 김 여사를 첫 접견한 현장에 코바나컨텐츠 직원이었던 유아무개씨와 정아무개씨가 동석했다고 적혀 있다. 이들은 최 목사의 첫 접견일로부터 일주일 전인 6월13일 김 여사가 봉하마을을 찾았을 때 동행한 인물들이다. 당시 이들의 동행 사실이 알려지며 '사적 수행' 논란이 일었고, 대통령실은 정식 절차를 거쳐 대통령실에 채용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의혹은 '사적 채용'으로 더 확산했다. 

메모에는 최 목사가 전달한 고가의 화장품이 그 자리에서 바로 개봉됐다는 점과 김 여사의 구체적인 반응까지 적혀 있다. 최 목사는 "화장품 선물을 김건희에게 전달하자 김건희는 자신의 등 뒤에 있는 업무 책상에서 근무 중이던 정OO 비서를 불러 포장지를 뜯도록 지시했다"며 김 여사가 물건을 직접 만지고 확인한 후 "그냥 오시지 뭘 이런걸 사오셨어요?"라고 말했다고 돼 있다. 김 여사가 '제 2부속실 설치'는 불필요하다는 취지로 언급한 내용도 포함됐다고 한다. 

앞서 대통령실은 최 목사가 디올백을 건네는 장면을 몰래 촬영해 서울의소리를 통해 폭로했을 때 당선 이후 전달받은 선물은 대통령기록물로 보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설명대로라면 명품가방에 앞서 전달된 고가의 화장품과 향수 등도 대통령기록물로 보관돼 있어야 한다. 

검찰은 이와 함께 최 목사가 김 여사로부터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실 소속 조아무개 과장 등을 소개받았고 직접 통화까지 했다는 진술과 녹취록도 확보한 상태다. 최 목사는 검찰 조사에서 "김창준 전 미 연방 하원의원을 국정자문위원으로 임명해달라"고 하며 김 여사에 각종 선물을 건넸다는 입장이다. 이후 실제로 김 여사가 조 과장을 연결해줬고, 최 목사는 다시 조 과장을 통해 국가보훈부 담당 사무관의 휴대전화를 확보했다. 다만, 최 목사가 요청한 청탁 가운데 실제로 성사된 건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김건희 여사에게 명품 가방을 전달한 혐의를 받는 최재영 목사가 5월3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재소환돼 조사실로 향하기 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기 막바지' 이원석 결단할까…野 "명백한 국정농단" 

법조계에서는 청탁금지법상 배우자에 대한 별도 규정이 없어 실제 처벌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최 목사의 주장을 비롯해 전반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윤 대통령의 인지 여부, 후속 조치 적법성 등을 판단하려면 김 여사와 대통령실 '목격자들'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오는 9월 임기가 만료되는 이원석 검찰총장이 대통령실까지 수사를 확대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이 총장은 지난 5월 김 여사 명품가방 수수와 관련한 전담수사팀 구성을 지시했다. 이후 검찰은 최 목사를 비롯해 서울의소리 관계자 등을 잇달아 소환하며 수사가 급물살을 탔다. 최 목사가 명품가방을 건네는 장면이 담긴 영상 원본과 김 여사와 주고 받은 메시지 등 주요 증거도 상당 부분 확보됐다.

그러나 검찰 수사가 대통령실 관계자와 기록 확보를 위한 강제수사로 뻗어나가지는 못하고 있다. 검찰은 아직 최 목사와 서울의소리 대표·기자, 윤 대통령 부부가 살던 아크로비스타 재활용장에서 김 여사에 건네졌던 다량의 책을 확보한 권성희 변호사 등만 소환한 상태다.  

야권에서는 수사전담팀 출범 후 김 여사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1~4차장을 전원 물갈이 하고 '친윤'으로 분류되는 이창수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을 임명한 것이 '수사 중단'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후속 인사에서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 중인 부장검사들이 유임되긴 했지만, 지휘부가 교체된 탓에 방향 자체가 바뀔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총장의 임기가 곧 만료되는 점을 감안할 때 결국 대통령실까지 뚫고 올라가지 못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인사는 인사, 수사는 수사' 방침을 밝힌 이 총장은 김 여사의 명품가방 의혹을 수사하는 부장검사로부터 직접 대면보고를 받는 등 이례적으로 특정 사건에 신속하고 엄정한 수사를 재차 주문한 것으로 알려진다. 

대통령실은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사안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내놓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최재영 목사가 김건희 여사를 전담하는 대통령실 조아무개 과장에게 보훈부 사무관 연락처를 받았고, 보훈부 직원의 답변도 회신했다"며 "국가의 공적 기능을 수행하고 법률에 따라 정책을 집행해야 할 정부 부처가 언제부터 김건희 여사의 사적 '민원처리센터'가 되었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김 여사의 개인적 청탁을 처리하기 위해 대통령실과 국가보훈부가 움직였다면 국가 운영의 기본 원칙을 짓밟은 명백한 국정농단"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김 여사가 명품백을 받는 현장에 코바나컨텐츠 출신 대통령실 직원 2명이 동석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뇌물수수의 대가인 부정청탁 정황에 목격자까지 드러났음에도 검찰은 여전히 제보자, 고발자만 불러 괴롭히고 있다"며 "국민이 보시길 원하는 김 여사의 사진은 대통령실의 화보 사진이 아니라 특검 포토라인 앞에 선 모습"이라고 쏘아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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