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국가시험 '예정대로'…내년 의사공급 수천명 '펑크' 우려

김수현 2024. 6. 3.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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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국시, 예년과 동일한 시기 시행"…'공부하는 학생' 보호 취지
전공의·전문의 수급 4∼5년까지 여파…필수·지역의료 위기 부추길 수도
조용한 주말 병원 의대 정원 증원 결정을 둘러싸고 정부와 의사단체 간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 2일 서울의 한 대형 병원에서 환자가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연합뉴스) 김수현 기자 = 의대생들의 수업 거부 장기화가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가 의사 국가시험을 예정대로 시행하겠다고 밝히면서 내년 의사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고개를 든다.

당장 내년 의사 공급이 3천여명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의사 수급 여파는 향후 4∼5년까지 미치고, 연쇄적으로 필수 의료·지역의료 위기까지 부추길 수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24일 서울 시내 한 의과대학 강의실에 가운과 책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정부 "의사 국시 예정대로"…'공부하는 학생' 보호 우선

전병왕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제1통제관(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대본 브리핑에서 "현재 (의사 국가) 시험을 준비하는 응시자들이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신뢰 보호를 위해 예년과 동일한 시기에 시험을 시행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앞서 대학들은 의대생들이 증원 정책에 반발하며 수업을 계속해서 거부하자, 의대 졸업자와 졸업대상자가 치르는 의사 국가시험 일정을 연기해달라는 대정부 건의를 했다.

의료법에 따르면 '의대 졸업자'나 '6개월 이내 졸업예정자'가 국가시험에 합격했을 때 의사면허를 받을 수 있는데, 지금 같은 상황이면 의대 4학년이 국가시험을 치르더라도 제때 졸업하지 못해 의사 면허를 취득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에 대학들은 9월 시작하는 의사 국가시험 일정과 7월 원서접수 기간을 연기하는 방안을 정부에 건의했다.

학생들이 비대면 수업 등을 통해 시험을 준비할 수 있도록 '실기→필기' 순서인 시험을 '필기→실기' 순서로 실시하는 방안도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의사 국가시험 소관 부처인 복지부가 이를 일축한 셈이다.

전 실장은 "정부는 올해 제89회 의사 국가시험 실기시험'을 9월 2일부터 11월 4일까지 총 39일간 시행한다"며 "응시원서 접수 기간은 7월 22일부터 7월 26일까지 5일간이며, 6개월 이내 졸업 예정자는 국가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의사 국가시험 일정은 물론 원서접수 기간도 예년과 유사하고, 실기시험을 먼저 치른다는 방침도 그대로 유지된 셈이다.

일각에서는 의사 국가시험을 분기별이나 수시로 치르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으나 정부는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정부가 의사 국가시험 연기 가능성을 일축한 것은 현재 학교에서 공부하는 학생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우선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의사 국가시험 연기가 학생들이 수업 복귀를 미루는 빌미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의대 증원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지 100일째인 지난달 29일 대구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관계자들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전공의·전문의 수급 연쇄 감소…'필수의료' 타격 더 클 수도

그러나 이 때문에 내년 의사 수급은 차질을 피하기 어렵게 될 전망이다.

의대 졸업 예정자들이 지금처럼 수업을 계속해서 거부할 경우 의사 국가시험 합격 자체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만약 의사 국가시험에 합격하더라도 수업을 거부하는 경우 출석 일수 미달로 유급돼 졸업 요건을 갖추지 못하고, 결국 의사 면허를 취득하지 못할 수 있다.

현 의대 정원을 고려하면 당장 내년 최대 3천58명의 의사 공급이 '펑크'가 날 수 있는 셈이다.

의사 인력 양성 차질의 파급효과는 향후 몇 년까지 이어질 수 있어 더욱 우려를 부른다.

의사 국가시험에 합격한 후 상당수는 인턴 1년, 레지던트 3∼4년인 전공의 수련 과정을 밟는데, 우선 이 같은 전공의 수급이 당장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전공의 수련을 모두 마친 후에는 특정 과목의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 전문의 시험을 보는데, 전공의 공급이 줄어들면 자연스럽게 '전문의 공급' 역시 감소한다.

복지부에 따르면 현재 전문의 시험을 앞둔 전국의 3·4년차 레지던트는 총 2천910명이다.

결국 의사 국가시험 합격 인원이 급격하게 줄어들 경우 앞으로 4∼5년 후 전문의 공급이 약 3천명 빠지는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셈이다.

문제는 기피 대상인 필수의료 분야가 이러한 의사 공급 차질로 더욱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전문의 배출과 연관된 군의관, 공중보건의사(공보의) 수급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연 단위로 이뤄지는 의사 국가시험 특성상 한번 생긴 공백은 이같이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지만, 공백을 메우는 것 역시 1년 뒤에나 이뤄져 복구도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2020년 의대생들이 의대 정원 확대 등에 반발해 국가시험 실기시험 응시를 거부한 후 이듬해인 2021년 국가시험을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눠 두 차례 시행한 바 있다.

의대생에 대한 '특혜'라는 비판을 감수하고도 정부가 이같이 조치한 것은 의료인 수급의 경우 '의료법에 따라 정부가 우수한 의료인 확보와 적절한 공급을 위해 기본시책을 수립하고 시행해야 한다'고 명시될 정도로 국민 건강과 직결된 문제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우선 졸업을 앞둔 의대 본과 4학년 학생들을 대학 측이 일대일로 만나면서 계속해서 수업 복귀를 설득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각 대학이 학생들의 집단 유급을 막기 위해 학사일정을 탄력적으로 조정하고 있어 의사 국가시험 차질을 전망하는 것은 아직 섣부르다는 입장이다.

구연희 교육부 대변인은 이날 출입기자단 정례 브리핑에서 "의사 국가시험 부분은 복지부 소관으로 아직은 학생들이 좀 빨리 복귀하면 응시가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복지부와 협의해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porqu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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