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콘솔 시장에 큰 변화가 다가온다
앞으로 콘솔 시장의 전반적인 정책이 변경될 전망이다. 콘솔 구매의 주 목적인 독점 타이틀이 감소하고, 다수의 게임사가 멀티 플랫폼으로 개발 방향성을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헤르멘 헐스트 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 CEO는 "라이브 서비스 게임은 PC와 PS5 동시 출시할 예정이나, 싱글 게임의 경우 PC 게이머들이 플레이스테이션 콘솔에서 후속작을 플레이하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전엔 콘솔의 독점 타이틀은 PC 플랫폼에 출시된다는 보장이 없었다. 때문에 독점 타이틀을 즐기기 위해선 콘솔 구매가 강제됐다. 이젠 충분한 시간만 기다리면 PC로도 출시되니 콘솔의 필요성이 점차 감소하는 추세다.
해외 게이머들의 동향이 달라진 것도 한몫한다. 옛날엔 콘솔로 게임을 하는 게 당연하게 여겨졌으나, 지금 세대는 모바일과 PC를 선호하는 게이머들이 증가했다. 여전히 일부 국가의 콘솔 선호도는 높지만, 그렇지 않은 국가가 더 많다. 예전처럼 콘솔 게임만 만드는 것으로는 더 이상 흥행을 이끌어내는 게 어려워졌다.
■ 이전과 다른 행보 예고한 소니
소니는 이와 같은 상황에 맞춰 새로운 전략을 내세웠다. 라이브 서비스 게임은 PS5와 PC 동시 발매하고, 싱글 플레이 게임은 일정 기간 독점 후 PC에 이식해서 출시한다.
싱글 게임의 독점 출시와 멀티 플랫폼 서비스로 콘솔 판매량을 일정 수 유지하겠다는 의도다. 해당 결정은 오랫동안 콘솔의 1인자로 군림해 오고 있는 소니라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다.
5월 31일에 공개된 소니의 공식 방송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를 보면 빠르게 이해할 수 있다. 공개된 신작 중 PS5로 독점 출시되는 타이틀을 손에 꼽는다. 그만큼 게이머들이 굳이 콘솔을 구매해야 할 이유가 없어지고 있다.
콘솔만의 장점이 아예 사라지는 건 아니다. 스토리 중심의 싱글 게임을 콘솔에서 먼저 출시하니 남들보다 먼저 스토리를 즐긴다는 메리트는 여전히 남아있다. 문제는 그게 전부라는 사실이다.
게시글의 반응을 살펴보면 '나는 PS5를 가지고 있지만, 10번 중 9번은 PC 버전을 기다리고 있다', '데이원이 없었다면 콘솔을 구매하지 않았을 것이다' 등 콘솔의 필요성이 감소한 걸 확인 가능하다.
반응에서 알 수 있듯 지금이야 콘솔을 구매한 게이머들이 어느 정도 있으니 독점 타이틀을 통한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이후 차세대 콘솔이 출시되더라도 지금만큼의 수익을 기대하긴 어렵다.
이와 별개로 소니의 바뀐 정책에 맞춘 스팀 PSN 의무화와 관련해 글로벌 게이머들의 불만이 많다. 해당 논란은 현재 PS5와 스팀에서 라이브 서비스 중인 '헬다이버즈2'로 인해 부각됐다. 출시 초 헬다이버즈2는 스팀 계정만 있으면 누구나 PC에서 즐길 수 있었다.
5월 3일 소니는 갑작스럽게 PC 유저들에게 PSN 계정 연동을 하지 않으면 플레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공지를 올렸다. 그냥 가입해서 즐기면 그만이지 않느냐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PSN 계정 연동의 가장 큰 문제는 서비스 국가 제한이다. PSN을 지원하지 않는 국가에선 헬다이버즈2를 사도 게임을 즐길 수 없다. 결국 유저들의 극심한 반발로 인해 소니는 PSN 연동을 철회했다.
지난 5월 출시된 고스트 오브 쓰시마나 하반기 출시 예정인 갓 오브 워 라그나로크 등 스팀 상점 페이지에서 PSN을 요구한다고 적혀 있다. 구매 및 플레이에 국가 제한이 걸려있다는 이야기다. 나중에 다시 한 번 해당 문제가 두드러질 때 소니가 어떤 태도를 취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 독점보단 다양성 추구하는 개발사들
이전까지 패키지 게임 개발사들은 콘솔 독점 출시를 통해 높은 판매량을 기록해왔다. 최근엔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떨어지는 추세다. 이는 플레이스테이션의 출하량을 보면 알 수 있다.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 공식 홈페이지에 게재된 하드웨어 전 세계 판매량을 살펴보면, PS4의 누적 판매 대수는 약 1억 1700만 대다. 그에 비해 PS5는 5920만 대에 그쳤다. PS4의 절반을 겨우 넘긴 수치다.
가정용 콘솔을 보유한 게이머가 줄어들고 있으며, 그만큼 독점 출시로 얻는 이점이 사라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개발사들이 멀티 플랫폼을 결정한 건 수익을 끌어올려 살아남기 위함이다.
일부 게임사들은 2010년 중반부터 콘솔 독점을 포기하고 멀티 플랫폼을 선택해 왔다. 성과는 콘솔 독점 출시 때보다 뛰어났다. 최근 신작들을 전부 멀티 플랫폼으로 출시한 캡콤의 판매량만 살펴봐도 알 수 있다.
콘솔 게임을 중점적으로 만들어 온 개발사들이 이젠 멀티 플랫폼을 기본 전제로 깔고 있다. 스퀘어에닉스 또한 이 대열에 본격적으로 합류한다. 지난 5월 스퀘어에닉스는 연간 실적 발표와 함께 향후 3년간 인기 IP 타이틀 개발과 멀티 플랫폼에 집중할 것이라 알렸다.
개발사들의 개발 정책이 점차 바뀌고 있는 상황이니 콘솔 시장의 변화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인 셈이다.
■ 콘솔이 나아가야 할 길 '휴대용 게임기'
이전에 비해 하드웨어의 성장 속도가 빨라진 상황에서 PC와 콘솔의 격차는 더 벌어질 전망이다. 앞으로의 신작들은 동시 발매되거나 기간 독점이 끝난 뒤엔 PC로 이식된다. 높은 그래픽 품질과 프레임으로 쾌적하게 즐기니 게이머들의 인식도 바꼈다.
콘솔이 게이머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살아남기 위해선 다른 방식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그중 주목해야 할 부분은 바로 '휴대성'이다. 닌텐도 스위치를 예시로 들면 확실히 이해된다.
닌텐도 스위치는 PS5나 엑스박스 시리즈와 비교했을 때 당연히 성능은 떨어진다. 대신 외출할 때나 집에 누워있을 때 등 장소에 구애를 받지 않고 게임을 즐긴다는 장점이 있다. 지하철이나 게임 행사장 등 여러 장소에 가면 닌텐도 스위치를 즐기고 있는 사람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2022년 출시된 스팀덱도 휴대용 게이밍의 시대를 여는데 일조했다. 닌텐도 스위치와 달리 독자적인 타이틀이 존재하는 건 아니지만, 스팀 계정이 보유하고 있는 게임을 어디서든 가능하다는 메리트가 있다.
공통적으로 두 기기 모두 전용 독을 통해 모니터나 TV에 연결하면 일반 콘솔처럼 즐기는 게 가능하다. 기본은 휴대용 게임기지만 상황에 따라서 일반 콘솔처럼 즐길 수 있다. 앞으로는 이 부분이 PC와 콘솔의 역할을 명확히 나누게 될 것이다.
실내에서 고사양 게임을 즐길 땐 PC를 활용하고, 그 이외의 상황에선 PC 대신 콘솔을 사용해 게임을 즐기는 게 가장 이상적인 그림이다. 여기에 닌텐도 스위치처럼 PC에선 즐길 수 없는 독점작을 더하면 금상첨화다.
최근 사회의 세대가 바뀌고 있는 것처럼 게이머들의 세대도 교체되고 있다. 플랫폼마다 각자의 장단점이 존재하는 만큼, 그 부분을 잘 노려서 서로 공존할 수 있는 시장이 만들어질지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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