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위기 속 ‘노조 리스크’에 발목잡힌 韓 기업들
(시사저널=김경수 기자)
삼성전자 노조가 총파업을 선언하면서 긴장감이 맴돈다. 창사 이래 첫 파업 위기다.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교섭 시즌이라 다른 주요 기업들의 노사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재계에선 경기 침체 속 노사가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이는 '줄파업' 악몽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도체 재도약 외친 삼성전자, 노조 파업에 비상
반도체 위기에 빠진 삼성전자가 또다시 악재를 만났다. 삼성전자 최대 노동조합이 1969년 창사 이래 첫 파업을 선언하면서 '노조 리스크'는 현실화됐다. 삼성전자 사내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은 지난달 29일 총파업을 선언했다. 오는 6월7일에는 대규모 집단 연차를 내기로 했다. 연가 투쟁이다.
노사 갈등의 핵심은 임금 인상 폭이다. 사측은 지난 3월 전삼노 교섭과 별개로 노사협의회와 임금 조정 협의를 거쳐 올해 평균 임금 인상률을 5.1%로 정했다. 이에 반발한 전삼노는 중노위 조정과 조합원 찬반투표 등을 거쳐 쟁의에 돌입했다.
삼성전자는 현재 초비상이다. 경영 환경 불확실성이 커진 데 따른 전사적 대응이다. 핵심 반도체 부문은 긴장의 고삐를 더 바짝 죄고 있다. 정기 인사철이 아닌데도 경계현 사장에서 전영현 부회장으로 수장을 전격 교체하는 승부수까지 띄웠다.
그럼에도 반도체 위기감은 점점 커지고 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핵심 부품인 차세대 D램 HBM(고대역폭메모리)은 경쟁사에 주도권을 뺏겼다. 반도체 경쟁력 제고에 박차를 가하는 삼성전자 행보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재계에서도 초비상 경영 속에서 삼성 노조의 행보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전사적으로 경영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노조가 기업의 성장을 방해하는 행동에 나선 것은 이해하기 매우 어렵다"며 "노사 구별없이 현재 위기를 극복하는 데 모두 동참해야 한다. 위기를 극복한 뒤 더 나은 대우를 요구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입단협 시즌 돌입, 노사 상생 위한 노력 필요
전삼노가 파업을 선언한 가운데, 최근 다른 주요 기업들도 임단협 교섭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현대자동차, 기아 등 완성차 업체 노조는 금속노조 지침에 따라 기본급 인상액은 동일하게 15만9800원 인상(호봉승급분 제외)을 책정했다.
이밖에도 현대차는 전년도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컨베이어 수당 최대 20만원 인상 등을 담았다. 또 정년연장과 함께 주 4.5일제(금요일 4시간 근무), 신규 정규직 충원, 신사업 유치 투자를 통한 고용 창출, 상여금 900% 인상 등도 넣었다. 다만 당초 올해는 단체 협상이 아닌 임금협상만 진행되는 해지만 노조 측이 단체 협상안을 들고 나오면서 협의에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등 국내 조선업계 노사도 올해 임단협에 돌입했다. 기본급 인상과 정년 연장 등을 두고 노사 신경전이 고조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기본급 인상과 정년 인상 등을 주요 쟁점으로 내세웠다. 한화오션은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지급을 사측에 요구한 상태다.
이처럼 국내 기업들은 노조와 협상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 속 노사 갈등은 단순히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닌 한국 경제와 노동 시장 전반에 걸쳐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이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사 간의 상호 이해와 협력이 필수적이다.
이와 관련해 이영면 동국대 경영대학 교수는 "삼성전자 같은 경우 수십 년간 노조를 만들지 못하게 했다. 노동자의 권익 보호를 위한 명분은 지지하지만 현 시점에서의 파업 타이밍은 무척 아쉽다"면서 "파업은 노동자 최후의 수단이다. 노사가 서로 파업을 피할 수 있는 해법을 찾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정당한 노동자의 권리 주장이 자칫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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