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동네 코딱지만한 집에 세탁기는 무슨…이바구빨래방 가야지”

김영동 기자 2024. 6. 3.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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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딱지만한 집에 혼자 사는데, 세탁기를 어데 놓겠노? 이런 기 있으니 편하다."

지난 2일 부산 동구 범일동 안창마을 마을지기사무소 이바구빨래방에서 만난 이명자(78)씨가 세탁기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바구빨래방은 2022년 12월 부산 산복마을·원도심 동네의 '만능 해결사'를 자임한 마을지기사무소에 처음 들어섰다.

마을지기사무소의 마을관리사가 빨래방 운영과 세탁배달까지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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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동구 이바구빨래방
부산 동구 안창마을 이바구빨래방 모습. 김영동 기자

“코딱지만한 집에 혼자 사는데, 세탁기를 어데 놓겠노? 이런 기 있으니 편하다.”

지난 2일 부산 동구 범일동 안창마을 마을지기사무소 이바구빨래방에서 만난 이명자(78)씨가 세탁기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바구는 ‘이야기’를 뜻하는 경상도 사투리다. 주민들이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빨래방이라는 뜻이다. 빨래방에는 세탁기 2대와 건조기 2대가 나란히 놓여 있었고, 그 옆으로 높이 1.5m쯤 되는 선반에는 세제와 섬유 유연제 등이 놓여 있었다.

부산 마지막 달동네로 불리는 안창마을은 팔금산(해발 236m)과 수정산(해발 314m) 사이 좁은 분지에 자리 잡아 가파른 경사의 계단을 한참 올라가야 하는 산복마을(산 중간쯤 위치한 마을)이다. 이씨는 “힘이 있을 때는 아랫동네 세탁소에 내려가기도 했는데, 이제는 관절염 등으로 무릎도 성치 않고 다리에 힘도 없어 산길 오가기도 힘들다. 골목도 좁아 이불 등 큰 빨래 들고 다니기도 내 힘으로는 어려웠는데, 이제는 빨래방에서 세탁도 해주고 배달도 해준다”고 말했다. 안창마을이 있는 범일1동 주민 수는 1만1862명인데, 65살 이상 노인은 3648명으로 노인 인구 비율이 30.8%다.

이바구빨래방은 2022년 12월 부산 산복마을·원도심 동네의 ‘만능 해결사’를 자임한 마을지기사무소에 처음 들어섰다. 낡은 집 수리부터 온갖 생활편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마을지기사무소는 2015년 부산시가 만들어 3년간 예산을 지원했고, 이후 각 구·군에서 맡아 운영하고 있다.

부산 동구 안창마을 이바구빨래방 모습. 김영동 기자

빨래방 이용 요금은 1회에 1000원이다.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홀몸노인, 장애인은 한달에 5회까지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혼자서 거동하기 힘든 65살 이상 노인과 장애인한테는 빨래 수거·배달 서비스도 지원한다. 마을지기사무소의 마을관리사가 빨래방 운영과 세탁배달까지 맡는다.

빨래방이 주민 생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동구는 안창마을에 이어 지난해 2월과 3월 초량동과 수정동 산복마을에도 빨래방 문을 열었다. 지난해 산복마을 빨래방 3곳(범일·초량·수정)의 이용 건수는 2520건,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올해 4개월 동안 빨래방 3곳 이용 건수는 1200건으로 집계됐다. 동구가 지난해 진행한 ‘주민 만족도 설문조사’에서 이바구빨래방에 대해 응답자 80%가 ‘매우 만족하고 실질적으로 생활편의에 많은 도움이 됐다’고 답했다.

부산 동구는 지난달 29일 좌천동에 네번째 이바구빨래방을 만들어 운영하기 시작했다. 동구 2030기획단 관계자는 “산복마을 어르신이 평소 빨기 어려운 이불 등을 맡기는 경우가 많다. 그곳에서 이웃과 대화를 하며 쉬어가기도 한다”며 “이용자가 더 많아지거나 예산이 추가로 확보되면, 세탁기와 건조기를 늘리거나 지점을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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