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사태 '출구전략' 모색…사직서 수리하고, 현장복귀 유도
사직서 수리해 '수련의 복귀-병의원 취업' 중 양자택일하도록 유도
정부-의료계, 물밑 논의…이번주 출구전략 발표 예상
의대생 구제·다양한 전공의 지원책도…실제 의료현장 복귀 여부는 '미지수'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 전공의들의 집단 이탈이 석 달 넘게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가 이들의 복귀를 꾀하고자 '출구전략'을 모색 중이다.
면허정지 행정처분을 내리되 집행을 유예하는 한편, 사직서를 수리해 전공의들에게 '퇴로'를 열어주는 방안이 유력하게 고려되고 있다.
정부는 여기에 전공의 근무시간 단축과 전공의 수련에 대한 재정 지원, 의사 국가고시 추가 시험 등을 담은 유화책을 이르면 이번 주 중 발표할 계획이다.
다만 정부의 출구전략이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복귀'로 이어질지는 아직은 미지수라고 할 수 있다.
의대증원 확정에 츨구전략 모색…'처벌은 하되 일할 수 있도록' 묘책 고민
3일 정부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정부는 의대 증원이 확정된 지난달 말을 전후해 의료계로부터 이탈 전공의 문제의 해법에 대한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
정부는 사태 초기에 이탈 전공의들에게 '3개월 의사면허 정지'를 내용으로 하는 행정처분 사전통지서를 보내며 '기계적 법 집행'이라는 엄정 대응 방침을 강조했었다.
총선 직전인 3월 말부터는 '유연한 처벌' 방침으로 돌아서며 복귀를 유도했지만, 병원에 돌아온 전공의는 미미한 수준이다.
정부 집계에 따르면 211개 수련병원에서 근무 중인 전공의는 973명으로, 전체 1만501명의 7.1%에 그쳤다.
현재 이탈 전공의들에게는 업무개시명령, 진료유지명령, 집단사직서 수리금지 명령 등이 내려져 있다.
이들이 낸 사직서는 수리되지 않았고, 이로 인해 전공의들은 다른 의료기관에서 임시취업이나 아르바이트로도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언제까지나 이런 상황이 이어질 수는 없는 만큼 의대 증원 확정을 계기로 전공의 중 원하는 사람은 수련의로 복귀하고, 복귀를 원치 않으면 일반의로 병의원에 취업하는 길을 열어주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상당수 전공의가 수련병원을 떠나는 상황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전공의에 과도하게 의존하지 않는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의 의료체계 개편에 속도를 낸다는 복안을 지닌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를 위해서도 되도록 많은 전공의의 발길을 수련병원으로 되돌릴 필요가 있으므로, '사직 수리'라는 유화책을 구사해 의료 현장으로의 자발적인 복귀를 유도한다는 얘기다.
정부 관계자는 "비상진료체계를 유지하는데 의료인이 부족한 상황에서 전공의들의 면허를 정지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며 "원칙을 지켜 이탈 전공의에 대해 처벌은 하면서도 현장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행정처분 유예하고, 조건부 사직서 수리' 무게
면허정지 행정처분과 관련해서는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지도부 등 일부만 처분을 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정부는 지난 3월 1일 복지부 홈페이지 등을 통해 업무개시명령을 공시송달한 바 있는데, 이때 대상자들은 박단 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 등 집단행동을 주도한 전공의 13명이었다.
다만 지도부 외에 다른 이탈 전공의에 대해 아무런 처벌을 내리지 않기도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의료법에 근거한 정부의 명령을 어기고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들에게 행정처분을 내리지 않을 경우 그동안 '선처는 없다'며 누차 강조해온 정부의 원칙을 스스로 어기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병원을 이탈한 정도에 따라 이탈 전공의들을 상대로 면허정지 처분을 내리면서 실제 면허정지 효력은 '유예'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면허정지를 내리되 일정 기간 정지 효력을 유예하고, 이 기간이 지나면 집행을 하지 않는 방식이다.
행정처분과 함께 업무개시명령, 집단사직서 수리금지 명령 등 기존에 내려놓은 명령을 철회해 전공의들이 내놓은 사직서를 수리하도록 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 중이다.
사직서가 수리되면 미복귀자들은 전공의가 아닌 일반의로 의료기관에서 일을 할 수 있게 된다. 사직서 수리는 복귀할 의사가 있는 전공의들이 자신이 속했던 수련병원에 돌아가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정부와 의료계의 '물밑 접촉'도 이뤄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서울 대형병원 원장들은 정부와 비공개 간담회에서 전공의들의 사직서를 수리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병왕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병원장들이나 전공의에게서 사직서 수리에 대한 요구가 있어 왔다. 적극 검토해 빠른 시간 안에 결정할 예정"이라며 "병원장들이 간담회에서 그런 권한(사직서 수리)이 있으면 상당수 전공의들을 복귀시킬 수 있다고 했다"고 전했다.
의대생 구제책·전공의 지원책도 모색…실제 복귀 여부는 '미지수'
정부는 이와 함께 '동맹휴학'을 하고 수업을 거부하고 있는 의대생들에 대해서는 의사 국가시험을 추가로 볼 수 있게 구제하는 방안도 고민 중이다.
정부는 이날 "연기 없이 예정된 시기에 시험을 시행한다"고 밝혔지만, 추가시험에 대해서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지난달 22일 이와 관련해 "2020년 시험을 그대로 진행한 뒤 추가시험으로 구제한 사례가 있다"면서 "이번에는 할 것이다, 말 것이다 말씀드릴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와 함께 근무시간 단축 등 다양한 지원책으로 전공의 복귀를 유도할 계획이다.
정부는 전공의 연속근무 시간을 36시간에서 24∼30시간으로 단축하는 '전공의 연속근무 단축 시범사업'을 최근 시작했다.
장기적으로는 연속근무 시간을 24시간으로 낮추고, 주당 근로시간을 80시간에서 60시간으로 축소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전공의 수련비용을 국가가 지원하고 지원체계를 내실화하는 '전공의 수련 국가책임제'도 추진한다. 이는 그동안 대전협이 요구해온 사항이다.
다만 정부의 유화책이 얼마만큼 전공의들의 현장 복귀를 유인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상당수 전공의는 의대 증원이 확정된 뒤에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방식의 저항을 계속하고 있다.
복지부가 지난달 31일까지 수련병원에 이탈 전공의를 개별 상담하고 결과를 제출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전공의들이 거부하면서 면담이 성사된 사례는 많지는 않았다.
상위 100개 수련병원 중 70여곳이 상담 결과를 제출했지만, 응답한 전공의는 10%에도 못 미쳤다.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이번 주 전 회원 대상 총파업 찬반 투표를 계획하는 등 대정부 투쟁의 강도를 높일 조짐을 보이는 것도 전공의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임현택 의협 회장은 지난달 30일 촛불집회에서 "6월부터 본격적으로 의료 농단에 대한 큰 싸움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의대생들도 아직은 집단 휴학계 제출을 거둬들일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어 의정 갈등의 '출구'를 찾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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