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세론 거리 두는 '이재명 민주당'…세제 정책 연이은 우클릭?

임형섭 2024. 6. 3.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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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부세·횡재세, 잇따라 완화 목소리…'탈이념' 앞세워 중도공략
시민단체 등 野 전통 지지층 반발…'與 페이스에 말린다' 우려도
발언하는 이재명 대표 (서울=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6.3 utzza@yna.co.kr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계승현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그동안 강성 지지층을 중심으로 제기돼 온 '증세론'에서 한 걸음씩 멀어지는 모양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3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먹고사는 문제에 있어서는 실용적 관점을 우선시하겠다는 이재명 대표의 생각이 반영된 흐름"이라며 "앞으로 세제개편 이슈에서는 민주당도 계속 유연하게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생경제 분야에 있어서는 이념을 탈피하는 모습을 보이며 중도층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당내 일부 의원들은 물론 시민단체 등 야권 지지층은 이런 흐름에 반발하고 있어 추후 논의에 진통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계속되는 종부세 완화론…'준당론' 횡재세도 물러서

민주당의 기조 변화는 최근 지도부를 중심으로 연이어 터져 나온 종부세 완화 주장에서 가장 먼저 감지됐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지난달 9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1가구 1주택 종부세 완화론' 필요성을 언급하며 논의에 불을 댕겼다.

그는 전날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종부세라는 제도는 필요하지만, 1가구 1주택, 실거주하는 경우에 한해서는 세금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민정 최고위원도 지난달 종부세 등의 총체적 재설계론을 주장했다.

횡재세 도입 문제 역시 기류가 변하는 분위기다.

횡재세란 기업 이윤이 과도하게 초과했을 경우 그 이윤에 매기는 세금이다.

민주당은 횡재세 세목 신설을 당론으로 채택한 적은 없지만, 이 대표가 작년 11월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이 세금의 도입을 공개 촉구했던 만큼 당내에선 준(準)당론에 가깝게 인식돼 왔다.

그러나 최근 당 지도부는 의원들에게 "횡재세를 새로 만들기보다 기존 출연금 등을 강화하는 방식을 채택할 수 있다"는 취지의 설명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조만간 종부세, 횡재세부터 금융투자소득세까지 조세제도 전반을 검토하기 위한 연구모임을 만들기로 했다. 여기서도 기존 입장보다는 '우클릭'한 결론들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게 당 내부의 시각이다.

이런 움직임의 밑바닥에는 결국 '증세론'이 중도층 표심을 얻는데 효과적이지 못하다는 이 대표의 판단이 담긴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 대표의 측근으로 꼽히는 한 관계자는 "이 대표가 정치·사회 분야에서는 개혁적인 성향이 두드러지지만 경제 분야에 있어서는 매우 실용적인 사고를 갖고 있다"며 "앞으로도 세금 이슈에서는 유연한 입장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시민단체 "국민의힘과 뭐가 다른가"…지도부 "당장은 아냐" 속도조절

세제 문제에 유연하게 접근할 수 있다는 시그널이 잇따라 포착되고 있지만, 당내 반발도 만만치 않아 이후 논의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우선 종부세의 경우 당장 진성준 정책위의장부터 공개적으로 '폐지 반대'를 주장하고 있다.

진 의장은 최근 라디오에 출연해 "종부세 대부분은 사회 기득권층이 내는 초부자 세금"이라며 "종부세 도입 취지가 있는데, 당장 폐지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일부 의원들은 종부세가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인 부동산 세제 정책이었다는 점에서 이를 뒤집는 듯한 모습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전통적 지지층인 진보성향 시민단체의 반발도 터져 나왔다.

참여연대는 전날 성명에서 "민주당의 최근 행보가 가관"이라며 "부자 감세에 앞장서는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뭐가 다른가. 집부자들의 표를 아쉬워하다 거센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비판했다.

당 지도부도 반발을 의식한 듯 "지금 당장 논의할 문제는 아니다"라며 속도 조절을 하는 모습이다.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전날 기자들을 만나 "지금 종부세 논의는 우선순위가 아니다. 특검법 등 현안이 너무 많아 당장 종부세 논의를 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런 신중론에는 '당내 교통정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종부세 개편 논의에 응할 경우 정책의 주도권을 정부와 여당에 넘겨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여당과 대통령실이 종부세 개편 주장에 적극적으로 화답하니, 정작 논의를 시작한 민주당이 갈팡질팡하는 모양새"라고 민주당을 압박하기도 했다.

hysu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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