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CEO특강] AI 활용 능력이 미래 변호사 성패 가른다
일자리 빼앗는 위협 있지만
AI 쓰면 업무효율 개선 효과
문서 작성 시간 3분의1 줄여
AI 답변엔 허위 정보도 많아
사실 가려낼 검증 능력 필수
"인공지능(AI) 발달로 법률 시장에 새로운 수요가 창출될 것입니다. AI를 잘 활용할 수 있는지가 유능한 변호사를 가르는 요건이 되는 시대가 올 것입니다."
법무법인 율촌의 윤희웅 대표변호사는 최근 이화여대에서 열린 매경CEO특강에 연사로 나서 'AI 시대 변호사들이 맞이한 위기와 기회'에 대해 강연했다. 챗GPT 개발 등을 계기로 보수적인 법률 시장에 AI가 미치는 영향력이 점차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향후 AI가 변호사를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윤 대표는 "범용 AI 활용만으로도 변호사들의 업무 효율이 획기적으로 개선됐다"고 전했다. 미국 미네소타대가 최근 발표한 'AI를 활용한 법률업무 퀄리티 개선 및 시간 단축 효과'에 관한 논문에 따르면 AI 활용으로 소장 퀄리티는 평균 5% 개선됐고 소장 작성 시간은 평균 24% 단축됐다. 계약서 작성 또한 퀄리티가 평균 8% 개선됐고 작성 시간은 32% 줄었다. 윤 대표는 "생성형 AI는 대량의 데이터를 학습하고 인간과 비슷한 수준의 판단을 할 수 있다"면서 "미래에는 변호사를 비롯해 의사·수의사·회계사 같은 전문직들의 업무가 AI에 대체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사람과 사람 간 관계를 기반으로 한 변호사 직군은 AI 시대에도 상당히 오랜 기간 살아남을 것"이라며 "판례 등 자료 검색이나 법률 문서 작성 등의 업무는 AI에 대체되겠지만 고도화된 법률 분석 수요는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윤 대표는 AI가 부정확한 답변이나 허위정보를 생성하는 환각(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 현상을 예로 들면서 "AI 활용 시에도 검색어 변화나 더블체크 등 사용자 관여를 통해 결과물을 검증하는 단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변호사 역할은 필수적"이라며 "지식재산권이나 개인정보 침해 여부도 점검 대상으로 면밀히 확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표는 1987년 서울대 법과대학을 졸업했으며 제31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1997년 미국 조지워싱턴대 법학대학원 법학석사(LL.M)와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했으며 2001년 법무법인 율촌에 합류했다. 이후 윤 대표는 롯데쇼핑의 하이마트 인수, 롯데제과의 길리언 인수, 현대자동차의 신흥증권 인수, 롯데의 대한화재보험 인수, 현대중공업의 CJ증권 인수 등 굵직굵직한 인수·합병(M&A) 딜을 성사시켰다.
최근 예비 법조인들의 희망 진로가 판검사에서 '김광태율세화(김앤장·광장·태평양·율촌·세종·화우)'로 불리는 대형로펌 변호사로 변화하고 있다. 판사·검사로 공직에 임용되면 사회적 선망을 받던 이전과 다른 분위기다. 국내 법률 시장은 대형로펌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지난해 6대 로펌 매출액은 약 3조원으로 국내 법률 시장의 40%가량을 차지했다.
윤 대표는 전문직으로서 로펌 변호사가 갖춰야 할 자세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전문직이란 어려운 문제가 있더라도 열정적인 자세로 집요하게 파고들어 결국 해결해내고 마침내 고객과 주변 동료들로부터 인정받는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또 "로펌 변호사의 역할은 고객인 기업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내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고도의 문제 해결력을 갖추고 어려운 상황에도 끊임없이 도전하면서 본인과 고객의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로펌 업무도 일종의 서비스업인 만큼 '고객 만족'이라는 본질적 가치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업무 과정에서 고객에 대한 진정성 있는 배려가 필요하고 그들의 니즈를 정확하게 파악해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해야 한다"면서 "무엇보다 겸손함과 성실함을 갖추고 변호사로서 초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사회 진출을 앞두고 준비 중인 대학생들에게 디테일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약간의 차이가 훗날 큰 차이로 이어진다"며 "어떤 일을 하든 꼼꼼하게 준비하고 진심을 다하라"고 조언했다.
[김혜순 기자 / 김태우 경제경영연구소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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