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신규 시추에 원전 늘린 전기본···“윤 정부 탈석탄 의지 있나”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약속과 달리 윤석열 정부의 정책에서 탈석탄에 대한 의지가 없다는 시민사회 비판이 연일 쏟아지고 있다. 화석연료와 핵에 의존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을 발표한 것에 이어 윤 대통령이 경북 포항 앞바다의 석유·가스 시추계획을 승인하면서 나온 비판이다.
기후위기비상행동, 기후정의동맹, 탈핵시민행동 등 시민단체들은 3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에서 ‘제11차 전기본 실무안 재수립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계획은 기후위기 대응뿐만 아니라 정의로운 전환, 안전한 사회로부터 분명히 후퇴하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윤 정부의 정책이 탈석탄이라는 세계적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수홍 탈석탄법 제정연대 활동가는 “탄소중립을 위해 지금 당장 빠르게 줄여나가야 하는 것이 바로 석탄발전”이라면서 “가장 많이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영향을 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계획은 어떤가. 여전히 석탄발전을 유지하고 연장할 수 있다는 게 포인트”라고 말했다.
지난 31일 전기본 총괄위원회가 발표한 제11차 전기본 실무안을 보면 2030년에도 석탄발전의 비중은 17.4%에 달한다. 또 다른 화석연료원인 액화천연가스(LNG)의 발전량은 142.4GWh에서 160.8GWh로 13% 늘리기로 했다. 또 석탄발전에 수소·암모니아를 섞여 연소하는 기법인 ‘혼소 발전’을 무탄소 전원인 것처럼 설명했다. 중부발전에 따르면 수소 혼소로 전환시 줄일 수 있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0.6%에 불과하다.
윤 대통령이 이날 오전 밝힌 동해 석유 개발 사업에 대해서도 비판 목소리가 나왔다. 최경숙 탈핵시민행동 집행위원장은 “기후위기 시대에서 석유를 시추하겠다고 한다”면서 “온 세계가 합의해서 화석연료 감축을 애쓰고 있다. (대통령 발언에)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박 활동가도 “이 정부는 탈석탄에 관심이 전혀 없는 것 같고, 뭐가 뭔지 당최 모르는 것 같다”고 했다.
https://www.khan.co.kr/politics/politics-general/article/202406031012001
지난해 12월 전 세계 기후 연구진이 낸 ‘기후 과학의 10가지 새로운 통찰 2023/2024’ 보고서에 따르면, 이미 있는 화석연료 채굴, 소비 인프라가 유지되기만 해도 ‘1.5도 목표’를 지키기 위해서 남은 탄소 예산이 소진될 것으로 추산된다. 이번 시추 계획 승인은 이미 임계점을 넘어선 화석연료 채굴량을 더 늘리는 결정인 데다가, 좌초자산으로 분류되는 석유사업에 더 투자하는 것도 경제적으로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이번 전기본에서 나타난 원전 확대 기조에도 반대한다고 밝혔다. 김은정 기후위기비상행동 공동집행위원장은 “(이번 전기본은)신규 핵발전소를 3기나 더 늘리고 상용화도 되지 않은 SMR도 1기 더 짓는다는 게 그 핵심”이라면서 “1.5도 기후위기 시계가 5년여를 남겨두고 있는 시점에서 준공까지 14년 가까이 걸리는 핵발전을 기후위기 대응정책으로 내놓은 것 자체가 산술 계산도 안 되는 코미디”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번 실무안은 22조를 쏟아부은 에너지분야의 4대강 토건사업”이라고 덧붙였다.
은혜 기후정의동맹 활동가는 “정부가 내놓은 실무안을 보면, 도대체 어떤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것인지 묻고 싶다”면서 “지금 당장 실무안을 폐기하고 재수립하라”고 요구했다.
이홍근 기자 redroo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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