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모욕, 강압 수사, 자백 유도… 서울변회, ‘경찰관 평가’ 공개

“평균 점수·순위 등 결과 관계 기관에 전달할 방침
올바른 수사 문화 형성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

“이런 사건 잘 되겠냐, 배임죄 수사는 어렵다, 결정적인 증거가 부족해서 영장도 안 나올 사건이다.”

서울의 한 변호사는 고소장 접수 후 일정 조율을 위해 전화했더니 A경찰관에게 이같은 말을 들었다. 아직 아무런 조사도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경찰관이 사건에 대해 예단한 것이다. 또한 해당 경찰관은 피의자 조사 과정에서 취득한 고소인 회사 직원들 연락처로 전화해 소속 등을 밝히지 않은 채 사건 관련된 내용을 물어보고, 위 통화 중 직원들에게도 “이대로 끝날 것이다, 잘 안될 것이다”라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뉴시스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김정욱)는 3일 ‘2023년도 사법경찰관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평가는 지난해 7월1일부터 12월31일까지 서울변회 회원 772명이 수행한 형사사건의 담당 경찰관 2550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서울변회는 건전한 감시와 견제를 위해 2021년부터 평가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서울변회에 따르면 A경찰관의 사례와 같이 피의자를 모욕주기 위한 반말·조롱, 책상을 내려치는 등 강압적 수사 진행, 자백 유도를 위한 단순 질문 반복 등의 사례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B경찰관은 피의자의 면회를 불허하는 법적 근거를 묻는 변호사에게 “법적 근거를 떠나서 관행적으로 그렇게 해오고 있다”며 “변호사님과 이런 얘기를 굳이 길게 할 필요도 없다”고 말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관 개인 점수를 전국 213개 경찰관서별로 평균을 낸 결과 대구 수성경찰서(42.99점)는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 이어 인천 계양경찰서(50.63점), 서울 동대문경찰서(61.94점) 등이 낮은 평가를 받았다.

한편 가장 우수한 평가를 받은 곳은 서울 혜화경찰서(95.05점)로 나타났다. 혜화서 C경찰관은 청각장애가 있는 피의자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강압하거나 압박하지 않고 부드러운 분위기에서 조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D경찰관은 추가 피해를 방지하고 다른 지역에 출장까지 가면서 수사에 임하고, 주기적으로 피해자에게 사건 진행 상황을 통지해 우수사례로 선정됐다.

서울변회 관계자는 “평균 점수와 순위 등 결과를 관계 기관에 전달할 방침”이라며 “변화된 형사사법 절차를 발전적으로 안착시키고 올바른 수사문화 형성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안경준 기자 eyewher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