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하나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 경북도, 돌봄 걱정 뚝 'K-보듬' 프로젝트 잰걸음

정광진 2024. 6. 3.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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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 등 5개 시·군에 42곳 선정해
평일 자정, 주말·공휴일 오후 6시까지
영유아·초등생까지 무료로 돌보는
온종일 아이 돌봄시스템 구축키로
아이 안심길 등 6대 특화서비스 제공
시범운영 뒤 브랜드화해 전국 확산
K-보듬프로젝트 시범사업 계획

국가소멸을 초래할 초저출산에 대한 위기감에 높아지는 가운데 경북도가 이를 극복할 방법의 하나로 ‘다 함께 돌보는 K-보듬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나서 주목된다. ‘아이 하나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지역사회 모두가 온종일 아이를 돌봐 주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사업이다.

경북도는 포항 구미 안동 경산시와 예천군(도청신도시)에 모두 42개의 ‘K-보듬’ 시설을 10월까지 시범조성키로 했다. 6개월 운영비를 포함한 조성비는 89억5,200만 원으로, 도와 시ᆞ군이 절반씩 부담한다. 별도로 희망하는 시군이 있으면 추가로 조성하고, 내년부터 도내 22개 모든 시군으로 확산한다는 방침이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즈는 지난 3월 특집기사를 통해 지난 60년간 자녀(child) 돌봄시간이 늘어난 한국 미국 영국 독일 등의 국가는 출생률이 크게 떨어진 반면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는 프랑스는 합계출산율이 1.8로 북미와 유럽에서 가장 높다고 보도했다. 돌봄시간과 출산율 사이에 상관계수는 0.44로 관계가 비교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우리나라는 하루 30분도 되지 않아 거의 방임이나 마찬가지였지만 2022년에는 4시간 이상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 학원 등에 태워주기, 숙제 봐주기 등에 지친 부모가 둘째 가지기를 주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올 1분기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지난해 1분기 0.82명보다 크게 낮다. 합계출산율은 연초에 높고 연말에 낮아지는 경향인 것을 고려하면, 올해 합계출산율은 지난해(0.72명)보다 더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K-보듬이 정착되면 워킹맘의 부담을 줄여줘 출산율 반등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경북도는 42개의 K-보듬 시범시설 중 32곳은 공동육아나눔터 다함께돌봄센터 지역아동센터 어린이집 등 기존 시설을 활용하고, 아파트 1층에 온종일 돌봄시설을 참여 시ᆞ군별로 2곳씩 추가 설치키로 했다. 아파트형은 마주보는 2채를 매입해 리모델링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한 쪽은 15명 내외의 영유아 돌봄시설을, 반대쪽은 30명 내외의 초등생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식이다.

이달 중으로 지정시설을 선정하고 아파트 1층을 매입하는 한편 운영에 필요한 인력 채용에 나서기로 했다. 7월부터 10월까지 차례로 시설 문을 열고, 연말까지 희망 시ᆞ군으로 확대키로 했다.

이들 시설에서는 평일에는 오전 9시부터 자정까지,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오후 6시까지 영유아와 초등생을 돌보게 된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공부방에 가는 것처럼 상시 이용인원은 약 1,200명에 이를 전망이다. 또 갑자기 일이 생기면 이용 당일에도 맡길 수 있다. 이에 필요한 비용은 경북도와 시ᆞ군이 전액 부담, 부모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경북도는 K-돌봄에선 운영시간 중에 최소 2명 이상의 돌봄 인원이 상주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또 △수요맞춤형 노란버스를 이용한 이동지원 △결혼 임신 출산 돌봄 주거 등의 정보를 한눈에 보여줄 통합정보시스템 구축을 통한 맞춤형 돌봄서비스 제공 △비상시 부모에게 알리고 신고할 수 있는 우리 아이 안심길 구축 △의용소방대 자율방범대원 등을 활용해 학교ᆞ학원에서 센터까지 안전한 이동 서비스 △자원봉사ᆞ재능기부를 통한 요리 미술 음악 체육 등 프로그램 운영 △친환경 먹거리 제공이라는 6대 돌봄 특화서비스도 제공한다.

경북도는 시범운영을 통해 성과를 확인하고, 이를 브랜드화해 전국으로 확산을 추진키로 했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초저출생은 핵폭탄 전쟁보다도 무서운 일”이라며 “아파트 1층과 돌봄기관, 지역사회가 함께하는 돌봄공동체가 우리 아이를 하루 종일 돌봐 주는 K-보듬을 전국으로 확산해 돌봄 부담을 획기적으로 덜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정광진 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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