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경영평가보고서 ‘땡윤뉴스’ ‘윤비어천가’ 비판 대목 모두 지워져

박강수 기자 2024. 6. 3.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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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방송(KBS)의 지난해 경영평가보고서에서 '박민 사장 체제' 시사·보도 프로그램과 관련한 비판을 다룬 대목이 여권 추천 다수 이사의 표결을 거쳐 삭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방송 이사회는 지난달 29일 '한국방송공사 2023사업연도 경영평가보고서'를 확정해 30일 누리집에 공개했는데, 의결 중 내용 수정을 두고 이사진 사이 이견이 있었고 야권 성향 이사 5명이 항의하며 퇴장한 뒤 여권 성향 이사 6명이 표결을 밀어붙였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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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이사회서 다수 이사 표결로 결정
소수 이사 “반쪽 보고서, 수정 재의결해야”
지난해 11월 29일 서울 여의도 한국방송(KBS) 본관 앞에서 한국방송 이사회와 문화방송(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의 야권 성향 이사들이 한국방송 이사 두 명과 방문진 이사 두 명에 대해 청탁금지법 위반을 이유로 당사자 의견 조사를 한 방송통신위원회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방송(KBS)의 지난해 경영평가보고서에서 ‘박민 사장 체제’ 시사·보도 프로그램과 관련한 비판을 다룬 대목이 여권 추천 다수 이사의 표결을 거쳐 삭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야권 추천 소수 이사들은 “내용과 절차 모두 흠결이 큰 ‘반쪽 짜리’ 함량 미달 보고서”라며 재의결을 요구했다. 다수 이사 쪽은 “경영평가 지침에 따라 각 이사의 요구를 수용한 의결”이라고 반박했다.

김찬태·류일형·이상요·정재권·조숙현 등 한국방송 야권 성향 이사 5명은 3일 입장문을 내어 경영평가보고서 의결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한국방송 이사회는 지난달 29일 ‘한국방송공사 2023사업연도 경영평가보고서’를 확정해 30일 누리집에 공개했는데, 의결 중 내용 수정을 두고 이사진 사이 이견이 있었고 야권 성향 이사 5명이 항의하며 퇴장한 뒤 여권 성향 이사 6명이 표결을 밀어붙였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지난해 박민 사장 부임 이후 한국방송에서 벌어진 각종 논란을 기술한 내용이 통째로 사라졌다. 이는 방송 부문 평가위원인 제정임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장이 집필한 대목으로 ‘배우 이선균씨 사생활 관련 녹취 보도’, ‘9시 뉴스 이소정 앵커 교체’, ‘박장범 앵커의 불공정 보도 사과’, ‘더 라이브 등 시사 프로그램 폐지’, ‘시사기획 창 원팀 대한민국의 윤비어천가 논란’ 등을 다뤘다.

제정임 평가위원은 보고서에 한겨레, 미디어오늘, 한국일보 등 언론 기사와 한국언론진흥재단 ‘신문과방송’의 전문가 기고 글 등을 바탕으로 ‘(이선균씨 관련) 비윤리적 보도’, ‘땡윤 뉴스’, ‘윤비어천가’ 논란을 소개하고 “과거 정권 홍보 방송으로 비판받았던 기억이 소환되지 않도록, 한국방송 뉴스와 시사 콘텐츠에서 정치적 독립성·공정성을 지키는 데 남다른 노력이 필요하다”고 썼으나 모두 지워졌다.

보고서 내용 삭제의 결정 배경을 묻는 한겨레 질의에 이은수 이사는 “지난해에도 당시 다수 이사(현 소수 이사)들이 경영평가지침에 어긋나는 보고서 문장을 삭제했다. 올해도 마찬가지로 똑같은 원칙을 적용해서 다수·소수 이사 구분 없이 지적한 부분을 들어낸 것”이라고 답했다. 원칙에 따라 양쪽의 의사를 반영해 내용을 수정한 것이고, 지난해에도 비슷한 전례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야권 성향 소수 이사들이 다수였던 지난해 한국방송 이사회는 ‘2022 경영평가보고서’를 확정하면서 보고서 초안에 인용된 공정언론국민연대(공언련) 등 보수 성향 시민단체의 방송 모니터링 자료를 삭제한 바 있다. 경영평가지침상 연구기관·학술단체·언론기관 출처가 아닌 자료는 평가 근거로 활용하기 어렵다는 취지에서였다. 당시 공언련 자료를 인용한 평가위원은 김백 현 와이티엔(YTN) 사장이다.

정재권 이사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다수 이사가 보고서 수정을 의결한 점은 그때와 같지만, 절차와 성격은 다르다”고 주장했다. 정 이사는 “당시에는 김백 위원을 이사회에 불러 질의응답을 거친 뒤에 결정했고, 인용된 자료만 지웠지 평가 본문에는 손대지 않았다”며 “반면 이번에는 제정임 위원과 어떠한 논의도 없이 평가 전체를 날린 것”이라고 말했다.

박강수 기자 turn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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