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당헌·당규 개정 돌입…이재명, 선수별 간담회에도 논란 진행 중
‘당권-대권 분리’ 예외 조항 반영 가능성↑
사실상 대표 연임과 대선 출마 위한 포석
일각 “누가 ‘연임 안 된다’ 할 수 있나” 비판
더불어민주당이 3일 본격적인 당헌·당규 개정 절차에 돌입했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당헌·당규 개정안은 대선에 출마하고자 하는 당 대표의 사퇴 시한을 선거일 1년 전까지로 규정한 조항에 예외를 두는 등 사실상 이재명 대표의 연임과 대선 출마를 위한 포석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 대표는 선수별 의원 간담회 등을 통해 의견 청취에 나섰지만, 결론을 정해 놓고 명분 쌓기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민주당은 이날 국회에서 당무위원회를 열고 전국대의원대회 준비위원회(전당대회 준비위) 설치·구성의 권한을 최고위원회의에 위임하기로 했다. 전당대회 준비위는 당헌·당규 개정안을 마련해 최고위에 보고하는 기구다.
민주당 규정에 따르면 최고위는 전당대회 준비위가 마련한 당헌·당규 개정안을 의결하고, 당무위와 중앙위원회를 거쳐 전당대회에서 이를 확정한다. 다만 2022년 이 대표의 방탄 논란을 일으킨 ‘부정부패와 관련된 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를 정지시킬 수 있게 하되 정치보복으로 인정되는 경우엔 당무위 의결을 거쳐 취소할 수 있다’는 당헌 80조 개정 때처럼 중앙위에서 곧바로 당헌을 손볼 수도 있다.
현재 민주당 최고위에는 이 대표를 비롯해 친이재명(친명)계 인사가 다수다. 전당대회 준비위가 최고위 뜻에 따라 현재 논의되는 당헌·당규 개정안 내용을 그대로 수용할 가능성이 높다. 당헌·당규 개정은 전당대회 준비위의 숙의를 거쳐 결정해야 하는데, 위원회가 꾸려지기도 전에 민주당 당헌·당규 개정 태스크포스(TF)가 먼저 관련 내용을 발표했다는 점도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각종 논란과 비판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당헌·당규 개정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당헌·당규 개정 TF 단장인 장경태 최고위원은 이날 당무위 종료 후 기자들과 만나 “(내용에) 큰 논란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오늘 당무위에서 (개정안이) 통과되면 좋겠다고 제안했지만, 이 대표가 조금 더 의견을 수렴하고 경청하겠다고 해서 미뤄졌다”고 말했다.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대표가 연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한 사람”이라며 “대표가 (대선 1년 전) 사퇴하고 지방선거를 준비해야 하는데 이는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날 5선 의원들과 오찬을 함께 하는 등 여론 청취에 나섰다. 참석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오찬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고 한다. 정동영 의원은 식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은 한국의 정당 민주주의를 선도해온 정당”이라며 “그런 자부심과 역사성 속에 달라진 세상에 적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호중 의원도 “시대 변화를 읽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특히 대표와 최고위원이 대선에 출마하고자 할 경우 선거일 1년 전에 사퇴하도록 한 기존 규정에 예외를 두기로 한 부분에 대해선 “오해가 있었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당헌·당규 개정 TF는 전국단위 선거 일정 등 ‘상당한 사유’가 있을 때 당무위 의결로 사퇴시한을 변경할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윤 의원은 “갑작스러운 사태에 대한 개정 사항”이라며 “(기존 내용은) 그대로 있다”고 말했다.
국회의장 후보와 원내대표 경선에 당원 투표 20%를 반영하자는 내용에 대해서도 이견이 노출됐다. 익명을 요청한 한 참석자는 통화에서 “중도층을 바라봤을 땐 맞지 않는 방향이라고 이야기했다”며 “그런 부분에 공감대가 있었다”고 밝혔다. 다른 참석자도 “대의 정치에서 당원 참여를 어디까지 허용해야 할 것인가에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오찬에 앞서 “제한 없이 말씀을 들어보겠다”며 말을 아꼈다. 이 대표는 선수별 의원 간담회를 이어가며 의견을 취합할 계획이다. 다만 일각에선 다선 의원과 달리 초·재선 의원들이 속마음을 제대로 털어놓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한 다선 의원은 통화에서 “누가 이 대표 앞에서 ‘연임은 안 된다’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라며 “당헌 개정이 이대로 이뤄지면 이 대표 ‘일극 체제’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박하얀 기자 white@kyunghyang.com, 신주영 기자 j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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